진리와 자유

최해근 목사

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최근 몇 년 사이에 경험하고 있는 사회적 현상 중의 하나는 양극화입니다. 특히 정치적으로 양극화가 너무나도 심해 명절에 가족들끼리 모이면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 중의 하나가 정치적인 분야라고들 합니다. 이 현상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뿐만 아니라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도 특정한 정치성향을 강요하는 남편이나 아내로 인해 그 배우자가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고 각자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똑같은 의견이나 사상을 요구하는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다양한 의견과 관점으로 인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거짓된 정보에 의해 극단적 갈등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4월 24일, 미국 보수언론의 대표주자격인 팍스뉴스의 간판 앵커였던 터커 칼슨이 전격적으로 해고되었습니다. 칼슨은 2020년 대선에서 개표기가 조작되었다는 보도를 하였고 제조업체인 도미니언 측에서 명예 훼손을 들어 164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하였습니다. 결국 팍스뉴스는 7억8천7백5십만 달러를 도미니언측에 지불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팍스뉴스가 거짓된 정보를 의도적으로 방송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에 대해 손해배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가슴 아픈 사실은 뉴스를 보도했던 당사자인 터커 칼슨과 루퍼트 머독 팍스 회장 사이에 주고 받은 대화에서는 ‘개표기 조작설은 헛소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만들어 보내는 뉴스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극단적인 지지자들을 잡아 두기 위해 계속해서 거짓뉴스를 내 보냄으로써 우리 사회를 점점 더 갈등과 분열로 만들어 간 것입니다. 

 

팍스뉴스와 반대편에 서서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CNN 측에서도 스타 앵커였던 돈 레몬을 역시 해고했습니다. 돈 레몬은 자신이 흑인이고 동성애자라는 소수성을 내세워 보수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들에게  거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레몬은 지난 2월에 공화당 대선 주자 중의 한 사람인 니키 헤일리(51) 전 유엔대사가 ‘75세 이상된 정치인들은 정신능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한 사실을 비판하면서 ‘여성의 전성기는 20-30대, 잘해야 40대인데 (51세인) 니키 헤일리는 전성기를 지났다’고 언급함으로써 여성들로부터 심각한 반대여론에 부딛혔습니다. 

 

보수든 진보든 모두가 진지함을 가지고 객관적인 사실을 뉴스로 언급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지지층들이 좋아하는 뉴스를 인공적으로 조작하거나 가공해서 보도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건강한 토론과 정치문화를 이끌어 가는데 실패하였습니다. 이런 현상은 대한민국이나 미국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지지층이 좋아할 가짜뉴스를 만들어 끊임없이 공급하는 언론사와 유튜버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극단적인 방향으로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서로를 존중해 주며 객관적인 사실을 진실하게 보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를 다양하면서도 정직하게 만들어 가기를 바라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주님의 말씀을 오늘 분열된 우리 사회 속에서 다시금 새겨봅니다.

hankschoi@gmail.com

 

05.13.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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