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교회, 풀러 Th. M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라질의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의 <흐르는 강물처럼>에는 “파자마를 입고 죽은 남자”라는 글이 나온다. 2004년 일본의 어떤 남자가 파자마를 입고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이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다. 자살이나 타살도 아니었는데 문제는 그가 파자마만 걸친 해골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옆에는 1984년 신문이 펼쳐져 있고, 그 옆 탁자에는 같은 날짜의 달력이 놓여 있었다. 그러니까 그는 20년 동안 그곳에 죽은 채 방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그 오랜 세월 동안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다. 사정을 알아보니 그는 그 건물을 지은 건축회사 직원이었는데, 그 회사는 건물을 지은 직후 부도가 났기에 방치되었고, 그는 1980년대 초에 이혼한 직후부터 그 집에 살았다. 전처를 비롯한 그 누구도 그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글을 마치면서 코엘료는 아무도 찾는 이 없이 20년 동안이나 완벽하게 고립된 그 사람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 배고픔이나 갈증, 실업이나 실연의 상처나 절망보다 더 끔찍한 것은, 어느 누구도, 세상의 단 한 사람도 자기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느낌이라고 하였다.
외로움이라는 것은 참 고통스러운 것이다. 루마니아의 <25시> 작가 게오르기우는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죽음과 같다.”고 했다.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폴 토우르니에는 “외로움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절망적인 만성적인 질병”이라고 했다. 실제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의 80%는 외로움 때문에 불면증이나 신경 쇠약 증세가 더 심해진다. 외로우면 사람의 면역 체계가 약화되어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학자들은 외로움은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보다 더 해롭다고 말한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시대인데 이런 때에 가장 무서운 병이 치매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치매에 잘 걸리는 사람들은 대개 외로운 사람이라고 한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현대인의 고독>이라는 책에서, 고독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먼저,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된 상태라고 했다. 이 경우는 자기가 자기를 미워하여 결국은 스스로 삶을 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로, 자기를 내어줄 만한 상대가 없는 상태가 있는데 아무도 믿지 못하여 타인에게 공격으로 나타날 경우 과격한 사회적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요즘 많이 나타나는 “묻지마 살인”이라든가, “무차별 총기 난사”와 같이 외로운 늑대들에 의해 자행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바울은 생애 말년 대단히 외로운 처지가 되었다. 로마 감옥에서 죽음의 위협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며 극도의 외로움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외로움에 휘둘리지 않고 외로움을 넘어서는 믿음을 보여주었다. 그가 외로움에 꺾이지 않고 장렬한 순교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첫째로, 그는 무엇보다 탓하지 않았다. 자기를 떠난 동역자들을 탓하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자기를 탓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선한 싸움을 싸웠고 달려갈 길을 마쳤고 믿음을 지켰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다. 외로울 때 남 탓을 하거나 내 탓을 하는 것은 나를 더 외롭게 한다. 그러므로 외로울 때 남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고, 자기가 자기를 인정해 주고 칭찬할 수 있다면 좀 더 쉽게 외로움의 강을 건널 수 있다. 둘째로, 바울은 외로운 순간에 자기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다.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마가와 함께 자기에게 오라고 하였다. 또한 올 때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도록 따뜻한 겉옷과 읽을 책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이런 바울의 태도는 우리에게 실제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집안이 썰렁하고 배가 고프면 더 외롭다. 그러므로 외로움을 느낄 때면 식사라도 든든하게 하고 집이라도 따뜻하게 온도를 높이면 덜 외로워진다. 셋째로, 바울은 주님의 임재를 확신하면서 사명의 길을 갔기에 외롭지 않았다. 바울은 주님이 시키신 일을 행했기에 주님이 곁에 계심을 믿으면서 흔들리지 않았다. 성도의 길은 좁은 길이기에 외롭다. 그러나 주님과 동행하면 과히 외롭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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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