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형제의 피를 나눈 사랑스런 민족

류응렬 목사

(와싱톤중앙장로교회)

튀르키예 지진 소식에 온 세계가 아파합니다. 지난 2월 6일 현지시각 새벽 4시 17분, 구 터키였던 튀르키예 중남부와 시리아 서북부를 뒤흔든 7.8규모의 강진에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건물만 무너진 것이 아니라 사람의 육체도 우리의 마음도 함께 무너져 내렸습니다. 현재까지 5만명 가까운 사람이 죽음을 맞이했고 앞으로 사망자가 1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아픈 소식도 들려옵니다. 

튀르키예는 한국과 특별한 관계의 나라입니다. 이전의 국호 터키는 6.25 전쟁 때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약 1만 5천명이라는 엄청난 군대를 파견해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천명 가까운 전사자와 2천명이 넘는 부상자를 내었습니다. 북한이 전쟁을 도발하고 한국이 풍전등화 같은 위기에 놓였을 때 터키의 고등학생들까지 왜 한국에 군대를 파병하지 않느냐고 데모를 벌일 정도였습니다. 오늘 우리나라가 자유를 누리는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많은 이름 모를 터키 젊은이가 조국을 위해 피를 흘렸기 때문입니다. 

20년 전 제가 터키에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출입국 관리부터 호텔 직원 그리고 식당에서 봉사하는 분들도 한곁같이 Oh, Brother! 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만난 연세가 지긋한 할아버지는 자신이 한국 전쟁에 참여한 사람이었다고 마치 오랜만에 만난 아들처럼 저를 따스하게 맞이해 준 일도 있었습니다. 터키 사람들은 장소와 관계 없이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이라는 말 하나로 바로 형제가 되는 특별한 나라였습니다. 

터키를 향한 한국인의 고마움과 사랑은 2002년 월드컵 경기 때 나타났습니다. 한국과 터키가 가진 3, 4위 전을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라고 불렀습니다. 상암경기장을 가득 채운 7만명의 관중 대부분은 한국인이었지만 5만개가 넘는 터키 국기를 함께 들고 있었고, 자신의 나라에서도 볼 수 없었던 거대한 터키국기가 관중석에 펼쳐지는 순간 터키 선수들 뿐 아니라 터키 국민들까지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리는 한국을 위해 다시 한번 피 흘릴 각오가 되어 있다. 터키는 1천명의 용사를 잃었지만 5천만명의 한국인을 얻었다.” 터키인들이 방송에서 한 말입니다. 

경기는 승패에 관계없이 한국 선수와 터키 선수의 따스한 어깨동무로 끝이났고 터키인들은 승리한 것보다 한국인들의 터키 사랑에 더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2002년 월드컵 한국 터키전이 있던 날, 한국인에게는 식사비와 호텔비도 받지 않던 나라, 월드컵 이후 한국 사랑의 불길이 일어나 터키 수출이 눈덩이 불듯이 늘어갔던 나라가 터키입니다. 진정한 형제애로 뭉쳐진 나라는 각박한 경쟁체제의 세상에서도 사랑이라는 이름 하나로, 심장에 녹아든 애정 하나로 서로를 격려하고 축복하게 됩니다. 

이런 형제 나라 터키, 튀르키예가 고통의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한국이 공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청춘을 한국에 바친 그 젊은이들의 나라가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손이라도 붙들어 주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헌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무너진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 복구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마음이 무너진 사람의 가슴은 오직 사랑만이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받은 생명을 바친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아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전하는 사랑은 오랜 세월 형제 나라로 사랑했던 터키에 대한 고마움을 넘어 그들을 바라보며 함께 아파하실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는 사랑의 통로가 될 것입니다. 

특히 우리 크리스천이 튀르키예를 위해 기도하고 섬겨야 할 중요한 이유는 한국과의 특별한 역사 때문만이 아닙니다. 현재 튀르키예는 공식 국가 종교는 없지만 무슬림이 전체 인구의 99%를 차지하는 절대적인 이슬람 국가입니다. 기독교인은 극소수로 그나마 대부분이 그리스 정교회 소속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번에 지진의 아픔을 극복하고 무너진 나라 곳곳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랑의 손길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을 일으키기를 기도합니다.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튀르키예 땅에 하늘의 문을 여시고 긍휼을 베푸시고 저들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시며 주님을 알아가는 생명의 햇살을 저들 위에 비추어 주소서.                 preachchrist@kcpc.org

02.25.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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