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교회, 풀러 Th. M
하버드 대학교에서 1938년부터 75년에 걸쳐 724명을 대상으로 “인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추적 조사를 하고 그것을 <인생성장보고서>라는 자료를 만들어 발표하였다. 거기에서 인생을 정말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부나 명예나 학벌이 아니라 관계라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돈이 많거나 명예나 학벌이 대단하면 행복할 것으로 여기지만 그것은 착각이며 실제로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좋은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간관계에 대해서 중요한 세 가지 메시지를 발표하였다. 첫째, 고독은 해롭다. 가족이나 친구나 공동체와의 관계가 긴밀할수록 더 행복하고 육체적으로도 더 건강하며 오래 산다. 둘째, 친구가 얼마나 많은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관계의 질이 중요하다. 50세에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면 80세에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할 확률이 높다. 친밀하고 좋은 인간관계가 노화를 막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 셋째, 좋은 인간관계는 육체뿐만 아니라 두뇌도 보호한다.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갖는 80대는 그렇지 않은 80대보다 훨씬 더 건강하다.
그런데 좋은 관계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데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대단히 힘들다. 주도권 다툼 때문이다. 가정에서 부부가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 수십 년을 살면서도 주도권 다툼이 끝나지 않는 부부가 의외로 많다. 주도권 다툼은 부모와 자식 간에도 있다. 그뿐만 아니다. 일터에서도, 교회에서도 주도권 다툼은 있다. 노골적으로 다투는 상황은 아니라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 문제는 심각하다. 주도권 갈등의 출발점은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데서 시작한다. 남편은 남편대로 나는 옳고 아내는 틀렸다고 생각하고 아내 역시 마찬가지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옳고 당신은 틀렸소.” 이렇게 말로 주장하지는 않을지라도 내면에 이런 생각을 갖는 한 인간관계가 편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힘을 빼야 한다. 모래 웅덩이에 빠졌을 때 타이어의 바람을 빼야 거기서 나올 수 있다. 운동을 하는 데도 운동 고수들의 자세를 보면 힘을 빼고 유연하다. 몸에서 힘을 빼는 것은 모든 운동의 기본이다. 대화할 때도 힘을 빼고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고 소통해야 대화가 이루어진다. 힘으로 상대를 누르지 않고 목소리에 힘을 빼고 얼굴 표정에 힘을 빼고 배려와 겸손함 속에서 상대를 세워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 하나님은 우리가 힘이 빠지기를 바라신다.
요셉도 17세에 한창 꿈을 꾸면서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 힘을 빼고 총리가 되게 하시는 데 13년 세월이 걸렸다. 모세 나이 40일 때 너무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하나님은 모세를 사용하실 수 없으셨다. 80이 되었을 때 비로소 힘이 좀 빠졌다. 하나님이 모세를 만났을 때 처음 하신 말씀이 발에서 신을 벗으라는 것이었으니 역시 철저히 힘을 빼라는 주문이었다. 다윗도 골리앗을 물리치고 승승장구할 때 하나님 보시기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40세가 될 때까지 사울의 칼날에 쫓겨 다니게 하면서 힘을 빼셨다. 예수님을 따르는 데도 먼저 힘이 빠져야 한다. “나를 따라오려거든 먼저 자기를 부인하라.”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자기를 비우셔서 사람이 되시고 십자가에 죽기까지 복종하신 것 역시 힘을 빼신 것이다. 그래서 부활의 영광을 누리시고 모든 무릎이 그분 앞에 꿇게 되었다.
젊을 때 힘이 많이 들어갔기에 아내와 갈등이 많았다. 무엇이든지 내 주장대로 하고 싶어 했다. 조금씩 내 주장을 꺾고 아내의 말을 경청하니 아내가 행복해한다. 아이들에게도 주도권을 놓치기를 싫어했기에 아이들 가슴에 멍이 많이 들었던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목회를 오래 하다 보니 내 목회에도 힘이 많이 들어가 있었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공연히 큰 소리로 설교하기도 하였다. 되도 않는 주장으로 목청을 높여 교인과 다투기도 하였다. 힘을 빼고 나를 비우기 시작하니 교인들과 다툴 일도 적어진다. 확실히, 힘을 빼는 것은 좋은 인간관계의 시작이 될 수 있다.
minkyungyob@gmail.com
02.18.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