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주 경찰폭력을 보며

최해근 목사

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지난 1월 7일 토요일 저녁 테네시주 멤피스 시에서 교통단속을 하던 경찰들이 타이어 니콜스라는 흑인 청년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구타한 결과 심장마비와 신부전증으로 병원에서 사흘 뒤인 10일(화) 4살 된 아들을 남겨두고 사망했습니다. 니콜스가 경찰의 무력에 의해 제재를 당하면서 외친 말은 ‘엄마’였습니다. 실제 니콜스의 어머니 집은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불과 80야드(73m) 떨어진 거리에 있었으며, 어머니인 로우본 웰스는 아들이 간절하게 어머니를 부르며 고통스러워하던 그 시간에 현장으로 뛰어와 도움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해 무척이나 아파했습니다.

인종을 넘어 모든 인간은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엄마’를 부르곤 합니다. 니콜스를 폭행하여 숨지게 한 5명의 흑인 경찰관들은 사건 이후 모두 해임됐고 2급 살인, 폭행, 납치, 공권 남용, 억압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이들은 니콜스가 난폭 운전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바디캠 영상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은 몇 년 전 코로나가 최고의 기승을 부릴 때 일어났던 또 다른 경찰의 폭력을 기억나게 만들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20년 5월 미네소타 주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관 무릎에 목이 눌린 채 비참하게 사망한 후 전국적으로 빠르게 ‘Black Lives Matter’, 흔히 말하는 BLM 시위를 촉발시켰으며 그 결과 국가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습니다.

이번에 아들을 잃은 어머니 웰스는 비록 아들이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사람들이 도시를 불태우고 거리를 파괴하는 것은 원치 않으며 자신의 아들 니콜스도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원치 않았을 거라며 니콜스와 자신을 생각해 준다면 평화적으로 시위하기 바란다고 부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뉴욕과 LA등 대도시에서는 경찰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시위 도중 또 다른 폭력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왜 이렇게 경찰들이 쉽게 폭력적으로 바뀔까요? 거칠고 힘든 폭력의 현장에서 매일 일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폭력자의 모습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폭력의 폭력성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고 지극히 정당화되는 자기모순에 쉽게 빠지곤 합니다. 그래서 경찰관들에게 무엇보다도 더 필요한 것은 부드러움과 따듯함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총기로 무장하고 훈련받더라도 그 마음 깊은 곳에 긍휼함을 가지고 사람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그 모든 무기와 훈련은 오히려 사람을 더 잔혹하고 보복적인 인간으로 변형시켜 가는 흉기가 될 수 있습니다.

총기폭력자료(GVA)에 의하면 2013년 1월 한 달 동안 총기사고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의 숫자는 1,546명에 이릅니다. 계속 확장추세에 있는 이런 폭력에 대처하기 위해 더 강한 무기와 훈련은 우리 주변 삶의 현장에서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처럼 부패한 사람과 사회를 대할 때, 그 모든 외형적인 문제의 뒤 안길에 숨어있는 내면 영혼의 무너짐을 읽어내고, 그 무너짐을 사랑과 용서 그리고 새로운 소망으로 채우고 바꿔 가는 것이 가장 지혜롭고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2023년, 이 한에도 여전히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샬롬.

hankschoi@gmail.com

02.04.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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