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정치를 넘어

최해근 목사

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아이를 키우면서 누구나 경험하는 일 중의 하나는 또래들 끼리의 갈등입니다. 한 아이가 자신의 억울함을 엉엉 울면서 말하는 것을 들은 후에 그 상대쪽 아이의 전혀 감정이 섞이지 않은 차가운 상황 설명을 듣다 보면 때론 허탈할 때도 있습니다. 엉엉 울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아이가 실상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숨긴 채 눈물로 진실을 가리는 경우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는 어른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한 교회에서 일어나는 내분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양측의 입장을 듣다 보면 자주 자신들이 잘못한 경우는 살짝 빼고서 상대의 잘못에만 메이는 것을 볼 때도 있습니다. 결국 자신들의 진실성을 스스로 떨어트리는 셈입니다. 더 신뢰받는 자리에 있기를 원한다면 자신의 혹은 내 편의 숨겨진 실수와 잘못까지도 정확하게 인정하고 고백해야 합니다.

 

미국과 한국, 두 국가의 정권이 바뀐 후 우리가 뉴스를 통해서 듣고 알았던 많은 내용이 사실과 진실이 아니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 개인의 삶과 관련된 사건뿐만 아니라 국가의 장기적인 방향을 정하는 그런 중차대한 경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런 정직하지 않은 자료들을 제공한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전문가 그룹’이라는 사실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자료들을 복잡하게 뒤틀고 가공하여 전혀 다른 결론을 유출한 후 그것을 ‘전문가’라는 단어 속에 숨겨서 비전문가들인 국민들의 의견과 판단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비양심적인 정치인들의 요구에 전문가들이 부응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각 시대 정권을 맡은 집단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 기준과 목표에 따라 정치를 할 권한을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정치적 행위에 대해 선거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습니다. 그들이 세운 가치 기준에 근거한 정치 행위가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에 국민들이 그런 정치적인 행위와 선택에까지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한 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명백한 자료들을 가공하고 수정하여 국민들을 속이는 행위입니다. 지금 정권을 맡고있는 쪽에서 반대쪽을 향해 계속해서 지적하고 공격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행적에 대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더 염려스러운 것은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되거나 가공된 자료를 만들거나 이용하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입니다.

 

모든 자료를 있는 그대로 책상 위에 놓고 의논할 뿐만 아니라 이후에 국민들이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의 영역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간다면 결코 한 정권이 끝난 후 반대편 정권으로부터의 독설과 공격도 현저하게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진실과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는 시장터 야바위꾼들의 행위와 흡사한 것을 정치라고 이름을 붙여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길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내편 상대편 할 것 없이 사실과 진실에 근거한 제대로된 정치, 새로운 정치가 새해를 이끌어 가기를 기대하며 오늘 평범한 하나님의 백성된 내 삶 속에서 진리를 세워가도록 기도하며 나아갑니다. 샬롬.

hanks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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