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장로교회)
언제나처럼 한 해가 저무는 시간 앞에 서 있는 마지막 주간이다. 제야의 종은 울릴 것이고, 사람들은 카운트다운과 함께 새해를 만날 것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와 정치적 이슈들은 기대보다는 불안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진단도 희망보다는 염려로 덮여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사실 역사는, 인간의 선택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올라탄 세대와 세대의 연결을 따라 이어져 내려왔다. 그렇게 흐르고 있는 역사 속에서 올해는 우리가 여기 이렇게 서 있는 것이다.
물론 추위에 강한 특징을 보인 네안데르탈인은 빙하기 중에도 사냥을 하며 자신들만의 생존방식을 찾아 살아낸 똑똑하고 인내심이 강한 ‘고인류, 원시인류’였다는데, 온전한 언어가 없었는데도 하이에나 같은 포식자보다 위에 있는 사냥꾼이라고 인정하는 것처럼 정말 강한 존재인가? 그러나, 인류학에서 네안데르탈인은 ‘멸종’이라는 단어와 함께 사라졌다고 설명한다. 이어서 등장한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는 1758년 칼 폰 린네가 고안한 이름으로 사실상 현존하는 인류의 조상을 뜻한다. 네안데르탈인과는 달리 ‘생각하고, 언어를 사용하고,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뿐 아니라 사회를 이루어 공동체를 이루어사는’ 생명체인 호모 인종은 강하고 슬기로운 존재인가?
오늘 우리는 한 인간으로 한 해가 저무는 자리에 서 있다. 인간(human)과 인류(mankind)로 나누어 쓰면서도 혼용해 쓰는 지칭의 대상인 ‘사람’인 우리가 여기 서 있다. 수천 년이 넘게 매년 이런 자리에 서 온 ‘한국인간’이나,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와 자리 잡아 최고강대국의 자부심을 갖고 사는 ‘미국인간’은 다르지 않다. 유럽인간, 오세아니아나 인간, 남미인간... 나아가 이제 태어난 인간이나 나이든 인간이나 누구에게나 한 해가 지나는 이 자리는 동일하게 인간을 대한다.
그런데, 특히 한국이나 일본에서 요즘 인간(닝겐)이라는 단어는 대개 상대를 낮추어 얕잡아 일컫는 의미의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한 인격체로서 지칭하거나 존중의 의미를 담은 ‘사람’이라는 단어로 불려질 때 훨씬 더 고맙다. 그렇다면, 우린 지금 ‘한 사람’으로서 해가 저물어가는 이 자리에 생각하며, 느끼며, 감사하며, 행복하게 서 있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정체성이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때 더욱 그렇다.
팬더믹 3년차들인 교회는 요즘 조바심에 빠져든 것 같다. ‘교회가 줄었다.’, ‘젊은이, 어린이가 사라졌다.’, ‘미래가 없다’, ‘한국교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교회의 미래’…. 오래전부터 다루어지고 내세우던 것과 다를 바 없는 이러한 주제와 제목들을 가지고 열려지는 세미나들과 통계 결과들이 교회에 제시되고 있다. 물론 목회자들은 또 한 해 다가올 매주 매일이 걱정된다. 그리고 내일의 교회도 걱정된다. 그래서 새로운 자료들을 찾아보고, 세미나에 참석해보고, 어디 누구 없냐고 전문가를 찾아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송구영신예배를 준비하면서도 내년 한 해의 목회 현장이 걱정되는 교회들이 찾아낸 연구 데이터와 안내서와 논문들은 교회를 안심시킬 수 있을까? 그러나, 자세히 보자 ‘트랜드’라는 틀 안에서 제안된 방법들을 사용하면 드디어 현실적 문제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언제부터인가 교회도 트랜드를 따라서 움직여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트랜드(trend)의 우리말은 유행(流行)으로 ‘한 사회의 어느 시점에서 특정 생각, 표현방식, 제품 등이 그 사회에 침투 또는 확산해나가는 과정에 있는 상태’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트랜드에 예민한 것은 모든 디자이너의 공통점이라고 한다. 그러나, 브랜드를 창출하는 디자이너는 ‘트랜드를 따라가지 않고 트랜드를 창조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신년목회계획, 목회자들이 기도하며, 공부하고 연구해서 경험에 비추어보며 내어놓는 새해 각 교회의 목회현장이 돋보이는 어떤 브랜드를 따라가는 목회가 아니라, 똑같은 말로 수천 년을 내려온 성경이 어느날 누군가의 가슴에서 생명으로 태어나듯이 이전에 있었던 어떤 것일지라도 새해 어느 교회에서든 생명이 탄생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으로 들려오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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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