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

최해근 목사

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제22회 월드컵 축구대회가 12월 18일까지 대회 사상 처음으로 중동의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보통 월드컵 축구는 유럽 축구 시즌이 끝난 후인 5-6월 사이에 치러집니다. 2002년 서울 월드컵도 6월 한 달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개최국 카타르의 5-6월 평균온도가 50도에 육박해서 온도가 내려가는 11월로 시기를 옮긴 것입니다. 일정이 바뀌다 보니 많은 프로선수들이 부상으로 인해 월드컵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비롯하여 32개국이 8조로 나누어 예선을 치르며 1달간 지구촌은 축구라는 공통 주제를 놓고 만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을 때쯤에는 어쩌면 어느 팀이 우승을 했는지 그 결과도 나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월드컵 축구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드러난 것과는 달리 우리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어두운 면이 있음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신들은 뜨거운 사막의 나라 카타르에서 월드컵을 진행하기 위해 에어컨을 겸비한 축구장 건설과 기타 시설을 건설하는데 대략 2,000억 달러(약 267조 원) 이상이 소요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을 뿐만 아니라 그 공사의 뒷면에는 슬프고 아픈 이야기도 있습니다. 

주최국 카타르는 월드컵 경기장 및 기타 시설을 건축하기 위해 지난 2010년경부터 공사에 착수했으며 이 공사를 위해 인도 및 네팔과 같은 국가의 노동자들이 동원되었는데 이들 노동자들 중 6,700여 명이 공사현장에서 사고로 생명을 잃었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가 2016년에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공사에 동원된 노동자들이 불결하고 비좁은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낮은 급여와 사기, 임금체불 심지어 여권 압수와 같은 불법행위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2022년 월드컵을 ‘피의 월드컵’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주최국 카타르 월드컵을 유치하는 과정 중에 드러난 비도덕성입니다. 2010년 카타르를 개최지로 확정할 때 국제축구연맹의 블래터 회장이 금품을 수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후 블래터 회장은 사임했고 이후 블래터 회장은 카타르를 주최국으로 선정한 것은 실수였다고 인정했습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의 희생과 돈으로 만들어진 지구촌의 월드컵을 바라보며 이 아픈 지구촌으로 오신 예수님의 성탄을 생각합니다. 2,000여 년 전 임산부가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과 프라이버시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방 한 칸도 양보하지 않는 불안하고 위험한 지구촌에 아무런 권력도 돈도 없이 이 땅의 피조물로 찾아오신 창조주의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마치 월드컵의 화려함 뒤에 묻혀있는 수많은 공사현장 희생자들의 신음과 그 현장에서 가장(家長)을 잃어버린 수많은 가족들의 슬픔의 소리가 월드컵 응원의 소리에 묻혀 들리지도 않는 이 시대를 향해 주님께서 어디를 향해 마음과 눈을 가지고 계시는지 인류에게 보여 주시는 듯합니다. 

2022년 성탄에는 들리는 소리를 넘어 들리지 않는, 아니 전혀 소리를 내지 못할 만큼 약해지고 무기력한 지구촌의 아픈 소리와 모습을 마음의 귀와 눈으로 보기를 원하며, 메리 크리스마스!!

hankschoi@gmail.com

12.17.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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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19/2022

    서미경

    열광하는 관객들과 화려한 축구장과 축구선수들만 보았는데 화려함 뒤에 있는 어두움과 피의 희생을 들여다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겸손하게 오신 예수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구원을 묵상하는 성탄이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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