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엽 목사 (오렌지 카운티 나침반교회)
요즘 ‘가나안’ 성도가 자꾸만 늘고 있다. 가나안 성도라는 말은 교회를 안 나가는 성도, 그러니까 종교가 무엇이냐 하면 기독교라고 하지만 막상 교회에 나가지 않는 성도를 뒤집어서 하는 말이다. 얼마 전 한국의 어떤 종교기관에서 행한 조사에 의하면 자신을 기도교인이라고 밝힌 사람 가운데 10% 정도가 교회를 출석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니까 한국에는 천만 그리스도인이 있다고 하니 백만 명 가량이 예수를 믿지만 교회를 안 나가는 실정인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의 가나안 성도들이 신앙 연륜이나 뿌리가 시원치 않아서 교회를 다니는 것을 그만두었거나, 교회 내에서 조금만 어려운 상황을 만나도 떠나고 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 중에 다수는 교회를 적어도 10년 이상 출석했고, 각종 봉사직분을 두루 거쳤고, 한때 교회의 핵심멤버로서 깊이 참여했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대부분 교회를 다니지 않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신앙생활의 틀에 매이기 싫어서라고 대답했다. 교회를 다니는 일은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하나님만 믿으면 됐지 꼭 교회라는 틀에 속박될 필요가 있나 하는 반항심에 한두 주 교회를 안 나가다보니 자연스럽게 가나안 성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인터넷이라든가 텔레비전 예배가 가나안 성도들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사람들에게 시험을 당했기 때문에 가나안 성도가 되는 경우도 많다. 목사에게 시험 당하고, 교인들에게 시험 당하다보니 사람들이 모이는 교회조차 싫어졌다. 교회에 나가서 그런 인간들을 보느니 차라리 혼자 신앙생활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매우 우려할만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복음을 받아들인 역사가 깊은 일본에 20세기 초 성경은 믿지만 교회는 필요 없다고 주장한 무교회주의 운동이 일어났고 지금도 일본에서는 무교회주의가 전체 기독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일본의 기독교 신자가 고작 전체 인구의 0.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196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에서는 “예수는 좋지만 교회는 싫다”(Jesus is Yes, but Church is No)는 운동이 일어났다. 그래서 다 저마다 신앙은 간직하지만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 결과 신앙 자체가 흐지부지해져버렸고 박제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맞았다.
그러므로 교회는 중요하다. 3세기 기독교가 한창 박해를 받는 시대에 배교하는 사람들이 일어났다. 그래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교회를 떠났다. 그 때 카르타고의 주교였던 키프리아누스는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고 주장하며 교회를 떠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역설하였다. 그가 한 유명한 말, “교회를 어머니로 모시지 않고서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실 수는 없다.” 키프리아누스에게 있어서 교회를 떠난다는 것은 구원 바깥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교회에 머무르고 속하는 일은 어떤 희생과 대가를 치르고라도 지켜야 할 신앙의 숭고한 표현이었다. 이런 정신이 종교개혁 시대에 그대로 종교개혁가들에 의해 전해져 내려왔다. 그래서 칼빈도, 루터도 똑같이 주장했다. 개혁가들에게 있어서 교회사랑은 하나님 사랑이고, 하나님 사랑은 교회 사랑이었다. 루터는 이런 말도 했다. “그리스도를 찾는 이라면 먼저 교회를 찾아야 한다. 그리스도에 대해 무언가를 알고자 하는 이는, 그 자신을 의지하거나 그 자신의 이성으로 천국에 닿겠다고 하지 말고, 교회로 가야 한다. 교회에 출석하고 교회에 물어야 한다. 왜냐하면 교회 바깥에는 진리도, 그리스도도, 구원도 없기 때문이다.”
가나안 성도가 이 시대에 이렇게 많은 것에 대해서 한편 마음으로는 그들에 대해 이해하는 마음도 있다. 오죽 교회가 세상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 했으면 이렇게 괄시를 받을까. 한 사람의 목회자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아픈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자기의 잘못을 고백해야 한다. 그때에 자신은 교회를 떠났을 뿐 하나님을 떠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 다른 사람, 누구누구 때문에 교회를 떠나게 되었다고, 자기가 교회를 떠난 것은 순전히 그들의 책임이라고 떠넘기기만 할 수 있을 것인가? 교회는 왜 이렇게 중요한가? 교회는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는 이 땅의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가나안 성도들에게 고든 콘웰신학교의 총장이었던 제임스 에머리 화이트 목사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신앙은 후원을 필요로 한다. 기독교 공동체로부터 멀어지면 우리는 곧바로 시들어버린다. 우리는 격려를 주고받는 환경을 필요로 한다. 신념은 진공 상태에서 존재할 수 없다. 영양분을 공급해주고, 계속적으로 힘을 불어넣어주어야 한다.” 목회자가 보기에도 오늘날의 교회는 너무나 불완전하다. 그래도 교회에 모여야 산다. 그래야 개인도 살고 사회도 살며 교회 자체도 산다. danielkmin@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