줏대없어 아쉽게 끝난 아론

이희녕 사모 (프린스톤한인교회)

앞장서 두드러진 지도자 뒤엔 반드시 돕는 동역하는 보조 지도자들이 있습니다. 아론은 어떤 동역자였나요? 아론은 하나님의 능력을 무수히 보았어도 코앞에 닥친 스트레스에 약하여 누구든 목소리가 큰 자들에게 줏대 없이 필요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인물입니다. 비굴한 노예근성으로 말만 무성하고 도무지 무분별하고 손발을 맞추지 못하여 신뢰할 수 없는 그런 자가 모세의 제일 측근으로 광야교회의 동역자였습니다. 모세가 어찌 하나님께만 엎드리지 않을 수가 있었겠는가?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아멜렉 전쟁 때는 모세가 기도해야 이김을 보고 죽기로 저의 손을 제대로 들어주고 모세가 손들고 중보토록 열심히 도왔습니다. 그러던 저가 노도처럼 난리치는 백성들이 무서워 잠시 모세가 십계명 받으러 간 새 금송아지를 앞장서서 만들고 백성들이 광란의 잔치를 벌이도록 조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자입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자격 없는 자가 요직에 앉으면 정말 많은 백성들을 구렁텅이에 빠트립니다. 진정으로 백성들을 위하기보다 저들의 요구에 끌려 다니며 아부하는 사이비입니다.

직분을 만용하는 것 보며 자란 자녀들이 신성한 제사장 직무를 제대로 이해할 리가 없습니다. 제사의 심각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독주에 취해 잘못된 불을 여호와께 드리다 즉석에서 자녀둘이 여호와의 불에 타 죽었으니 직분의 신성함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죄 값이 참으로 무섭습니다. 그래도 하나님께서는 아론을 버리시지 않고 자손대대로 거룩한 제사장직을 맡기십니다. 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직분의 심각성을 정립해야 하기에 하나님은 두 아들을 죽이시는 극단의 카드로 그 가족을 대제사장직에 맞도록 깎으셔서 사용하십니다. 동생이 공인임을 잊고 모세의 리더십에게 도전해 중대한 가나안 입성의 길에 걸림돌 노릇하던 미라암의 분수없이 나대는 큰 목소리에 합세해 또 무분별하게 모세를 대적하다 미리암이 문둥병이 즉석에서 발하니 모세에게 엎드려 “내 주여” 부르며 자비를 구하는 수모를 자처합니다.

므리바 물가에서 여전히 인내심의 한계에 화내는 모세를 진정시키기는커녕 함께 흥분하여 한 수 더 뜹니다. 하나님의 허락은 거기까지였습니다. 대 가나안 입성의 영광은 닫히고 대 제사장 직분이 아들에게 이양되고 겨우 쓰임받습니다. 안타까운 도중하차 하늘 집으로 불리웁니다. 그래도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도무지 이상한 인간을 당장 버리시지 않고 그것도 하나님께 제사드리고 섬기는 중차대한 대제사장직을 맡기신 하나님이십니다. 도무지 그릇이 못되는 한심한 무자격자들일지라도 더 이상 도무지 사용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갈아 치워야할 때까지 섬길 기회를 주시는 긍휼을 베풀어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아무리 아들이 죽어도, 누이가 문둥병이 걸려도 직접 본인에게 불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것인지? 아무리 하나님과의 동행을 위한 심한 훈련을 해주셔도 깨닫지 못하고 하나님과의 깊은 인격의 만남의 기회가 빗겨가다 종래는 끝까지 자리 보존조차 못하고 죽음을 맞는 무익한 종의 길의 본보기를 아론에게서 봅니다.

하나님의 일은 언제나 차선이고 사역을 자신의 개인 사업정도로 생각해 교인들의 여론에 눈치보고 휘말리며 사명을 놓친 요즘의 많은 사역자들의 모습을 아론에게서 보며 마음이 너무도 아픕니다. 오늘날 허다한 무리의 사역자들 가운데 아론의 길을 가고 있는 진정한 하늘의 사명이 빠진 이들이 태반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과 애통의 기도가 가슴을 칩니다. 과연 몇이나 달려갈 길을 달려가고 뒤에 오는 제자 여호수아에게 제대로 사역을 이양하고 불리움을 받는 모세의 길을 끝까지 감당하는지? 참으로 선생들은 즐비하나 세상을 인도해갈 섬기는 지도자를 키워내는 부모된 멘토 모세는 희귀한 시대입니다. 므리바에서 원망에 빠지는 자들 향해 감정에 앞서는 모세를 붙들어 앉히지 못하고 오히려 동조하니 아론이 이스라엘 자손에게 준 땅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호렙산에서 아들에게 제사장옷을 물려주어 이양케 하니 저가 산꼭대기에서 죽습니다.

파워가 제일이라고 믿어 힘센 자에게 붙어서 아부하는 빈대인생이었지만 그래도 위대한 지도자 모세 곁에서 대변도 하고 저의 힘겨운 손을 들어줄 수 있었던 조력자로 영광스런 대 제사장의 집안으로 아들에게 대대 물려도 줍니다. 부족한 능력 탓이 아니라 사람됨됨이의 용량이 따라오지 못해 엎치락뒤치락 넘어지길 밥 먹듯이 했지만 그래도 아론은 모자라는 가운데서 하나님이 부르실 때까지 모세 곁을 나름대로는 지켰습니다. 하나님께 불리워간 후 백성들이 30일이나 호곡을 하고 알아준 나름대로 최대의 생애로 마감합니다. 스스로 도중하차 하지 않으면 부족하면 부족한만큼 최대로 사역의 기회를 주시며 버리시지 않는 하나님의 하염없는 은혜를 아론에게서 보며 오히려 늘 넘어졌다 일어났다 하는 모자라는 제 자신을 보며 큰 위로가 되고 부족한 이 모습 그대로 계속 써주시길 자원할 힘이 됩니다. 모자라다 꾸짖지도 버리시지도 않고 끝까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