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모르고 지내는 것도 은혜

김요섭 목사

열매교회

교회 밴에 트레일러를 연결해서 왕복 8차선 고속도로 중 2차선에서 80마일로 주행하고 있었습니다. 운전하며 가는데 1차선에서 경찰차로부터 스피커로 음성이 들립니다. 차를 3차선이나 4차선으로 바꾸어서 가라는 경고 음성입니다. 경찰은 경고만 주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순간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랐습니다. 경찰의 지시에 따라서 차를 3차선으로 변경하여 가는데 차를 추월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서 다시 2차선으로 바꾸어서 달리게 되었습니다. 5분쯤 2차선으로 가는데 뒤에서 경찰차의 불빛이 번쩍이면서 또 음성이 들려옵니다. 이번에는 차를 가변 차선으로 세우라는 경고 음성입니다. 속으로 “교통 위반 티켓을 받게 되었구나”라고 마음먹고 경찰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차 옆으로 와서 운전 면허증, 보험증, 차량 등록증을 보여달라고 해서 전달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이 왜 차를 세웠는지 설명해 줍니다. 자동차에 트레일러를 연결하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순간 상업 운전이 되기 때문에 제한 속도가 55마일이며, 4차선의 경우 3차선이나 4차선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그런데 나는 2차선에서 80마일로 달렸기 때문에 교통 위반을 하였다고 말합니다. 나는 교통 법규를 잘 몰랐다며 1차선으로만 운전하지 않으면 괜찮은 거로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이 “어디를 가는 중이었느냐?” 고 묻길래 “교회 동산에 심은 나무에 물을 주러 가는 중이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경찰이 잠시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교통 위반 티켓을 발급하지 않고, 경고만 줄 테니 앞으로는 절대로 1차선이나 2차선이 아닌 맨 오른쪽 두 차선에서만 운전하며 다니라고 하면서 가도 된다고 하며 보내주었습니다. 나는 한 날에 5분 간격으로 경찰들로부터 두 번의 교통 위반 티켓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감사의 달이라 감사에 대한 말씀을 성도님들과 나누고, 계속해서 다가오는 주일에 하나님께 감사의 찬양을 드리며 감사절을 지낼 것에 대해서 설교하려고 했는데 하나님이 먼저 내 입술에 감사의 찬양을 하도록 해주셨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교회 밴에 트레일러를 연결해서 2차선에서 80마일로 다녔는데 그동안 한 번도 경찰을 만나지 않았던 것도 하나님의 은혜요, 경찰을 한 날에 두 번이나 만났지만, 교통 위반 티켓을 발급받지 않은 것도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하나님께 감사의 고백을 하며 운전하고 가던 중 문득 이전보다는 왠지 모르게 운전이 신경 쓰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경찰로부터 단단히 제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3차선이나 4차선으로만 운전하며 다니라는 경고의 음성 때문입니다. 교통 법규를 모른 채 다닐 때는 몰랐는데 교통법을 알고 난후부터는 편안함이 사라졌습니다. 조심하게 되고, 법대로 운전하려고 신경을 쓰게 됩니다.

우리가 때로 모르고 지내는 것도 어쩌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지혜로운 어른들은 귀가 잘 안 들려서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까 때로 듣지 못해서 상처받을 일도 없다고 합니다. 우리는 왜 자신은 빼놓고 이야기하냐고 하면서 힘들어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듣게 되면 나에게 무거운 짐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알고 지내는 것에 감사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모르고 지내는 것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모르면 편안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절을 맞아 모든 일에 감사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yosupbois@gmail.com

12.0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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