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교교회)
10여 년 전에 ‘성지순례’라는 이름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예수님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정만큼은 은혜가 넘쳤지만, 현대의 이스라엘의 모습은 결코 ‘성지’라는 이름을 붙일 만큼 거룩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스라엘 여행 중 예루살렘에서 한 선교사님의 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가 이미 이스라엘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었기에, 귀한 도움을 몇 가지 얻을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좋았던 도움은 밤 시간에 그와 함께 감람산에 올라 그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은 것이었다. 초등학생 때 부모님을 따라 예루살렘으로 와서 30년 가까이를 예루살렘 근처에서만 살아온 그의 이야기는 예루살렘의 의미인 ‘평화의 도성’과는 정반대로, 영화가 따로 없었다.
그가 고등학생 때, 버스 안에서 팔레스타인인의 자살폭탄테러를 겪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왼쪽 귀의 청력의 90% 가까이를 잃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덤덤히 털어놓는 그의 태도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더 마음 아픈 이야기가 남아 있었다. 그가 청력을 잃은 테러에서 유태인이 몇 명 죽었는데, 이스라엘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그의 20배가 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였다고 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전쟁이 끝이 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하마스의 잔인한 테러로 시작된 전쟁은 이스라엘의 더욱 잔인한 폭격을 불러왔고, 아직까지 멈출 줄을 모른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의 테러를 받으면 20대 1을 기준으로 되갚아왔고, 이번에는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사람 1600명이 사망했으니, 그의 20배에 해당하는 3만명의 사망자로 갚아줘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세계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공연히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도 전쟁이 멈추기를 바라지만, 이스라엘은 멈출 생각이 전혀 없다. 미국의 말도 듣지 않는다. 하마스에게 잡힌 200여명의 포로를 돌려받지 못해도 20배로 갚아줘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면, 이스라엘이 악하다는 말인가? 맞다. 악하다. 그렇다고 하마스가 옳은가? 아니다. 하마스도 악하다. 이스라엘이라고 해서 결코 의로운 것만은 아니고, 하마스는 잔인한 테러로 이 전쟁을 시작했으니, 결코 의롭지 않다. 누가 누구보다 더 악하고 덜 악하다고 구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만, 피가 피를 부르는 증오와 폭력은 멈추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평화를 만들려고 하면 그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또 희생되어야 한다. 이미 만 명이 넘게 죽었다.
이런 전쟁이 벌어지면 우리는 보통 우리가 누구를 편들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스라엘 편을 들어야 할까? 아니면 하마스 편을 들어야 할까? 우리가 들어야 하는 편은 하나님 편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무엇일까? 평화가 아닐까? 총칼을 내려놓고 화해의 악수를 나누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전쟁을 멈추고 평화가 오기를 기도하자.
“그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이사야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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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