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교교회)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지난 한 해 있었던 일들 중에서 무엇이 마음에 남아 있는가? 큰 성공을 이뤘다거나, 오랫동안 기다렸던 일들이 이뤄지는 것 같은 좋은 일이 마음에 새겨져 있기도 하겠지만, 너무나도 마음이 아파서 2022년은 빨리 잊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일 수도 있다.
그래서 적당히 기억을 잊어버리는 것도 은혜가 아닐까? 지난 모든 일들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다면 그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지나온 기억들을 어느 정도 잊어버려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새로운 해를 시작하면서, 지난해의 기억은 어느 정도 잊어버리고 새로운 도화지를 꺼내듯이 새로운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과거의 잘못과 실수를 잘 기억하고 잘 되새겨서 내 삶을 선한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시켜 가는 것도 참으로 중요하겠지만, 과거의 부끄러운 기억들이 자꾸 기억나서 머리가 긁적여진다면 그것도 참 곤란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기억나는 말씀이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이사야 43:18) 이다. 하지만, 이 말씀은 마치 지우개로 지워버리듯이 과거를 다 잊어버려도 아무 상관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무책임한 사람으로 살아도 된다는 것과 같다. 하나님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과거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삶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교훈을 마음에 새겨서 더욱 바른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신다. 이 말씀은 바벨론 포로로 와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과거 출애굽의 놀라운 승리를 이제는 잊어버리라는 의미이다. 과거에 주님께서 허락하셨던 놀라운 은혜를 기억하며, 그때의 받았던 은혜만을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빌립보서 3:13) 라는 고백에서 알 수 있듯이, 바울사도도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많은 교회를 개척하고, 많은 글을 남기고, 많은 사람 또한 남겨 놓았지만, 그런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 놓은 업적을 자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달려갈지가 더욱 중요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자칫하면 ‘왕년에’, 요즘 말로 ‘라떼’에 취하기 쉽다. 내가 지금까지 해 놓은 일, 쌓아 놓은 것들로 나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다. 특히 요즘처럼 무언가 성취를 만들어 내기 힘든 시대에는 앞으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계획보다는 과거에 체험했던 화려한 추억을 되새기게 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하지만, 주님은 우리가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기를 원하지 않으신다. 아니, 도리어 더 큰 역사를 이룰 테니, 그것을 소망하라고 말씀하신다.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실”(이사야 43:19) 주님을 소망하기를 원하고 계신다. 기독교 역사에 광야가 아니었던 적은 없다. 편안하고 넓은 길을 걸어갈수록 교회가 더 타락했던 경우를 지난 역사 속에서 수도 없이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렇기에 광야 같은 시간이 도리어 더 큰 은총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사막이 도리어 더 주님의 인도하심을 선명하게 받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우리의 2023년이 비록 광야를 걸어갈지라도, 길을 내시고 강물을 내실 주님을 소망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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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