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올에서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얼마 전 사도 바울이 죄수의 몸으로 배를 타고 로마로 오기 위해 하선했던 항구 보디올(행28;13)을 다녀왔다. 현재는 뽀주올리(Pozzuoli)로 지명만 바뀌었을 뿐, 같은 지역이고 동일한 바다다.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을 가슴에 품고 있으니 할 말이 너무 많다는 듯 출렁이는 몸짓으로 길손을 맞이한다.

성경에는 바울은 보디올에 내려 형제들의 초청을 받아 한 주간을 그들과 함께 머물렀다(행28;14)고 했다. 당시 보디올에는 인구가 14만 명이 살고 있었다고 하니 당시 그리스도인들도 꽤 있었을 것이다. 당시 보디올은 로마에서 가장 큰 무역항으로 전 세계의 배들이 이곳을 드나들었다. 사도 바울이 죄수의 몸으로 로마로 온다는 소식을 발 빠르게 듣고 그를 기다렸던 보디올의 성도들, 그들의 초청을 받고 한 주간씩이나 머물렀던 자리가 어디쯤일 까하는 마음으로 보디올의 항구를 보듬고 있는 타원형 도시를 한참이나 서서 둘러보았다.

당시 이곳은 로마 귀족들의 최고의 별장들과 황제들의 별장들도 밀집되어 있었다. 네로의 별장도 물론 빠질 수 없었고.... 또한 잘사는 자들에게 건너뛸 수 없는 것이 혀끝을 충족시켜 일이다. 그것은 좋은 술과 맛있고 고급스런 음식일 것이다. 특권층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이곳 바다는 2천년 전에 벌써 양식장이 조성되었다고 한다. 그 양식장은 현대의 양식장과 차이가 없다고 한다. 다만 현대는 기계를 이용하는 것이 다를 뿐.

신선한 해물을 특권층의 식탁에 올리기 위한 발상은 놀랍기만 하다. 바울은 이곳에 하선하여 한 주간을 자신을 초청한 성도의 집에서 지낸 후에 아피아(Appia) 가도로 200Km를 걸어서 로마로 갔다. 한 주간 가까이 가는 길이었기에 숙박하면서 갔을 것이다. 기회가 되면 동료들과 함께 바울을 묵상하면서 한 주간을 걸어서 이 길을 걸어보고 싶다. 중간에 야영을 하면서 말이다.

스페인의 산티아고는 782Km 로 40일 동안 완주하는 코스라고 한다. 그 길을 걷다가 변화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신앙문제, 가족문제, 부부문제, 이성문제, 친구문제, 장래문제 등등. 그러나 아피아 가도는 성경적 역사로 볼 때 훨씬 더 의미 깊은 길이다. 사도 바울을 위시하여, 누가, 마가,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에바브로디도, 디도, 그레스게, 오네시모 등등 이 길을 걸어간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더 나아가서 로마의 주교 클레멘트의 편지에 의하면 베드로도 이 길을 걸어서 로마로 들어왔다.

한 주간을 오로지 바울과 그를 협조했던 복음의 일꾼들을 묵상하면서 이 길을 걸어간다면 아마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리라 믿는다. 더더욱 이 길을 통해 파리로 가던 중 스콜라 철학의 태두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1224-1274)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던 길이기도 하다. 바울이 숙박했을 지도 모르는 삼관은 현재 쓸쓸하게 돌무덤으로 남아있다. 

그 돌무더기를 바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울의 냄새를 맡아보며 팔로 안아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지 싶다. 바울과 위대한 영적 선배들이 땀 흘리며, 또는 복음에 감격하여 눈물 뿌리면서 걸어갔던 아피아 안티카(Appia Antica)의 유서 깊은 길, 그 길을 걸어서 완주하고 싶다.   죽기 전에....

chiesadiroma@daum.net

 

04.27.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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