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녹색회복” 우선순위 된다!

가디언, 기후 변화/위기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미 주요도시들 소개

팬데믹 상황에서도,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뉴올리언스를 비롯한 미 주요 도시는 기후위기라는 또 다른 중장기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녹색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Why some US cities are plotting a ‘green recovery’ after the pandemic).

 

로스앤젤레스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빽빽이 메운 자동차는 도시의 일상적인 장면이었기 때문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거리에서 자동차들이 사라지자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은 생경하고 섬뜩한 감정마저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LA 시민들은 거리와 사람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에릭 가세티(Eric Garcetti)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사무실과 상점이 문을 닫으면서 교통량이 줄어들거나 폐쇄된 도로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시민들이 다시 동네와 연결돼 있다고 느끼고 있다. 사람들이 자동차 대신 집 근처를 걷고, 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LA의 수십 개 거리가 변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한 미국의 몇몇 도시들은 “녹색회복”에 주목하고 있다. 녹색회복이란 기후위기에 대처함으로써 동시에 팬데믹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자동차 도로를 보행자와 자전거 전용도로로 바꾸고, 녹색 에너지 분야의 일자리를 늘리고, 홍수와 같은 새로운 위험에 대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도시의 외관과 느낌이 변하기 시작했다. 시애틀은 20마일(32km)에 달하는 도로를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기로 했다. 뉴올리언스는 대표적인 명소인 프렌치 쿼터(French Quarter) 한쪽을 보행자 전용도로로 바꿀 예정이다. 뉴욕에서도 많은 도로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노천 식당과 바로 바뀌고 있다.

가세티 시장은 자동차 도로가 줄어드는 데 대한 일부 주민들의 불만을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자전거 도로와 철로를 늘리는 것은 팬데믹 이전에 세워진 계획이며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더욱 절실해졌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렇게 덧붙였다.

“이 정책은 단순히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고 청정에너지를 지원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다. 시민들이 더 많이 걷고, 꽉 막힌 도로에 갇히지 않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팬데믹 이후 놀라운 도시를 보게 될 것이다. 여전히 오픈카를 타고 해변을 달릴 수 있고 멀홀랜드 도로에서 자가용을 타고 도시의 야경을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자동차 없이도 대중교통으로 그곳에 가서 먹고, 마시고 놀 수 있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녹색회복”이라는 개념은 일부 유럽국가에서 만들어졌다. 세계적으로 9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늦추기 위해 모임을 금지하면서 경제가 마비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총리는 집과 공공건물의 에너지 효율 향상과 온실가스 배출 저감 기술 개발에 대한 수십억 파운드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면서 “더 멋지고, 대담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에 맞서 300억 유로를 투입하기로 했으며, 독일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더 지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유럽보다 녹색회복에 소극적이다. 지난 3월 의회를 통과한 2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 중 기후위기대응에 쓰이는 예산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난주 민주당 의원들은 연방기금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이용을 확산하고, 빌딩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대기와 환경오염에서 유색인종 공동체를 보호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밴쿠버의 도시계획 전문가이자 컨설턴트인 브렌트 토데리안(Brent Toderian)은 도시 차원의 리더십과 추진력을 강조했다. “녹색회복은 도시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연방 정부가 주도하기 어려운 정책이고, 오히려 반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의 오클랜드시는 전체의 10% 수준인 74마일에 달하는 도로를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추진단계에서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또한 토데리안은 이렇게 덧붙였다.

“미국 도시는 대부분의 경우 일시적 변화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미 몇몇 도시에서는 다시 과거처럼 되돌아가고 있다. 유럽의 도시들은 대기오염과 같은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반면, 미국의 도시는 인종차별, 불안, 공중보건 위기, 노숙자, 무질서한 도시 팽창 등 팬데믹 이전부터 제기된 기존 도시 문제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

미국의 많은 도시는 지나치게 자가용 이용 비중이 높고, 녹지공간이 충분하지 않다. 게다가 기후위기로 인해 잦아진 폭염과 홍수에도 위험할 정도로 대비가 부족하다.

기후변화에 대해 진보적이라고 알려진 뉴욕시조차도 변화에 소극적이다. 지난 7월 빌 드 블라시오(Bill De Blasio) 뉴욕시장은 미국 최대의 뉴욕 도심이 파리처럼 변하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는 이미 자동차를 대신해 자전거 사용이 일상적이다. 블라시오 시장은 “뉴욕은 파리와 다르다. 뉴욕의 현실에 맞추어 결정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토데리안은 “뉴욕시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른 도시들에 보여줘야 한다. 뉴욕시장의 답변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시장의 주장은 뉴욕 예외주의가 아니라 단지 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핑계일 뿐이다.”

다른 도시들은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과제가 매우 시급하다고 인식하고 팔을 걷어붙였다. 뉴올리언스시는 해수면 상승과 폭풍의 위협을 막기 위해 수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전기차 충전소 확충과 가정 태양광 발전 확대를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라토야 칸트렐(LaToya Cantrell) 뉴올리언스 시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는 녹색 경제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 시민들은 기후 변화의 위협에 매우 취약하다. 도시가 바다로 가라앉고 있다.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11.14.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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