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수태되었습니다.’ 라고 말해주고 의사가 나가자 남편은 바닥에 주저앉더니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쉰둥이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저와 전 남편은 세 번째 보는 날이 결혼 날이 된 커플로 서울에 있는 장로집안의 딸과 엘에이에 있는 목사님 가정의 아들이 혼사를 맺게 된 경우입니다.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신부였건만 덜컹 아들이 생겨 낳게 되었지요. 그리고 …. 돐도 안 된 애기를 싸안고 시댁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어쩌자고 겁도 없이 나왔냐’고 질문하시는 분이 계실 것입니다. 언어가 같고 피부색 같았지만 서로가 자라난 지역이 수만리 떨어졌고 문화의 차이가 있어서인지 둘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이 높아만 갔었습니다. 차라리 국제결혼이 이보다는 더 쉽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철없이 교만했던 이유도 있었지요.
10여년, 싱글맘의 세월을 보내던 중, 남편의 재혼 소식이 들려왔고, 동시에 아들을 맡아 기르겠다는 제안이 해 왔습니다. 전 남편은 아들에게 잘 해왔으며 새엄마 될 사람 또한 수더분한 사람이라고 들었기에 아빠와 같이 있게 하는 게 오히려 나은 환경이 될 것임으로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아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박목월 시, 이별의 노래)” 이젠 내 앞길을 헤쳐 나가야 되는 시간이 온 것입니다. 혼자되고도 계속해서 교회에서 간사로 일했었기 때문에 이미 주위에서 기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용감하게 재혼을 위한 기도를 부탁드렸습니다.
저 역시 삼 년여 동안 기도로 무장하려 했고 마지막 일 년은 온라인으로 선(?)을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사람이 나이차가 아래로 꽤있는 어진 인상의 대만 유학생이었습니다. 그는 짧은 결혼기간이 실패로 끝나고 자녀는 없다고 했습니다. 일 년 반을 교제하면서 점점 좋아졌지만 나의 남편이 되게 해달라는 기도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 인데… 하는 마음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청혼을 받게 되었습니다. 자녀를 꼭 갖고 싶다는 말과 함께!
그때 내 나이 45살. 입양을 하나? 아니면 시험관 애기를 시도해야 하나? 그럼 어디에서 하는게 좋을까? 미국에서, 대만에서 아니면 한국에서? 등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대만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남편이 대만에서 가정주치의였기 때문에 대만에 가면 생활비를 벌 수 있고 또 시험관시술 비용이 미국에 비해 훨씬 나았기 때문에 다니던 학교에 일 년 휴학계를 내고 대만으로 향했습니다. 그 곳에 가서 만나게 된 시어머니 되시는 분은 똑바로 저를 쳐다보지도 않으셨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십대의 자녀를 가진 타민족의 여인… 눈에 찰 리가 없었겠지요. 어머니의 차가운 눈길은 어떻게 해서라도 아기를 가져야 되는 이유를 더하게 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시험관시술 전문인을 만나러 갔지요. 성공률3%, 그러니까 실패율 97%라고 말하며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정 원한다면 수정란이 자리 잡는 것을 돕기 위해선 체중을 늘려야 하고 몸에 신진대사가 활발해져야 되는 만큼 격한 운동을 많이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입에 맞든지 안 든지 그냥 입에 넣었습니다. 살찌는 것은 빼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들 하지만 내겐 마냥 힘들었습니다. Gym에 가서는 Kick boxing, weight lifting등의 과격한 운동을 쓰러질 듯이 했습니다. 지금도 당시에 운동이 끝나도록 쿵쾅거리던 내 심장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그 모든 아픔은 열 달 후 우리들의 공주, 사랑이가 태어나면서 꿈결에 있었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남편은 복학을 했고 숨 쉴 틈 없이 공부하는 와중에도 사랑이를 보면 절절 매곤 합니다. 내 나이 아직 쉰은 아닌데 친구들이 ‘쉰둥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떤가.. 귀한 생명을 허락하셨음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짠해지는 아들 이야기로 간증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아들은 새로운 가족들과 잘 지내며 기독교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며칠 전 전화통화에 AP class를 여러 개 택하다보니 공부가 많이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감당할 수 있게 기도해 달라고 합니다. 이번 추수감사절에 꼭 오겠다고 합니다.
아들이 오면 우리들의 작은 기숙사 방에 넘칠 기쁨과 감사를 생각하며 큰 미소를 하나님께 올려드립니다.
11.19.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