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박동서 목사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텍사스 주는 한때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 다음으로 많은 COVID 19 확진자로 인해 주민들 및 일선 병원근무자들의 긴장이 가라않지 않던 곳이었습니다. 전통적인 보수 성향으로 인해서 노골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도 않은 채 공공장소에 출입하는가하면, 무분별한 집단 파티들로 인해 확진자와 사망자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왔었습니다. 뒤늦게 주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처와 주민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확산이 점점 감소하는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자택 내 생활 및 학교와 직장의 폐쇄 등으로 인해 각종 정신질환 환자들이 홍수처럼 병원으로 몰려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신과 병동이 올 여름 증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병실이 100% 만실인 상태이며 입원 대기 중인 환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더 충격적인 사실은 입원환자의 평균 나이가 작년까지만 해도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었던 것이 지난 6개월간에는 30대 초반으로 변했습니다. 그만큼 20, 30대의 젊은 층 환자들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직장을 잃었으며, 다시금 부모의 집으로 돌아가서 함께 지내다가 갈등을 겪기도 하고 여성들은 심지어는 가정폭력으로 인한 극심한 우울증과 자살기도를 한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불안증과 우울증 등으로 진단받고 주치의와 가족들에 의해 입원치료를 권유받아 들어오게 된 환자들이지만, 개별적인 상담을 해보면 어릴 적부터 갖고 있던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코로나사태를 통해 생활방식과 환경이 바뀌면서 다시 노출되고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20대 후반의 한 여성 환자는 어릴 적부터 계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얻게 되어 독립하면서 자연스럽게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가, 직장이 폐업을 하면서 임시로나마 부모의 집으로 들어가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다시금 악몽이 재연되는 바람에 극심한 우울증으로 자살기도를 하게 된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그 가해자는 현재 형사고발되어 구속되었지만 이 환자는 이 일로 인해 가정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치료 후에는 크리스천 쉘터에 입주할 예정입니다. 이런 케이스는 수많은 정신 질환자들이 겪는 고통스러운 실제 상황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자살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직접적인 감정은 더 이상 아무 희망도 없어서 살고 싶지 않은 절망감(hopelessness)과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 자신에게 없다는 무력감(helplessness)입니다. 아울러 이 상태가 지속되면 감당할 수 없는 더 큰 고통이 찾아올 것 같은 두려움(fear)에 휩싸여 정상적인 생각과 판단이 마비되고 맙니다. 가장 손쉬운 도피책으로 삶을 포기하기로 결심합니다. 병원에서는 이미 한 번 혹은 그 이상 자살 기도를 하고 미수에 그친 환자들을 대하게 됩니다.  

저는 영적 돌봄을 통한 치유팀의 일원으로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 사회복지사 등과는 달리 당연히 성경적인 접근법으로 환자들이 생각이 바뀌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습니다. 주로 절망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과적인 무력감의 원인이 된 생각을 돌아보게 합니다. 왜 환자가 희망이 없다고 느꼈는지, 왜 지속적으로 절망감 속에 빠지게 되었는지 본인이 말하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육신과 자신의 능력만을 의지하게 되면 우리는 계속 실패를 반복하고 실망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인정하게 합니다. 소망을 오직 그리스도에게서 발견할 수 있도록 말씀을 읽게 하고 묵상하게 합니다. 환자가 연약하고 무기력한 자신을 바라보며 절망하던 시선을 주님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다시금 소망을 찾고 삶의 용기를 얻도록 격려한 후 함께 기도하며 성령 하나님의 역사를 간구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많은 육신의 생명을 죽이는데 그치지 않고 영혼을 병들게 하며 더 깊은 고통 속으로 사람들을 끌고 가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교회나 가정, 이웃에서 이렇게 영적으로 병들어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고 기도하는 성도들이 더 많았으면 합니다.                                                        

 tdspark@gmail.com 

10.03.2020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