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보다 무서운 두려움

박동서 목사

몇해전 미국과 전 세계가 소위 모기지 사태로 수많은 주택들이 차압당하고 집에서 쫓겨나며 대량 실업과 파산 등의 경기 침체를 겪었던 악몽과 같은 기억들을 갖고 있다. 추후 미국을 이끌던 지식인과 언론들은 그 원인을 한 마디로 인간의 탐욕이 자초한 재앙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주택과 부동산의 가치가 계속 상승하는 추세를 이어가자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서는 주택 소유주들에게 휴가나 집수리, 학자금 등을 위해 먼저 대출을 권유하며 유혹하기 시작했고 대출실적이 높을수록 두둑한 보너스를 받도록 되어있는 제도는 엄격한 심사 없이 자금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유흥비나 허영심을 자극받은 부동산 소유주들은 달콤한 제안에 넘어가 겁도 없이 돈을 빌려 쓰기 시작했다. 결과는 개인파산이나 주택차압에 그치지 않고 천문학적인 부실채권을 감당하지 못한 월스트리트의 초대형 은행과 금융회사들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돈을 숭배하고 쾌락과 탐욕에 빠진 인간의 죄가 자초한 재앙이었던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돌연변이와 진화를 거듭하며 사스, 메르스에 이어 COVID-19와 같은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면서, 전 세계는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최악의 역병 사태를 맞고 있다. UN의 WHO(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권위 있는 질병관리센터들은 이번 사태를 중세의 흑사병이나 100여 년전 1918년 스페인에서 시작해서 전 세계에 무려 5,500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악성 독감사태에 견줄만한 대 전염병 사태 (Pandemic)로 선언하였다. 미국만 해도 전체 인구인 3억3천만 명의 약 40-70%가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1년 안에 수백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파급되는 여파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정되고 수준 높은 삶의 질을 자랑했던 미국의 자존심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며 생필품 사재기와 같은 수치스러운 행태까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필자는 달라스 북동부의 비교적 안정된 중산층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병상수가 300여 개 되는 중형병원에서 채플린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이미 한 달여 전에 중환자실의 6개 방과 응급실의 6개 방을 코로나바이러스 의심 유사환자나 확진환자를 위한 음압실로 개조해서 준비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문을 제외한 모든 병원 출입문을 차단하고 병원을 들어오는 모든 방문자와 직원들의 체온검사와 증세, 소속과 방문목적을 기록하고 검사받도록 하고 있다. 급하지 않은 수술이나 검사는 모두 연기하거나 취소했고 방호복과 마스크와 같은 필수 보급품 확보에 애쓰고 있지만 주 정부 내에서 다른 도시나 병원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제한된 인공호흡기 때문에 배정된 병상이 다 차면 결국 다른 더 큰 병원으로 환자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반 독감이나 폐렴환자들까지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아닌지 의심이 되는 경우 진단검사를 받도록 해야 하는데 확보한 검사키트가 넉넉지 않아서 환자들이 몰려올 경우를 대비한 비상대책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 환자들이나 진료스태프들의 얼굴에서 피로함과 두려움의 그늘을 보게 된다. 채플린들 역시 대개 60대 이상 노령층이라 육신의 피로와 감염의 두려움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스태프들을 위해 환자들을 위해 기도한다.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는 하나님께 이 모든 역병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고 두려움에서 벗어나 믿음으로 끝까지 신실하게 살며 도움이 필요한 연약하고 지친 영혼들을 돌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말씀은 가장 큰 위로가 되며 두려움에 떠는 심령들을 주님의 평안가운데로 인도함을 체험한다.

“너희는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 앞에서 떨지 말라 이는 네 하나님 여호와 그가 너와 함께 가시며 결코 너를 떠나지 아니하시며 버리지 아니하실 것임이라..”(신31:6).

tdspark@gmail.com

04.04.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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