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 (패스)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축구만큼 전(全) 세계인의 눈길을 끌고 마음을 흔드는 스포츠는 없다. 그리고 축구만큼 공평하고 저렴한 운동경기는 없다. 다른 스포츠는 값비싼 장비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축구는 그리 비싸지 않은 공 하나만 있으면 된다. 색상만 다르지 유니폼도 비슷한 가격이다. 이런 저렴한 경비의 축구가 그 갈망만큼은 고결하다. 그런 갈망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2002년 한국 대표 팀을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의 입에서 나왔다. ‘하지만 난 아직도 배가 고프다(But, I'm still hungry).’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한창 진행 중이다. 비록 우리나라가 16강전에서는 패했지만 모든 이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장면을 만들었으니 예선 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포르투갈과의 경기였다. 지거나 비기면 완전 탈락이요 이겨도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행이 결정되는 상황이었는데 패색에 짙어지던 때에 동점 골과 역전 골이 터진 것이다. 

 

모든 팀 경기가 그렇지만 축구를 잘하는 팀은 개인기도 좋아야 하고 전술도 탁월해야 하지만 패스가 정말 중요하다. 아무리 개인기가 좋아도 패스로 연결되지 않으면 결과는 ‘꽝!’이다. 그날도 그랬다. 후반전 추가 시간 때에 손흥민 선수가 흘러나온 볼을 가지고 적진 깊숙이 단독으로 침투하였다. 수비수들이 그를 겹겹이 에워 쌓다. 도무지 출구가 보이는 않는 그때 번쩍이는 일이 벌어졌으니 다름 아닌 담대한 패스가 달려오던 황희찬 선수에게 정확히 연결된 것이다. 그 패스는 골로 이어졌고 우리나라는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선배가 후배에게 흔쾌히 양보한 패스는 16강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온 세계에 각인시켰다. 축구만이 아니다. 모든 삶에 있어서 패스는 중요한 도구이다. 어떤 영역이든 적절한 시간과 공간에 주어진 패스는 상황을 반전시키기도 하고 기적을 창출하기도 한다.

 

역사란 무엇인가? 윈스턴 처칠은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라고 말했다. 알 듯하면서도 동의할 수 없는 정의(定義)이다. 역사는 기록으로만 머물러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는 현재가 과거와 미래와 함께 춤추는 유기체(有機體) 이다. 역사는 살아 숨 쉬고 움직이는 패스이다. 과거가 현재로 패스한 것을 현재가 미래로 패스하는 것이다. 패스 없이 역사는 형성되지 않는다. 심은 대로 거두는 법, 멋진 패스는 멋진 역사를 바쁜 패스는 나쁜 역사를 만든다. 대한민국의 아픔은 패스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은 것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려는 선진(先進) 들을 찾기 힘들다. 후진(後進)들도 앞선 것을 배우기보다 청산하고 부인하려는 데 급급하다. 그래서 받은 유산(遺産)을 성실히 계승하여 찬란한 미래를 향해 나가려는 역사적 인물을 찾기 힘들다.

 

이번 월드컵에서 손흥민 선수가 얼굴 부상만 가지고 뛰었던 것이 아니라 선수 생명을 걸고 뛰면서 공을 후배들에게 패스해 주었다. 그 진정성이 여러 곳에서 보였다. 우리의 선진들이 부상은 물론 생명을 걸고 우리에게 패스해 준 것이 있다. 무엇인가. 복음이다. 2000년 동안 잘 이어져 왔다. 선배들이 생명을 걸고 패스해 준 복음을 어리바리하다가는 빼앗긴다. 그 결과로 암울한 선교역사를 만들 것이다. 그럴 수 없다. 복음을 다음 세대에 잘 패스해야 한다. 담대하게! 정확하게!

12.10.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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