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 잡힌 이문세 씨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가수 이문세 씨를 좋아하시는가. 나는 좋아한다. 그의 노래도 좋아한다. 그의 노래 가운데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이란 노랫말을 담은 곡(曲)이 있다. 이렇게 시작된다.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잊을 수 없는 기억에/ 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안고/ 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떠가는 듯 그대 모습/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아침 찬바람에 지우지/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우 우~~~’ 그는 크리스천이기도 하다. 사람이 타락한 이후 세상은 많은 아픔을 그 안에 담고 있지만, 그가 노래한 대로 세상은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이다. 그런 그가 멱살 잡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래전 그가 대학로 콘서트에서 직접 들려주었다는 것이다.

 

그날 이문세 씨가 콘서트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고 한다. 청중들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늦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 것이다. 오는 길에 어느 다정한 부부의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이 너무 잘생긴 것이었다. 그래서 그 부인에게 ‘저렇게 잘생긴 남편과 사시니까 행복하시겠어요’라고 덕담을 건넸다. 그때 갑자기 잘생긴 남편이 이문세 씨의 멱살을 잡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문세 씨에게 이런 말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자기는 더 잘생겼으면서…….’

 

사실인지 유머인지 모르지만 나는 많이 웃었다. 이 이야기를 며칠 전 단풍이 물들어가는 공원에서 들었다. 내가 웃다 보니 단풍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가을 하늘이 더욱 싱그러웠다. 다른 이들도 더욱 여유롭게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웃음에 인색하다. 이민자의 삶이 고달프고 이민교회를 섬김이 쉽지 않지만, 더 많이 웃어야 한다. 갓난아이를 울리려는 어른들은 아무도 없다. 그 아이를 함빡 웃게 하려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다, 안 되면 간지럼이라도 태운다. 갓난아이가 웃는다면 그로 시작된 기쁨의 물결이 온 방 안에 번지고 또 퍼져 간다. 아버지가 집에서 웃으면 온 집안이 밝아진다. 웃는 어머니는 모든 가족을 위로한다. 어느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웃는 자가 아름답다. 웃는 자는 무기를 쓰지 않고도 이긴다. 아무리 명품 옷을 입고 화려한 가방을 가졌다 하여도 싸늘한 얼굴 때문에 다 망친다. 추천서를 써달라는 부탁을 간혹 받곤 한다. 어떻게 써줄까 고민이 되는 적도 있다. 추천서에는 자기소개서도 필요하리라. 밝은 웃음을 가진 것이 가장 강력한 자기소개서가 아닐까. 어떤 말보다 더 강력한 것이 웃음이다. 

 

이런 시는 삶의 고수(高手)가 지은 시가 아닐까.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소박하고 평범한 삶 속에 웃음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다. 어려움이 올 때도 웃을 수 있다면 삶이 왜 힘들겠는가. 웃어야 한다. 웃을 수 있다. 이문세 씨의 잘생긴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렇게 혼자 생각해 보았다. ‘잘생긴 것이 죄라면 이문세 씨는 무기징역, 나는 사형(死刑)이겠네’

 

10.1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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