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술 쳐 먹다가 목사가 된 이유가 있다. 놀라지 마시기를. 일단 필자 이야기는 아니다. 뉴욕에 많이 알려지신 목사님이 계시다. 그분의 이야기이다. 같은 교단은 아니지만 함께해야 할 일이 있어 오랫동안 친분이 있는 좋으신 목사님이시다. 지난주일 저녁에 뉴욕 교계의 한 행사가 있었는데 뉴저지 목사님들까지 70명 가까이 모이셨고 그 모임에서 그 목사님이 설교를 맡으신 것이다.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그분의 목사가 된 이유를 설교 가운데 듣게 된 것이다. 목사로의 부름은 다양한데 술 쳐 먹다가 목사가 되신 분이 또 있으신가. 그분의 이야기는 이렇다.
목사님의 아버님도 목사님이셨다. 이민 목회자이신 아버님 목사님은 40세에 목사 안수받으시고, 43세 목회 시작하시고, 47세에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한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영어교사셨는데 미국에 유학 오셔서 목회를 하시면서 가족의 고생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20명밖에 모이지 않는 작은 교회여서 월급은 한 번도 받지 못하셨다고 한다. 거기에다 그 교회에는 원로목사님과 사모님이 계셨는데 원로 사모님이 예배 반주까지 하셨다고 한다. 그 사모님은 아주 특이하셔서 주보에 280장이라고 적혀있는데도 387장을 전주로 치셨다고 한다. 아버님 목사님이 “사모님, 280장인데요.”라고 말하면 사모님이 “그냥 합시다” 하면서 계속 387장을 반주하셨다는 것이다. 자기가 볼 때 그 원로목사 사모님이 마치 XX할멈 같았다고 한다. 목사님은 이런 것이 보기 싫었고 토요일이면 아침부터 술을 쳐 먹고(본인 표현) 저녁 늦게 집에 들어와 아버님께 원망을 늘어놓았다. “코딱지만 한 교회, 월급도 못 받는 교회, 쪽팔려요. 목회 그만두세요.” 그런 아들의 술주정 같은 불만을 늘 듣던 아버님이 추수감사주일 설교하시다가 뇌출혈로 쓰러지셨고 천국으로 가셨다. 어머니가 박스를 하나 건네주셨는데 그 박스 안에 아버님의 일기장이 있었다. 그 일기를 읽다가 목사가 되길 결심하셨다고 한다.
이북에서 홀로 내려오시어 힘들게 살아가셨던 아버님이 남기신 일기장 가운데 목회하시던 때의 일기를 읽게 되셨다. “나는 하나님께 원로 목사님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원로 목사님이 나 같은 자를 후임으로 불러주시다니.” “나는 하나님께 원로 사모님 때문에 감사드린다. 원로 사모님이 노구(老軀)를 끌고 나오셔서 반주를 해주시다니” 그리고 매 일기 끝에는 꼭 “솔라 피데, 솔라 그라티아”라고 쓰셨단다. 아들은 목회하는 아버님이 부끄러웠는데 정작 아버님은 너무 감사하며 행복하게 목회를 하신 것이다. 아버님의 일기를 읽으면서 술 쳐 먹는 삶을 그치고
“나도 아버님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목회자가 되기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유난히도 더웠던 뉴욕의 여름날 주일 저녁. 그날따라 에어컨도 작동이 안 되었던 교회당에서 결코 짧지 않은 설교였는데 정말이지 힘들지 않았다. 설교 가운데 “무엇이 목사의 진정한 행복인가?”를 깊이 묵상케 한 큰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행복한 목회가 아들의 삶을 바꾼 이야기는 너무 흥미진진했다. 목회는 숫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제자 12명은 무엇인가. 그중에 하나는 배반까지 하지 않았는가. 머리 둘 곳도 없으셨던 예수님의 목양은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예수님은 평강과 기쁨이 넘치셨다. 하나님 한 분으로 만족하셨기 때문이다. 오늘의 목회 행복도 하나님 한 분이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07.30.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