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노트(Pacenote)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최고로 빨리 달리던 그의 삶의 방향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13일 미국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수차례 우승했던 보비 이스트가 LA의 한 주유소에서 피살되었다. 찬란한 명성과 수많은 재산을 뒤로한 채 그는 이 세상을 떠났다. 불과 37세의 나이이다. 그의 자동차 속도는 잘 알려졌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삶의 방향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랠리는 자동차 경주의 한 종목이다. 자동차로 사막을 가로지르는 랠리에는 두 사람이 한 조를 이룬다. 한 사람은 운전대를 잡고 최대한 빨리 달리는 사람이며, 또 한 사람은 페이스노트라고 불리는데 자신들의 위치와 가야 할 바른 방향을 찾아내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랠리는 주어진 구간을 가장 빨리 주파한 차량이 우승하는 경주이어서 속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지만 실상 더욱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방향을 모르고 아무리 빨리 달린들 어찌 우승자가 될 수 있겠는가. 방향 없이 달리는 길은 승리자의 길이 아니라 죽음의 길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보았던 것 중에 가장 인상적인 간판이 있었다. 대전에서 사역할 때 대전 시내에서 보았던 것이다. 어느 태권도장에서 내걸은 것이다. 

“우리는 빨리 가르치지 않고 바르게 가르칩니다”

 

그렇다. 태권도에서 빨리 검은 띠를 매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한가. 진정한 고수가 되는 길을 묵묵히 가는 것이 아름답다. 그 태권도장 사범의 이름은 모르지만 그는 분명 이 시대의 페이스노트이다. 빨리 빨리 가라고 다그치는 세상에서 바르게 가라는 페이스노트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바른 길 가는데 늦어지는 것, 실패가 아니니 너무 초조해하지 말자. 인내하며 그 방향으로 가다 보면 언젠가 선한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다. 우리의 영적 여정도 바른 방향인지를 수시로 살펴야 인생의 마지막 날에 “아~~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왔으니!”라고 후회하며 탄식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내 삶에 누군가 페이스노트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내 인생이 누군가의 페이스노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차겠는가.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서 있었던 제 9차 한인세계선교대회는 이 시대의 선교를 위한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그 대회에서는 마지막에 선언문을 채택했는데 이렇게 시작된다. “한인세계선교대회(약칭:KWMC)는 북미주 디아스포라 한인교회가 태동시킨 한국선교의 소중한 유산이다. 1988년부터 미국 일리노이 주 휘튼대학교에서 출범해 지난 34년 동안 한국 선교운동의 산실이 되었다. 최근 세계선교는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로 인해 소중한 선교 유산과 선교운동에 새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러한 새 국면은 급변하는 선교환경 속에서 선교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며, 새로운 선교환경에 적합한 전략의 연구개발이 절실함을 일깨워 주었다.——”

 

KWMC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선교를 가는 선교와 보내는 선교로만 제한했던 오랜 시각을 벗어 던지고 어디에 있든 그리스도인은 모두가 선교사라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특별히 선교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임을 강조하며 평신도 전문인, 다음 세대, 전방개척, 비즈니스, 도시, 의료, 교육, NGO, 문화예술 영역 등을 선교의 방향으로 제시하고, 깊이 연구하고, 실제 사례를 발표하고, 함께 심도 있게 논의도 하였다. 여러 귀한 선교대회도 그런 역할을 잘하지만, 필자는 와싱톤에서 KWMC가 이 시대 선교의 페이스노트 역할을 의미 있게 담당하려는 모습을 선명히 보았다. 

07.23.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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