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 하트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그 영화를 본 사람은 누구나 그 마지막 장면을 잊지 못하리라. 잉글랜드군에 붙잡혀 죽어가던 스코틀랜드의 지도자 윌리엄이 온 힘을 다해 “Freedom!”을 외치던 그 장면 말이다. 13세기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영웅 윌리엄 월레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영화 “브레이브 하트(Brave Heart)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선명히 기억되는 중세 전쟁 영화이다. 잉글랜드는 스코틀랜드 침공하여 폭정을 펼친다. 하급 귀족에 불과했던 윌리엄이 스코틀랜드의 저항군의 지도자가 되어 승리와 패배, 배반과 결탁 등의 반전을 거듭한다. 뛰어난 연기자 멜 깁슨이 열연한 윌리엄은 끝내 붙잡혀 죽임을 당하지만 대부분 관객은 그를 패배자로 여기지 않는다. 영화라서 어느 정도 각색을 했겠지만 그를 브레이브 하트를 가진 진정한 승리자로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탈레반에 의해 곧 도탄에 빠질 국민을 팽개치고 빛의 속도로 도망간 지도자가 있었다. 작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잽싼 도피 명분은 그가 남아 탈레반에 저항한다면 필시 국민의 희생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무저항 도주를 보고 국민의 생명을 지킨 멋진 평화의 지도자라고 손뼉 친 사람들이 있었을까? 그가 도망가면서 많은 돈을 들고 갔는데 중간에 미처 다 가져갈 수 없어 길바닥에 철철 흘렸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한 사람들이 꽤 많았으리라. 

 

어떤 명분으로 시작된 전쟁이든 전쟁은 참혹하다. 작금(昨今)에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또 보고 있다. 전쟁은 러시아가 생각한 것처럼 쉽게 흘러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브레이브 하트를 가진 또 한 명의 영웅을 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기의 자리를 지키며 국민에게 항전을 요청하였다. 그는 국민에게 자신이 항복했다거나 도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그것은 가짜 뉴스인 줄 알라고 했다. 그의 피신을 제안하는 외부 세력에게 내가 타고 피할 차 대신 내게 무기를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그렇지만 후에도 많은 사람에게서 회자(膾炙)될 것이다. 이 전쟁에 대해 이 세상은 침묵하지 않고 있다. 모든 영역에서 서로 연대하며 흔쾌히 돕고 있다. 부당한 전쟁에 대한 세계인의 외침이요, 한 지도자의 브레이브 하트에 감동된 자들의 반응이기도 하다.

 

시대가 어렵다. 온갖 싸움이 난무하는 시대이다. 물리적 전쟁도 영적 전쟁도 멈추어지지 않을 것이다. 여러 상황을 보고 들으면서 지도자의 덕목 가운데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브레이브 하트임을 깊이 깨닫는다. 브레이브 하트를 가진 지도자가 어려울 때 자신의 희생 대신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겠는가. 그러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브레이브 하트는 단순히 용감함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 안에 뚜렷한 비전, 청렴함과 지혜도 함께 있어야 진정한 브레이브 하트가 될 것이다. 한국 대통령 선거일이 눈앞이다. 재외국민 투표는 벌써 완료되었고, 국내 사전투표는 이미 시작되었다. 앞으로 나라의 격랑이 더 심해질 터인데 누가 브레이브 하트를 품고 대한민국을 멋지게 이끌 지도자가 될 것인가.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기도하며 바라본다. 

03.0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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