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에 눈 뜨다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잠시 눈에 보이다가 사라지는 안개와 같은 존재가 인생임을 성경을 말하고 있다. 과연 그렇다. 분명히 뵈었는데 이제는 이 땅에서 다시는 뵐 수가 없다. 며칠 전 은퇴 장로님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 더는 뵙지 못한다고 더는 안 계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 존재가 아예 없어지신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그는 천상에 계시다. 비가시적(非可視的) 천상계(天上界)도 가시적(可視的) 지상계(地上界)도 있다. 예수님께서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는 기도를 가르치셨다. 하늘과 땅이 있다. 땅에서는 하늘을 볼 수 없다. 그러나 그 보이지 않는 하늘을 보는 듯 살 수 있고, 또 보면서 살아야 한다. 어리석은 인생의 특징은 자기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줄 안다. 진정한 실체는 보이지 않는 것에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고후 4:18)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매우 중요한 것이 몇 가지 있다.

 

기초(基礎)이다. 1931년 완공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건축가에게 사람들이 물었다. “이 건물을 짓는데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건축가는 거침없이 대답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기초 공사였습니다” 그렇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도 다민족을 위한 새 성전을 짓고 있다. 기초 공사가 그렇게 오래 걸리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기초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너무나 중요함을 깊이 깨달았다. 견고한 기초위에 세우진 102층짜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어떤 풍파에도 늠름히 서 있다. 세월이 바뀌어도 견고히 서 있는 인생을 살려면 내 인생의 기초를 다시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성령(聖靈)이다. 예수님은 성령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바람이 임의로 불매 네가 그 소리는 들어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 성령으로 난 사람도 다 그러하니라“(요 3:8) 지난 9월 1일 뉴욕 일원(一圓)에 몰아친 태풍 ‘아이다’는 보이지 않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성령도 바람 같은 ‘프뉴마”이시다. 바람처럼 보이지 않지만 영향력은 크다. 상상할 수 없던 거룩하고 아름다운 열매는 뚜렷이 맺힌다. 이제는 ’아이다‘만 생각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바람 같은 성령, ’프뉴마‘를 사모해야 하지 않겠는가.

 

천국(天國)이다.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로부터 영원한 집에 초대장을 받은 자들이다. 지금 보이지 않아도 언젠간 그 집에 들어갈 것이다. 보이지 않는 천국이 이미 우리 가운데 임하여 지옥 같은 세상에서 천국 같은 삶을 누리는 자가 적지 않다. 이미 천국을 보는 자의 삶이다. 만일 지금의 현실을 넘어선 세계를 볼 수 없다면 오늘 같은 날은 더 절망이 될 것이다. 오늘은 9.11 테러가 일어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믿음의 눈으로 보는 사람들은 그날 같은 믿음을 가진 가족을 이 땅에서 잃었으나 낙심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다시 만날 소망으로, 그날이 또 한해 다가왔음을 기뻐한다. 보이지 않는 영광의 그곳을 반영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오, 주여. 보이지 않는 것에 눈을 뜨게 하옵소서!”

09.1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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