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사는 자들

장사라 사모 (텍사스 빛과소금의교회)

일년 내내 손발이 부르트도록 일을 해도 여전히 궁색함을 면키 어려운 힘든 삶 을 사는 자들, 장애아이의 부모가 되어서 하루 24시간 돌봄이 필요하여 동서분주한 이들, 몸의 거동이 힘들어 하루의 반은 거의 침대에 머물러야 하는 자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면 어쩐지 우리는 말수가 적어진다. 왜냐하면 그들은 고통이 무엇인지 아는 자들이 아니라, 그냥 고통을 사는 자들이기 때문이리라. 고통이 습관처럼 늘 따라다니는 사람, 그래서 굳이 책을 펴들지 않아도 그냥 고통이 삶으로 체득된 사람에게는 ‘요즘 어떠세요?’ 라는 물음이 무색해서 교회에서 눈을 마주쳐도 그냥 웃기만 한다.

시절을 잘못 만나, 사람을 잘못 만나, 일을 잘못 만나, 삶의 해결책이 이 길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주님을 찾는 사람들, 은퇴 후 할 일도 찾아주는 이도 없어서 잠과 벗을 삼고 TV와 벗을 삼으며 진저리 쳐지는 외로움과 싸우다 교회에 찾아 나온 사람들, 밀고 당기고 저울질 하는 피곤한 삶 가운데 나이를 따지고, 돈을 계산하고, 얼마나 알고 있나 재고, 얼마큼 주고받았나 셈하면서 늘 없다는 것으로, 내가 더 많이 손해 본 것 같은 속상함으로 불평의 주제를 삼고 사는 우리네들... 마음이 아플 때, 그저 위로받고 싶어 가까운 사람들에게 넋두리한 게 다시 비난의 소리로 돌아와 그 생채기와 파랗게 멍든 가슴을 안고 이웃을 떠나고 공동체를 떠나는 가슴이 시려운 자들....

우린 그렇게 마른 광야에서 고통의 기인 시간들을 지나오며 낮춰지고 낮춰진 밑바닥에서 이젠 어떤 외로움도 고통도 다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또 환경이 닥치면 여전히 무너져 내리는 우리네 모습에 또 식상한다. 그 고통을 덜 느끼고 살려면 기억과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데 어쩐지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기억하고 있는 것들과 또 앞으로 기대하는 것들의 엇갈림 속에서 진짜 고통스러운 해산의 시간을 덧없이 보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슬픔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지혜를 조금만 가지면 같은 환경가운데서도 행복할 수 있을 텐데... 정말 하나님을 알게 되면 사람을 알게 되고 사람을 알게 되면 마음이 편해지고 모두가 사랑인 것을... 그래서 밀고 당기고 저울질 하는 피곤한 삶이 아닌 그냥 계산 없이 덥석 내어줄 수 있는 그런 성도님들의 삶이 정말 멋있어 보인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고 사는 것에 길들여진 분들의 주변에는 어쩐지 평안함이 흐르는 것 같다.

아침에 생일이라고 보내준 문자들을 보며 내가 참 은혜를 많이 받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그 받은 은혜를 갚아야지, 잘 갚고 살아야지 하는 다짐을 해본다. 어제보다 오늘 더 착하고 진실 되게 살아야지 하는 욕망이 올라오니 그게 금방 눈물이 되어 내 뺨에 주르르 흐른다. 생명력이다. 나를 보내신 이가 나와 함께 하는 일이다. 내가 그의 기뻐하는 일을 행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그렇다. 시냇가에 심기운 나무와 같이 사시사철 잎사귀가 마르지 않는 생명력을 주시옵소서! 주님 올 한해는 우리 모든 성도님들께 고통가운데도 넉넉히 일어설 수 있는 믿음 하나만 선물해 주시옵소서! 믿음 하나면 이 세상을 충분히 살아낼 테니까... 이것이 새벽마다 드리는 나의 기도이다.

누구에게나 자기 삶에 하나 더 보태고 싶은 것들이 있는가 하면 꼭 하나 빼 버리고 싶은 것이 있다. 삶이 힘들다고 느낄 때 백지 한 장에 그저 생각나는 대로 좋은 단어들을 100가지만 써보자. 단지 적기만 했을 뿐인데 맘속에 그런 것들로 꽉 찬 영혼의 배부름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세상에 진리가 없어서 어두운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다만 그 진리를 진리로 믿지 않아서인데... 아무리 진리가 넘쳐나도 자기 욕망에 빠진 사람은 그 진리가 가슴에 다가올 리가 만무니까... changsamo10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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