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라 사모 (텍사스 빛과소금의교회)
‘하나님은 바쁜 사람과 친하지 않으신다’라는 글을 내 책상 앞에 붙여 놓았다. 거의 많은 사람들이 분주병에 걸려 매일 매시간 쫓기는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분주병에 걸린 사람들은 마음의 질서가 엉망이다. 그래서 그들의 일상은 늘 불행하고 미래는 불안하다. 요즘 사람들은 3가지의 일을 동시에 하며 사는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할까.... 그래서 시간을 절약하는 상품들은 더 첨단화 되어 쏟아져 나오고 그런 것들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조금의 기다림도 초조해하며 안절부절못하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아이는 컴퓨터가 느리다고 그 컴퓨터를 박살내 버렸다는데...
그렇게 교회에서도 철야기도가 심야기도로 바뀌었고 모든 모임을 가급적 주일로 몰아서 끝내고, 12주짜리 성경공부는 아예 모집이 불가능해 보인다. 설교가 조금 길어지면 시계를 보고 기도가 조금 길면 눈을 떠버리고... 기도하면서도 응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하나님께 맡긴다고 하면서도 손이 먼저 나가는 이 기이한 조급함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병적으로 만들어 갈까? ‘말세에 고통 하는 때가 이르리니 사람들은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조급하며....’
우리는 흙을 멀리 떠나면서 잃은 것이 많은 것 같다. 어떤 목장에 가보면 늘 채소 가꾸는 이야기로 풍성한데, 실제 그들이 모일 때의 먹거리들은 장난이 아니게 풍성하고 맛있다. 씨를 심고 물을 주고 풀을 매주고 기다리고 기다려 얻은 채소를 뜯어서 밥상에 올려 그 채소가 입에 들어 갈 때의 기쁨과 감동... 그야말로 생명의 약동인 그 감동을 그들은 일찍이 알았다. 그래서 웬만한 병균에도 끄떡없는 그런 튼튼한 몸은 그렇게 때를 기다린 가슴에서부터 시작되리라.
그렇다. 봄에는 꽃이 피어나고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에는 열매가 맺히며 겨울에는 흰 눈이 내린다. 자연은 전혀 조급함이 없이 언제나 때를 따라 자신의 모습을 온갖 아름다움으로 잘 가꿔나가는데 과연 우린 어떻게 해야 때를 따라 잘사는 것일까? 답은 정말 쉬운데도 우린 많은 고민을 한다. ‘영혼이 잘되면 범사가 잘되고 강건하다’는 그 순서 하나 잘 지키면 되는데 말이다. 그래서 원하든 원치 않던 오고가는 사계절처럼 우리 삶에도 그냥 찾아오는 일들 속에서 올라서야만 보이는 세계에선 좀 더 안간힘을 쓰고 내려오는 길목에선 널럴하게 쉬어가면서 그저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몫을 살아내면 그게 가장 때를 따라 잘사는 우리네 삶이 아닐까.
찌질하고 이기적이고 탐욕 가득하고 조급한 맘으로 계속 불편하고 엉망된 삶을 살건지 하나님을 기다리며 영혼의 질서를 바로잡아 강건한 삶을 살건지 절실한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선택의 기로에 서 본다. 그렇다. 정말 부끄러운 것은 너무 익숙해진 생각과 게으름으로부터 떠나지 못하고 주저앉는 것이리라. 정말 부끄러운 것은 사랑이 아닌 것들로 내 인생을 다 소진하고 있는 것이리라. 부끄러운 것은 내 가슴이 말라버린 것이요, 소유인 비본질적인 것들에 종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리라. 우리는 항상 다른 사람의 칭찬과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기에 늘 목마르다. 그래서 주님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다고 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는지... 왜 먹는지... 어디로 가는지... 물으며 살라는 말일게다. 오늘 하루 방방 뛰며 살았는데도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의미 없는 삶을 살지 말라는 말씀일 게다.
그렇다. 우리가 아이처럼 다시 살아나는 길은 주님이 얼마나 절실히 나를 사랑한다고 절규하고 계시는지, 여전히 나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계시는 그 주님의 시선과 한번만 마주치면 우린 베드로처럼 뜨거운 눈물을 떨구며 헤아릴 수 없이 넓고 깊은 그 사랑에 빠질 텐데… 그래서 혼동 속에 있는 내 마음의 자리를 뒤엎어 버리고 꺼내고 버리고 분류하고 나누고 채워넣고... 마음의 공간을 정리하여 다시 새로운 나를 맞이하며 가슴 뛰는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한 여름의 얼음냉수처럼 시원한 삶의 본성을 만나고 뜨거운 불의 열정으로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중심을 만나 못난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힘없이 사는 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그래서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장비와 도구를 갖춘 좋은 이웃으로 살아가기 위해 한해를 마감하며 오늘도 때를 따라 돕는 하나님의 은혜를 구한다. changsamo102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