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만큼 깊어지는 것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나이가 들면서 그 드는 나이만큼 깊어지는 것들이 있다.

자신을 낮추고 낮춰 저 평지 같은 마음이 되면 거기엔 더 이상 울타리가 없고 벽도 없는 것처럼, 봄이 되면 넓디넓은 들판에 갖가지 예쁜 꽃들이 어울려서 잘들 살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열려 있는 마음, 평안해지고 싶은 마음이 더해 가는 것 같다.

들에 피어 있는 들꽃들은 여러 모양과 향기가 달라도 서로 시기하지 않고 싸우지 않으며 그저 자기 자리에서 만족해하는 모습 때문에 우리는 가끔씩은 들판의 흙내음이 좋아지고 푸른 산의 자연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좋아지는 것 중에는 기나긴 세월이 흘렀어도 순수한 삶의 모습 그대로가 좋고, 평온한 마음으로 삶을 엮어가는 보통의 사람들의 모습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은 묵묵히 바라만 보아도 그 가슴속의 따뜻함이 전해져 온다. 그렇다. 꽃이 스스로 아름답다 하지 않아도 아름답듯이, 향기가 스스로 향기롭다 하지 않아도 향기롭듯이 진실한 사람은 진실하다 말하지 않아도 그 진실함이 그냥 느껴지리라.

탐스러운 과일이 달린 나무 밑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모여들어 길이 나 있듯이 이렇게 작은 행복의 은은한 향기가 나는 사람은 소란피우지 않고 소리 없이 서 있어도 가까이 함께 있고 싶어지리라. 우리 곁에는 어떤 사람들이 머물러 있을까? 있을 땐 잘 몰라도 없으면 표가 나는 사람, 순간 아찔하게 사람을 매혹시키지는 않더라도 늘 언제 봐도 좋은 얼굴, 넉넉한 웃음을 가진 사람... 그렇게 편안하고 좋은 사람들을 몇이나 곁에 두고 있을까?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렇게 편안하고 넉넉한 존재인지... 두드러지는 존재는 아닐지라도 오래 보아도 물리지 않는 스스럼없는 사모가 되었으면 좋겠다.

인생을 살다보면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리고 그 고난을 해석하고 극복하는 능력에 따라 그 인생의 수준이 결정되리. 고난을 원망하며 한숨이나 뱉어내고 가슴을 쥐어뜯는다면 고난은 고통 이상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고난을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로 이해하는 사람은 고난이 불순물을 제거하는 용광로가 되어 순금으로 제련되는 기쁨을 경험하리라. 그래서 훨씬 성숙하고 건강한 인생을 만들어 가리라. 아이가 아프고 나면 훌쩍 큰다고 말한다. 사람은 일생동안 커가야 하는데 고난을 두려워하여 피하는 인생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철없는 아이가 아닐까.

우리가 사실 시련 많은 세상에 살아가면서 그래도 웃을 수 있는 건, 알게 모르게 곁에 있는 작은 행복들이 삶에 힘이 되기 때문이리라.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재롱이 지금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진 않아도 그 재롱에 함께 하는 작은 행복을 느끼듯이, 부부간에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이런저런 가정 일을 해결해주진 않지만 그 말 한마디로 다시 용기를 내듯이 이런 작은 행복들 때문에 큰 어려움도 우리는 넉넉히 맞설 수 있으리라.

그렇게 사랑의 눈으로, 마음의 눈으로 소중한 것을 찾을 줄 알아서 작은 꽃 한 송이에서 상큼한 행복을 들추어내고, 물 한 모금에서 감동의 눈물을 찾을 줄 아는 순수한 마음을 고집해가며, 사소한 물건 하나에도 감격해하는 마음에, 스스로 “내 마음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구나” 느껴볼 수 있는 잠깐의 마음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갈수록 그렇게 내 사랑도 늘어갈 것이고... 온갖 좋은 것들이 함께 늘어갈 수 있다면 늙는 것도 서럽지 않으리.

오늘도 하나님이 자기에게 주신 일들을 열심히 하고 사는 우리의 지체들... 부담 없이 격이 없이 그대로의 삶을 진솔하게 나눌 줄 아는 하나님의 사람들... 며칠 만에 교회 문턱에 들어서니 그런 모든 분들이 그저 고맙고 또 감격스럽다. 서로의 고마움을 알고 산다는 것... 그것이 사랑이고 믿음이리라.

changsamo10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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