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가족

장사라 사모 (텍사스 빛과소금의교회)

나이 들어 갈수록 한 계절을 보내고 또 맞이하는 것에 더 많은 의미가 부여해진다. 요즘처럼 맑고 살랑대는 봄바람이면 그 바람에 몸도 마음도 푹 담그고 깨끗이 헹구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5월이다! 점심은 먹었냐는 남편의 전화 한마디에도 위로가 되는 소박한 날이다.

딸아이가 예배시간에 ‘Thank you for the family'라고 적은 감사헌금 낸 것을 들으니 가슴이 찡해오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렇다. 가족은 그렇게 아주 작은 일들 속에서도 울고 웃고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감정이 얽힌 사람들이다. 아마 사람이 이 세상에 와서 한 가장 위대한 일은 결혼을 해서 가족을 만들어낸 일이 아닐까. 그렇다면 어쩌면 일류학교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일류가족을 만들어가는 것이리라. 많은 가족이 한 집에 산다고 하지만 각자들로 살아서 서로 집안 일 외에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공통 주제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가족은 육체적으로만이 아닌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함께 통하고 나누어야 진짜 가족일 텐데 말이다. 그러려면 가족 중에 한 사람이라도 영적인 일들에 연결되어 변하고 성장하려는 꿈틀거림이 있어야 다른 가족들이 그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는 소망이 있지 않을까.

먹고 살기 위한 쟁취에만 분주한 동물들에 비해 사람은 내면의 삶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은 어쩌면 그 내면으로 가는 길을 잃고 살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래서 외면 살림은 풍성하고 화려하고 늘 새로운 것들로 넘쳐나도 내면살림은 가난하고 초라해서 그것을 감추려고 점점 외부의 삶에 더 많은 치장을 하며 사는 우리네 모습들... 그럴수록 내면은 더 많이 공허해질 텐데... 그렇게 공허해진 우리의 많은 자녀들이 오늘도 그들의 수치심과 두려움 때문에 잠시 거기서 이탈하여 짜릿한 기쁨과 황홀을 맛보려다 만나는 것이 게임이고 마약이고 섹스...이리라. 그래서 일류가족은 서로의 수치심과 두려움을 얼싸 안아주고 내어 쫓아주고 그런 것들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이 진짜 일류가족이 아닐까.

군림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이웃과 관계하는 것이 어렵게 되는 것 같다. 누구를 동등하게 대하려 하면 괜히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아,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또 깊은 사귐 속에 잘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래서 홀로 권위를 지키려 가족과 대화도 장난도 놀이도 못하는 대발이? 아버지들은 가족들에게 또 상처를 주고받고 함께 있어도 외로운 인생을 산다. 가족들과 함께 웃고 놀고 장난한다고 아버지의 권위가 무너지는 것은 아닌데....

이렇게 서로를 통해 평화롭게 사는 삶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가족, 이것이 이 시대의 진정 일류가족 이리라. 그렇다! 사랑은 끝없이 불공평을 요구하는데... 그래서 하나님도 “내가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는 버렸나니” 라고 하신 말씀은 어쩜 사랑의 불공평의 절정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이 불공평의 사랑의 절정을 가족 간에 만끽할 때 죽음보다도 더 강한 그 사랑 때문에 오늘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힘차게 살아갈 충분한 이유가 되리라. 이스라엘이여 너는 행복자로다. 여호와의 구원을 너같이 얻은 백성이 누구뇨(신33:29). 예수 믿는 가족은 행복자이다. 대장암 말기로 너무나 고통스러워하는 38살 된 자매님을 방문하여 가슴이 무너지는 것같이 아팠지만 그 자매에게 담대히 말했다. “저는 우리 자매님이 하나도 불쌍해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죽어도 살 수밖에 없는 예수님의 생명이 자매님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아멘’ 하며 자매님은 눈물을 흘렸다. 그렇다. 받지 못한 것을 보지 말고 이미 받은 복을 보며 서로를 하나님과 연결된 존재로 믿어주고 보아주는 것, 이것이 진정 일류가족이요 영적가족이리라. changsamo10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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