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위의 트럼펫

손동원 박사 (미드웨스트대학교 교수, 리더십학자)

리더의 약점과 허물 미국 롱비치에서 한 신사가 그와 동행중이던 젊은 숙녀를 자동차에 남겨둔 채 통닭구이 집에 들어가 통닭 한 마리를 샀다. 그런데 그 가게 주인이 실수로 통닭상자 대신에 그날 장사해서 들어온 현금상자를 싸서 건네주었다. 그는 은행에 예금을 하려고 거액의 돈을 빈 상자에 넣어 두었었는데, 그만 돈이 든 상자가 통닭상자인 줄 착각하고 포장해서 손님에게 건네준 것이다. 통닭을 산 신사는 숙녀와 함께 공원에 도착해서 상자를 열어보니 상자 속에는 통닭이 아니라 돈뭉치가 들어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유혹에 빠지기 쉬운 순간이었다. 신사는 무언가 잘못된 것을 알고 다시 그 가게로 달려가서 주인에게 돈뭉치를 돌려주었다. 너무 놀란 그 주인은 “선생님, 여기 잠깐만 앉아 계세요. 제가 신문사에 전화해서 귀한 분의 선행을 알려야 하겠어요. 선생님은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사람입니다” 하며 감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런데 이 신사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절대로 그러지 마세요.” 이상하게 여긴 주인은 물었다. “아니 왜 안 된다는 거죠?” “보시다시피 저는 결혼한 몸입니다. 그런데 지금 저와 함께 있는 이 여자는 제 와이프가 아니거든요.” 우리는 통닭집 에피소드를 통해 인간은 어떤 한 면만을 보고 판단하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이든 자세히 살펴보면 누구나 약점과 허물이 있는 것이다. 모든 리더들은 약점과 허물을 갖고 있다. 에피소드의 신사처럼 겉으로는 멀쩡한 사람도 속으로는 문제가 있다. 로마서는 ‘의인은 하나도 없다’(롬3:10)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약점과 허물이 있다는 것이 성경의 인간관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이나 허물을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면 사람들이 무시하거나 무가치한 사람으로 생각할까봐 두려운 것이다. 때문에 가능하면 자신의 약점이나 허물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려 한다. 혹은 상대방이 자신의 약점이나 허물을 이야기하면 인정하기보다는 분노하고 아니라고 정색을 하며 부인한다. 사회와 교회 속에서 리더는 보통사람들이 미처 눈치 채지 못하는 많은 약점과 허물을 갖고 살아간다.

약점 극복의 솔루션

맨발로 소리를 듣는 사람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에블린 글래니’이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그녀는 세계 최고의 타악기 연주자 중 하나로 꼽힌다. 여느 음악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가 이미 열두 살 때 청력을 잃은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그녀가 청각을 잃은 순간 음악가로서는 이미 그녀 인생에 마지막 종이 울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글래니는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귀를 포기하고 소리의 진동과 뺨의 떨림으로 어떤 소리인지 감지해내는 연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항상 맨발로 무대에 올라가 발끝에서 전해오는 진동으로 소리를 구별해냈다. 귀가 아니라 온몸 전체가, 그 중에서도 극도로 섬세해진 발끝의 촉각 하나하나가 그녀만의 청각기관이 되어준 셈이다. 덕분에 그녀는 미세한 대기의 변화로도 음의 높낮이를 읽어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고 20여 년의 노력 끝에 세계 최고의 타악기 연주자로 꼽히게 되었다. 듣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그녀의 신체적인 결함을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교회에 엄청난 위기가 닥쳤다. 위기가 닥치면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어쩔 줄 몰라 애태워하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 한다. 이럴 때일수록 리더는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위기에 맞서 두려워하거나 당황하지 않는 꿋꿋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러한 리더의 자신감 있는 대처 능력은 위기 상황에서 구성원들을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는 지지대가 되어준다. 사회와 교회를 이끌어가는 리더의 결의 표명이 없는데 구성원들이 리더를 따라줄 리 없다. 그래서 리더 스스로의 결의 표명과 자신감 표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기극복의 출발점은 마음 전쟁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한편으로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잡아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리더 자신부터 약점을 극복하고 강한 자신감을 보여야 한다. 리더십이란 한마디로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활력과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자신이 믿지 않는 물건을 고객에게 팔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이 신봉하지 않는 승리 마인드를 구성원에게 설득할 수는 없는 법이다. 분명치 않은 믿음과 신앙을 가지고 복음전파와 교회 부흥이 일어날 수 없다. 지금은 ‘거센 폭풍을 무릅쓰고 배가 항해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고 리더가 소신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그 결단을 촉구하고 모든 관계자가 희망을 갖고 비전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것이 위기를 맞아 리더가 자신감을 갖고 보여주어야 할 일이다.

금이 간 항아리

어떤 사람이 양 어깨에 지게를 지고 물을 날랐다. 오른쪽과 왼쪽에 항아리가 하나씩 있었다. 그런데 왼쪽 항아리는 금이 간 항아리였다. 우물에서 물을 가득 채워 집에 오면 왼쪽 항아리의 물은 반쯤 비어있었다. 그 이유는 항아리에 금이 갔기 때문이었다. 반면 오른쪽 항아리는 물이 가득 찬 모습 그대로였다. 왼쪽 항아리는 주인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날 주인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주인님, 나 때문에 항상 일을 두 번씩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 금이 간 나 같은 항아리는 버리고 새것을 쓰세요.” 그때 주인은 금이 간 항아리를 들고 길가로 나왔다. 그리고 길 왼쪽에 핀 꽃과 풀들을 보여 주면서 말했다. “우리가 지나온 길 양쪽을 보아라. 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은 오른쪽 길에는 아무 생명도 자라지 못하는 황무지지만 왼쪽에는 아름다운 꽃과 풀이 무성하게 자라지 않니? 너는 비록 금이 갔지만 너로 인해서 많은 생명이 자라나는 모습이 아름답구나. 나는 그 생명을 보며 행복하단다.” 우리는 자신의 장점, 완벽함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잘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자랑으로 삼는다. 자신의 약함이나 허물, 남들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괴로워할 때가 있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남보다 못한 것이나 자신의 처지와 상황 때문에 때로는 낙심하고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할 수 있다. 이럴 때마다 ‘금이 간 항아리’ 이야기를 생각하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위대한 부흥사 무디가 그토록 열정적인 설교가가 되리라는 가능성은 어려서는 결코 없었다. 문법이 엉망인데다 성경지식도 거의 없었다. 그는 교회에서 설교를 금지당하기도 하였다. 이 세상이 살만하고 아름답게 된 것은 사실 똑똑하고 완벽한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부족하고 어딘가 모르게 틈이 많은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절벽위에서 승리와 환희의 트럼펫을 부는 리더

겸손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신의 장점을 자랑하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약점과 허물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완벽한 사람을 사용하지 않는다. 스스로 능력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교만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약한 사람도 사용하지 않는다. 쉽게 좌절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사용하는 사람은 완벽하거나 능력 있거나 무능하거나 약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하나님은 자신의 약점과 허물을 스스로 인정하고 고백하며 하나님을 믿는 사람을 사용하신다. 자신의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약점이 많아도 괜찮다. 하나님께서는 부족하고 약하기 때문에 자신의 약점을 깨닫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사람,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하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람을 사용하신다.

이스라엘의 두 리더 사울 왕과 다윗 왕은 처음에는 똑같이 겸손한 자세로 왕의 직무를 수행했으나 한 사람은 끝까지 성공했고 한 사람은 중도 탈락했다. 그들에게 다른 점은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께 대한 태도였다.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은총을 구하는 자에게 참다운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리더라면 사도 바울처럼 육체의 가시(약점, 열등감, 허물, 상처)들이 있다. 자신의 약점을 보지 말고 하나님께 대한 믿음이 있는가를 늘 점검하라. 참된 리더는 자기에게 약점과 허물이 없고 의지와 결단력이 있어서 하나님 앞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약점과 허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혜를 힘입어서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약점과 허물을 극복하고 절벽위에서 승리와 환희의 트럼펫을 부는 리더가 되길 소망한다. sondongwon@gmail.com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