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자리라 해도 버팀목 자리를 지켜라

손동원 박사 (미드웨스트대학교 교수, 리더십학자)

독립영웅의 리더십(Effective Decision Making)

100달러화 인물로 유명한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초대 정치인 중 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특별한 공식적 지위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미국 독립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프랭클린은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특별한 기술(Effective Decision Making)을 사용했다. 그는 종이를 반으로 나눠 한쪽에는 찬성, 다른 쪽에는 반대라고 적었다. 그리고는 3-4일 정도 생각을 하면서 여러 가지 모티브(motive)에 따라 떠오르는 생각들을 종이에 적었다. 그렇게 찬성과 반대의 원인과 이유들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게 적은 후 각각의 비중과 무게를 생각하고 서로 비중과 무게가 같은 것끼리 지워 나간다. 찬성하는 이유 하나와 반대하는 이유 두 가지의 비중과 무게가 같다면 이 세 가지를 지우고 반대하는 이유 둘과 찬성하는 이유 셋의 비중과 무게가 같다면 다섯 가지를 모두 지운다. 이렇게 비중과 무게가 같은 것끼리 지우고 나서 1-2일 정도 더 생각한다. 새로운 원인과 이유가 떠오르지 않으면 곧바로 결정을 한다. 이렇게 프랭클린은 정확한 정보를 분석 평가하여 사물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리더로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했다.

타고난 유머로 유명했던 작가 버나드 쇼는 자신의 묘비명을 이렇게 적었다. "나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결정을 못하고 우물쭈물 하는 우유부단한 자를 ‘두 마음을 품어 모든 일에 정함이 없는 자’라고 성경은 말한다. 헬라어에서 ‘두 마음’이란 문자적으로 ‘두 개의 혼’을 의미한다. 이것이 서로 다른 두 방향에서 잡아당김으로 충성심도, 우선순위도 둘로 나누어지게 된다. 그래서 두 마음을 가진 사람은 주위 사람들을 무기력하고 불안정하게 만든다. 나오미의 자부였던 오르바는 시어머니를 따를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우유부단했고 사울 왕은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를 위해 사무엘을 기다릴 것인가에 대해 우유부단했다. 또한 빌라도는 예수를 풀어줄 것인가 바나바를 풀어줄 것인가에 대해 우유부단했다. 어떤 조직의 리더를 막론하고 리더는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리더의 임무는 매순간마다 결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최적의 결정, 공정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책임이며 의무이다.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물리치고,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리더의 임무이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는 리더는 고독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리더가 내리는 냉철한 결정도 주변의 입김이 배제된 ‘고독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연말은 각계각층에 있는 리더들이 힘든 결정, 고독한 결정을 해야 할 때다.

고난속의 번영의 리더십

미국에서 목화가 매우 귀했던 시절, ‘목화다래바구미’라는 곤충이 멕시코에서 미국 남부로 넘어와 목화밭을 망쳐 놓았다. 농부들은 뜻밖의 재난으로 콩이나 땅콩을 비롯한 다양한 작물들을 재배해야만 했고 소, 돼지, 닭들을 어떻게 사육하는지도 배워야 했다. 그런데 농가의 소득은 목화만 재배할 때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 앨라배마(Alabama) 주의 사람들은 단일 농작물만을 재배하다가, 그 목화다래바구미 덕분에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함으로써 큰 부자가 되었다. 그들은 너무나 감사해서 처음에 자기들의 목화농사를 망쳤던 곤충인 ‘목화다래바구미’를 위한 기념비까지 세웠다. 기념비문에는 ‘목화다래바구미와 그것이 가져다 준 번영을 진심으로 기념하면서’라고 씌어 있다. 아픈 만큼 성숙하고 성장한 것이다. 이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목회자 존 파이퍼는 다음과 같이 고난을 5R로 정의한다. 고난에 처한 리더들을 향한 하나님의 거시적인 목적은 다음과 같다. 회개(Repentance): 고난은 우리가 하나님보다 땅의 것을 높여 보물 삼는 데에서 돌이키도록 부르시는 것이다. 의존(Reliance): 고난은 세상살이에 필요한 물질을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을 의지하라는 부르심이다. 의로움(Righteousness): 고난은 사랑이 많으신 하늘 아버지의 징계로서 우리로 하여금 그의 거룩하심에 참여하게 하시기 위함이다. 상급(Reward): 고난은 우리가 이 땅에서 잃는 것의 천 배나 더 보상받는 엄청난 천국의 상급을 이루게 한다. 기억나게 하는 것(Reminder): 고난은 하나님께서 그의 아들을 세상에 보내어 고난 받게 하신 것을 기억나게 하며, 그리하여 우리의 현재의 고난이 하나님의 정죄가 아니라 우리를 정결케 하시는 손길임을 기억나게 한다. 하나님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나를 지켜보고 계시며, 나를 보호하고 계시며 나를 붙잡고 계신다. 리더는 어떤 고난의 상황 속에서도 고난은 잠시 잠깐이면 지나갈 것이요 하나님의 보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영원히 변함이 없는 완전한 것임을 분명히 믿고, 또 의지해야 한다. 영원한 생명으로 나를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손에서 나를 빼앗을 자가 없다는 확고한 믿음이 고난 중에 처한 리더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믿음인 것이다. 고난은 변장된 축복이다. 하나님은 고난의 보자기에다가 축복을 싸서 주신다. 고난이 가져다 준 번영을 진심으로 기념한다.

말라 죽어있는 억새의 역할

사람이 죽으면 묘비에 두 개의 날짜가 새겨진다. 탄생일과 사망일이 그것이다. 태어난 날과 죽은 날의 거리를 일생이라 부른다. 누구에게나 한 번만 주어진 일생의 거리를 아는 사람은 없다. 비록 건강해서 백수를 누린다 해도 영원의 세월에 비하면 덧없는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의 진정한 가치는 사는 길이가 아니라 사는 방법을 깨닫고 그것을 실천하는데 달려 있다. Long Time이든 Short Time이든 하늘로부터 허락받은 일생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인생의 가치는 결정된다. 세상은 확신을 갖고 용기 있게 행동하는 사람을 위해 길을 제공한다. 목적이 분명하면 반드시 길은 열린다. 어느 이름 없는 무명의 영웅은 미켈란젤로에게 미술의 기초를 가르쳤고, 어느 무명의 영웅은 아인슈타인에게 수학의 기초를 가르쳤다. 일상에서의 사소한 삶들이 역사의 영웅을 하나씩 만들고 있는 것이다. 리더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침묵을 깨고 지금 시작하라. 작은 시작으로 인해 당신이 미래의 영웅을 만드는 무명의 영웅이 될런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나가던 나그네가 깊은 산속의 초가 옆에 놓여진 억새밭을 지나가다 말라 죽어있는 억새를 보면서 지혜자에게 물었다. “저 억새들은 한여름 무성한 푸르름을 자랑하다가 이제는 아무 쓸모없이 저렇게 말라 죽어 있군요.” 나그네의 말에 지혜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소. 저 억새들은 저렇게 아무 볼품없이 서 있지만 아직까지 제 역할이 남아 있어서 저렇게 서 있지요.” “아니, 아직까지 역할이 남아 있다니요?” “아직도 어미 억새로서 할 일이 있는 것이지요. 어린 새끼 억새들이 다 자랄 때까지 버팀대가 되어주는 것이랍니다.”

리더는 바람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12월이 되었다. 2016년 달력이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당신이 처한 환경이 비록 빛바랜 억새풀같이 볼품없는 고달픈 자리라 해도 꿋꿋하게 버팀목 자리를 지켜야 한다. 이것이 역사를 이어가는 하나님의 방법이 아니겠는가? 거침없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세월은 흘러간다. 고요하게 흐르는 세월의 물결 위에 종이배 낙엽이라도 띄워보자. 숨 가쁘게 몰려오는 홍수처럼 모진 세월이라면 다윗의 노래를 부르면 되지 않는가? “여호와께서 홍수 때에 좌정하셨음이여. 여호와께서 영영토록 왕으로 좌정하시도다.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에게 힘을 주심이여.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에게 평강의 복을 주심이로다(시29:10-11).” 조직에는 버팀목이 있어야 한다.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있어야 하며 바람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구성원들이 아무리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마음을 갖고 목표를 향해 나갈지라도 그들의 마음에 의심과 균열이 생기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위기의 순간에 의심과 균열의 자리를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소망한다. sondongw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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