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돌봄

변명혜 교수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지난 달 고난의 의미에 대한 글을 쓴 이후 고난에 대한 묵상이 계속되고 있다. 2주 전에 내가 섬기는 교회 가정사역부에서 돌봄에 관한 일일 세미나가 있었다. 성도들이 어떻게 하면 도움이 필요한 주변의 성도들을 잘 돌볼 수 있을지, 네 사람이 각각의 주제로 한 시간 정도 강의하기로 했다. 나는 고난을 주제로 강의를 하기로 했다. 왜 고난을 주제로 택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마도 지난달 칼럼에 소개한 한국방문 중 본 “교회오빠”라는 영화관람 이후 다시 한 번 성도들이 당하는 고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강의하는 영성 과목에서 고난에 대해 주제도 짧게 다루기 때문에 기초적인 강의 노트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조금 더 잘 준비하고 싶은 마음에 세미나 전까지 두 달 남짓 나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고난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욥기도 다시 읽고, 고통에 관한 두꺼운 책도 사서 열심히 읽었다. 준비를 하면 할수록 무엇인가 부족한 것 같아서 유튜브에 뜨는 한국에 계신 목사님들의 “고난설교”도 다섯 편 정도 들었다. 

이상하게도 세미나 준비기간 동안 주위에서 고난을 당하는 성도들의 소식을 연이어 듣게 되었다. 마치 하나님께서 이론을 넘어서서 실제 고난 중에 있는 성도들을 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우리 학교 목회학박사과정에서 졸업논문을 쓰고 있던 어느 목사님의 갑작스런 소천, 작은 교회를 개척했던 목사님의 뇌출혈로 인한 소천, 옛 성도의 남편이 교통사고로 큰 어려움에 처한 것, 아는 분의 암 소식 등 한 달 내에 갑자기 들려오는 고난의 홍수같은 소식들은 다시 한 번 인간의 삶에 불현듯 찾아오는 고난을 생각하게 한다. 저 분이 어떻게 저 큰 짐을 지고 가야할지 곁에서 보는 나에게도 막막하게 느껴지는 어려움을 당한 분이 감당해야 할 현실이 아픔으로 전해져온다. 

우리에게 당한 고난을 해석하기 위한 여러 접근 방법이 있다. 논리적으로 고난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전능하시고 선하신 하나님의 존재와 악의 존재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연구이다. 또한 우리가 당하는 세상의 문제를 볼 때 하나님께서 존재하신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를 논하는 고난에 대한 가상적인 연구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고난 앞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개인적인 질문에 답하고자 하는 목회적인 접근이다. 논리적이거나 가상적인 접근 방법보다 고난을 당한 사람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 곁에 있는 교회와 성도들이 감당해야 할 몫인 것이다. 

그러면 고난 중에 힘들어 하는 이웃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어느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고난을 당한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정서적, 물질적 지원이 얼마나 다양한지가  고난을 이겨내는데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라고 한다. 또한 고난 중에 하나님을 향한 부정적 감정이나 고통을 부인하고 피하는 대신 삶의 역경과 고난을 대면하며 자신의 갈등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능력도 고난을 잘 극복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 

이런 면에서 믿음의 공동체가 감당할 일은 주님이 그러셨듯이 고난 중에 있는 분들과 함께 하는 일이다. 십자가의 모진 고난을 친히 겪으신 예수님이 우리 인생의 고난을 아시고 긍휼히 여기시며 고난 중에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그 진리를 삶으로 나누어야 할 것이다. 욥의 친구들처럼 본인들이 지닌 하나님에 대한 지식에 근거한 말로 고난에 빠진 이웃의 마음을 더 상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믿는 자라면 고통 중에라도 하나님을 향한 마음의 질문과 절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훈계해서도 안 될 것이다. 

고난 중에 있는 분들을 위해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는 기도를 주님 앞에 올려드리는 것, 아픈 마음에 혹시라도 위로가 될까 하고 함께 식사하는 것, 그리고 대화를 나누는 것, 그런 것 작은 마음 씀이 그 분들에게 힘이 될 것 같다. 나에게 닥칠 수 있는 고난이 내 이웃에게 찾아왔음을 생각하고 진정한 돌봄의 마음으로 함께 하는 것이 작게나마 나의 이웃이 고난을 뚫고 나갈 힘을 더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lpyun@apu.edu

 

08.10.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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