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촌

변명혜 교수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예수님은 이웃사랑 하기를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이웃사랑은 자연스럽게 되는 것만은 아닌 듯 하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고 하기도 하고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웃이 밭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도 있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는 내 곁에 좋은 이웃들을 많이 주셨다. 옛날 교회 친구, 신학교 친구 등 기쁜 일, 어려운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웃들이 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도 좋은 분들이어서 감사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온 지도 올해로 십육년째다. 그동안 이웃들이 많이 바뀌었지만 이사 올 때 우리 집 양 옆에 살던 사람들은 여전히 그대로다. 오른 쪽에 사는 중국아저씨네도 왼쪽 인도부부도 참 좋은 사람들이다. 

중국 아저씨는 쓰레기가 나간 날 내가 집에 늦게 들어오면 쓰레기통을 뒤뜰에 넣어주기도 한다. 인도 분의 아내는 밤에 전화해서 내 차 창문이 내려진 채 있다고 알려주기도 하고 차고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해주기도 한다. 깜박 깜박 정신없는 나를 챙겨주는 것이다. 최근에도 이웃의 고마움을 새삼 느낀 일이 있었다. 

우리 집은 아침에 주로 군고구마를 먹는다. 몇 주 전 아침에도 차고에 있는 고구마를 가지러 갔는데 고구마 끝이 잘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쥐가 갉아 먹은 것이었다. 그 며칠 전 밤에 차고 문 내리는 것을 잊어버려서 늦게야 닫은 적이 있는데 아마 그 때 쥐가 들어온 것 같았다. 아침에 누렸던 잔잔한 은혜가 다 사라지고 마음이 완전 비상사태로 돌진하게 되었다. 

쥐를 잡으려면 우선은 차고 한 쪽에 쌓여있는 도네이션 할 물건들부터 치워야 할 것 같았다. 옷가지 모아둔 것 등을 차에 싣다가 보니 이곳 저곳 쥐똥 자국이 있었다. 동네에서 점심식사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은 점심을 먹고 차에 실은 물건들을 도네이션 센터에 갖다 주고 집에 오는 길에 쥐를 처리할 덫을 사든지 하기로 했다.   

약속시간에 맞춰서 나가려고 차를 움직이는데 차가 긁히는 소리가 났다. 차고 안에는 차를 긁을 것이 없는데 이상하다 싶어서 차를 앞으로 움직여도 소리가 나고 뒤로 움직여도 소리가 났다. 내려서 살펴보니 차 엔진 옆에 긴 철판이 끼어있었다. 도네이션 할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사용하지 않는 철제 정리장의 선반 하나가 떨어져 차 밑에 있는 것을 모르고 차를 움직인 것이었다. 차를 앞뒤로 움직이는 바람에 철판이 차체에 꽉 끼어버렸다. 점심약속 시간은 다가와 오는데 차를 움직일 수가 없으니 낭패였다. 마음이 급하니까 AAA를 부르면 된다는 생각도 못한 채 차고에 누워서 펜치로 철을 끊어 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가까스로 한두 군데를 끊어서 앞부분은 빠졌지만 손이 안 닿는 뒷부분은 도무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가까이 사시는 장로님께 SOS전화를 했다. 마침 일을 안 나가셨다고 장로님이 달려오셔서 철판을 꺼내주셨다. 평소에 큰오빠처럼 잘 도와주시는 고마운 분이지만 차고 바닥에 누워서 힘들게 철판을 자르셔야 해서 너무 죄송했다. 미안해하는 나에게 장로님은 이웃 살면서 서로 도울 수 있으니 좋다고 하시면서 가셨다. 

오후에 쥐약을 사서 차고 여기저기에 놓고 쥐가 붙는 끈적이도 몇 개 사서 늘어놓았다. 두어 시간 지나서 차고에 나가보니 그새 쥐 한마리가 끈적이에 붙어 있는 것이었다. 큰 비닐봉지에 넣어서 버리겠다고 용감하게 다가갔는데 살아서 찍찍 거리는 쥐를 보니 불쌍하고 무섭고 징그러워서 도무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평소 같으면 장로님께 도와달라고 하겠는데 아침에도 다녀가셨으니 도무지 다시 오시라고 할 염치가 없었다. 차고 한구석에 서서 “어떻게, 어떻게” 그러면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생각난 것이 옆 집 이었다. 

전화를 받은 옆 집 남편과 아들이 달려와서 쥐를 담아서 쓰레기통에 넣어 주고 갔다. 아침부터 밤까지 쥐 때문에 소동을 떨면서 너무 고마운 장로님과 옆집 부부를 통해 이웃사랑을 경험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을 생각하면서 나도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언제나 달려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lpyun@ap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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