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을 기다리며

변명혜 박사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가물었던 캘리포니아에 그런대로 겨울비가 내려주어서 예년보다 더 많은 꽃들이 피었다. 프리웨이 곁 언덕도 노란색으로 단장했고 동네 언덕의 작은 들꽃들도 새 봄이 왔음을 알리며 고운 모습을 드러낸다. 아름다운 계절 봄이 찾아오면 우리 기독교인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절기인 부활절이 온다. 인생의 가장 큰 두려움인 죽음을 이기신 예수님의 다시 사심을 기념하는 절기인 부활절이 봄에 온다는 것이 감사하다. LA에 사는 우리에게 봄은 생명이 살아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물론 부활절에 추운 날씨인 나라도 있겠지만 말이다. 겨울 내내 푸른 잎을 다 떨궈 버린 채 죽은 듯이 서 있던 나무들에 파릇파릇 작은 잎들이 돋아나고, 길가에 조용히 자리 잡은 잡초에도 작은 예쁜 꽃이 피어나는 것을 바라보노라면 새생명을 생각하게 된다. 봄은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신비를 이해할 수 없는 우둔한 우리를 위해서 선물로 주신 계절 같다. 봄의 자연 속에 있노라면 죽음을 이기고 새로운 생명으로 오신 예수님의 부활의 신비가 그다지 어렵지 않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부활절을 기다리면서 매일의 삶을 부활의 마음으로 산다면 훨씬 더 여유 있게 지금 내게 허락하신 것을 감사하고 기뻐하며, 또한 부족한 것을 품으며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 멀리 내려다보이는 도시를 바라볼 때면 일상의 삶으로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듯이 말이다. 부활의 마음이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변화된 모습으로 영광의 주님과 함께 거할 그 나라를 믿음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다. 언젠가는 나의 모든 삶을 다 아시는 주님 앞에 설 것이며 그분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평가 받을 것을 인정하는 마음이다. 아무 소망이 없는 세상에 우리와 동일한 모습으로 찾아 오셔서 십자가를 택하신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아는 마음이다. 그리고 겨울나무처럼 죽은 것 같은 우리 안에 새 생명의 싹을 심어 놓으신 아버지께서 우리의 모든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우리를 온전하게 하실 것임을 믿는 마음이다.

부활의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우리의 삶에 일어나는 불편한 일에 쉽게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것이고, 반대로 사소하게 느껴질 좋은 일에 쉽게 감사할 것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늘 하나님의 기쁨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예수님의 부활에 역사하셨던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이(엡1:18-22) 주님을 사랑하는 우리 안에서도 동일하게 역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금 내 앞에 큰 문제로 다가와 있는 일들도 오히려 하나님을 배우는 좋은 기회로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땅에서의 삶이 전부인 것으로 알고 살아가는 것과는 아주 다른 차원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이성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거듭난 새 삶을 허락하신 하나님, 그리고 이 땅에 살아가는 동안 그리스도를 알며 그 분을 따라갈 힘을 날마다 채워 주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가장 큰 두려움인 죽음을 이기시고 우리에게 주신 새 생명에 걸 맞는 부활의 삶을 약속하시고 친히 부활의 첫 열매가 되셨다.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한 제자들이 두려움의 자리를 벗어나서 생명을 건 증인의 삶을 살아 드렸듯이 이제 우리도 생명이 살아나는 봄을 맞아 부활하신 주님을 바라보면서 하루하루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부활의 마음을 지니고 소망가운데 살아드려야 할 것이다. lpyun@ap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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