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혜 박사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독수리는 빠르고 날개에 힘이 센 새여서 새 중에 왕으로 일컬어지는 새다. 성경에서는 독수리가 33번 등장하는데 많은 경우 바람을 타는 강한 날개, 새끼를 날개로 받아주는 생동력 있고 강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몇 주 전에 독수리의 새로운 모습을 볼 기회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휴가로 오랜만에 친구 집사님 가족과 아이들과 함께 짧은 여행을 다녀왔는데 어느 날 저녁 식사 후 아이들과 함께 독수리가 알이 부화되는 것을 기다리며 품고 있는 것을 실시간 중계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플로리다에서 서식하는 어미 독수리 해리엇과 아빠 독수리 M15(2015년에 나타난 남자독수리여서 이름이 male15이라고 한다)이 교대로 이제 곧 부화될 알을 품고 있는 것을 실시간 중계하는 것이었다.
독수리는 알을 품고 있은 지 35-40일 만에 알이 부화된다고 한다. 우리가 지켜보기 시작한 것이 35일이 지난 후이었기 때문에 TV에서는 계속 이제 곧 부화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우리 막내와 친구 집사님 사위가 가장 큰 관심을 보여서 우리도 짬짬이 숙소에 머무는 시간은 계속 독수리 알이 부화되기를 기다리며 지켜보았다. 어미 독수리 해리엇은 많이 늙었고 아빠 독수리는 젊었다고 한다. 지쳐 보이는 엄마에게 와서 아빠 독수리가 날개에 발 하나를 올려놓으니까 엄마 독수리가 알을 아빠에게 넘겨주었다. 말도 못하는 독수리들이 어떻게 서로 교대로 알을 품는지 신기했다.
지켜본지 하루 지나서 품고 있던 두 개 중 한 알의 껍질에 작은 금이 생겼는데도 새끼 독수리가 이틀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고 있었다. 아이들 말에 의하면 껍질이 깨어지기 시작하고 밖으로 나오기 전에 새끼 독수리는 생존을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지켜보는 우리도 답답하게 시간이 걸렸다. 드디어 집으로 돌아오는 날 이른 아침에 꼭 병아리 같이 귀여운 새끼 독수리가 알을 깨고 나왔다. 알 하나는 무슨 이유인지 결국 부화되지 않았다. 알이 부화되기를 기다리는 동안은 새 중의 왕인 독수리도 여느 새와 마찬가지로 꼼짝도 하지 않고 긴 시간을 인내하며 알을 품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주 지루한 독수리 알이 부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현대인들은 ‘서두르는 병’(hurrying disease)에 걸렸다고 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인터넷 시대여서 꾸준히 참고 기다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시대이다. 자녀들이 자기의 갈 길을 찾아가느라 시간을 끌어도 부모 마음이 답답해지기 시작하고,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배우자의 모습에 좌절이 되기도 한다. 매일 마음을 다해 주님 앞에 부르짖는 기도가 바로 응답되지 않으면 하나님께 실망하거나 기도할 힘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새끼 독수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까지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이 꼭 필요한 과정이듯이 우리가 바라고 기도하는 일들이 이루어지는 과정에도 인내가 필요한 것 같다. 독수리가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긴 시간 피곤하게 알을 품고 있는 해리엇과 M15에게 “힘 내! 조금만 더 기다려. 이제 곧 새끼가 나올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아마 우리 하나님도 참으며 기다리며 주님만을 바라보는 우리를 그렇게 격려해주고 싶으실 것 같다.
우리를 우리 자신보다 더 잘 아시는 좋으신 하나님께서 언젠가는 우리에게 가장 최선의 것을 주실 것을 바라보며 믿으며 올 한해도 성령의 열매인 인내를 간구하며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lpyun@ap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