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혜 박사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대학을 졸업하고 무엇을 할지 한참 고민하던 중에 SAT 학원에 와서 한 두 과목 가르치라는 SAT 학원 원장의 권유로 학원에 발을 들인 큰 아들은 거의 7년을 학원에 붙잡혀 있었다. 딱히 다른 직장을 구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도 없던 차에 학원 원장 되는 분이 동생처럼 생각해주고 대우도 잘해주니 그럭저럭 있던 것이 7년이 되었던 것이다. 누나와 동생이 다 전문직을 위한 준비과정에 있는데 자기는 계속 학원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혹시라도 불편할까 싶어 마음이 쓰였다. 무슨 일을 하든지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으면 된다고, 학교는 아니어도 학원 운영도 청소년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이니 하고 싶으면 학원 운영을 해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좋지만 엄마들 극성(?)이 피곤하다고 학원 운영은 안하고 싶다고 하더니 대학원을 가겠다고 작년 여름으로 학원을 그만두었다.
작년 여름 이후로 뒤늦게 대학원 진학을 위한 자격시험을 열심히 준비하였고 시험을 잘 봐서 웬만한 원하는 학교는 갈 수 있는 좋은 점수를 받았다. 문제는 아들의 대학 성적이었다. 아들이 대학교에 다니는 동안 한 번도 성적표를 보자고 한 적이 없는, 아들을 너무 믿은 엄마 잘못도 있지만 우리 집안 기록이라고 농담할 만큼 그야말로 엉망진창인 대학 성적은 아마 대학 4년 내내 너무 열심히 데이트를 한 결과인 것 같다. 대학원 갈 생각을 하면서부터 형편없는 대학 성적이 걱정이 되었든지 풀타임 일을 하는 동안에도 두 학기를 열심히 샌디에고를 오락가락하면서 “F” 맞은 두 과목을 재수강하고 다른 선택 과목을 새로 수강해서 다 “A” 학점을 받았다. 그 “A” 학점들 덕분에 웬만큼 성적을 올려놓았다고 생각하고 이곳저곳에 대학원 원서를 제출했다. 나도 그런가보다 하고 입학 허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에 집에 들어와 보니 아들이 피곤했던지 이불도 안 덮은 채 자고 있었다. 일어나서 세수도 하고 잘 자라고 말하니까 아들이 잠꼬대를 하는 것이다.
“엄마, 토비(우리 강아지 이름)가 대학교 성적이 너무 안좋아요.” 너무 우습기도 하고 딱하기도 해서 “토비가 대학교 갔었니?” 하고는 내 방으로 왔다. 다음 날 얘기를 들어보니 대학원에 가는 성적이 아들이 기대했던 대로 재수강한 과목은 A학점으로 총 학점이 계산되는 것이 아니고 F학점 맞은 것도 0점으로 합산된다는 것을 그 전 날 알았던 것이다. 아들이 열심히 올려놓은 학점이 별로 도움이 안된 것이다. 철없는 대학시절에 열심히 공부 안한 것이 꼬리표가 되어 줄줄 뒤를 따라 다니니까 스트레스를 받아서 잠꼬대까지 한 것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사람들이 옛날에 했던 좋은 일도 기억하지만 안 좋은 일들도 기억하고 꼬리표를 붙인다. 마치 전과자들이 감옥을 나와서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결심해도 전과 기록 때문에 쉽게 취직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우리 아들 대학 성적이 뒤늦게 철들어서 회복을 시도해도 대학원 가는 길에 발목을 잡고 늘어지듯 우리의 실수와 죄가 때로는 우리를 뒤 따라 다니며 괴롭힌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떳떳이 얼굴을 들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데 우리 하나님은 동이 서에서 먼 것 같이 우리 죄과를 우리에게서 멀리 옮기셨으며, 하늘이 땅에서 높음같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에게 인자하심을 베푼다고 하셨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우리가 하나님을 경외하고 주님 앞에 회개함으로 나아간다면 우리의 모든 죄를 용서하시고 수없이 많은 주렁주렁 따라 다닐 꼬리표를 단숨에 없애신다니 이것이 복음이 아닐까. 아들이 가고 싶은 학교에서는 아직 연락이 안왔다. 그래도 가까운 지역에 있는 세 학교에서 입학 허가가 왔으니 감사하다. 우선은 갈 곳이 있으니 말이다. “아들아, 네게도 이 일이 평생 교훈이 되었을 줄로 안다. 그리고 늘 꼬리표를 지워주시는 주님을 더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lpyun@ap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