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혜 박사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부활절은 크리스천들에게 있어서는 어떤 면에서 성탄절보다 더 의미 있는 날이라고 생각된다. 예수님이 육신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성탄절도 중요한 날이지만 십자가의 죽음을 담당하신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지 않으셨다면 바울의 말대로 우리의 믿음은 헛것이고 세상에서 우리가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주님 품에 보낸 사람들에게는 부활절이 주는 소망이 큰 위로가 된다. 만약 죽음의 날을 선택할 수 있다면 부활절 일주일 전에 주님 앞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면 남은 가족들이 부활절 즈음에 장례식을 치루면서 부활의 믿음으로 마음에 힘을 얻고 슬픔이 덜할 것 같기 때문이다.
부활절 몇 주 전부터 공원묘지인 로즈힐 곳곳에도 먼저 떠난 가족을 위한 백합꽃, 플라스틱 계란, 토끼 등 부활절 장식으로 묘지가 꾸며진다. 올해는 바쁜 일들로 남편의 묘지에 부활절 전에 들릴 시간이 없어서 부활주일에 예배를 마치고 로즈힐을 찾았다. 프리웨이 내리면서부터 막히기 시작하더니 로즈힐 가까이서부터는 묘지를 찾는 가족들로 트래픽이 굉장하였다. 군데군데 차량 통제를 해놓아서 멀리 차를 세워놓고 묘지를 향해 걸어 내려갔다. “아, 그래도 부활절에 묘지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니 기독교인들이 꽤 많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걸어 가면서 보니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을 했는지 금새 알 수 있었다.
로즈힐 입구부터 줄줄이 늘어선 차들은 대부분 부활절을 기뻐하는 기독교인들의 행렬이 아니었다. 마치 성탄절에 세상 사람들이 흥청거리며 파티를 하듯이 부활절의 의미를 전혀 모른 채 예수님과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 명절이라고 묘지를 찾는 것이었다. 곳곳에서 향을 피우는 냄새와 함께 음식을 쌓아놓고 절을 하는 동양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통째 구운 아기 돼지를 로스트 팬에 담아 가지고 제사에 쓰느라 무겁게 어깨에 메고 가는 진풍경도 보였다. 아마 두 사람이나 똑 같은 통돼지를 가지고 가는 것을 보니 주문하면 요리를 해주는 것 같았다. 아는 분 말로는 중국 사람들이 묘지에서 음식을 차려 놓고 제사를 드리는 바람에 남은 음식을 먹으러 저녁이면 로즈힐에 코요테들이 득실거린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묘지에서 종이로 만든 것인지 무슨 집 같은 모형을 태우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조상이 복을 내린다는 무슨 의식이라고 했다.
예수님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꽃장식,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기리는 의식을 보면서 의미 없는 형식이 되어 버린 부활절이 슬프게 느껴졌다. 평소에 교회에 나오지 않던 사람들도 부활절이면 가족을 따라 교회에 나오는 것도 같은 마음에서가 아닐까? 기독교의 절기 중 중요한 날이니까 그래도 교회에 얼굴 한 번 비치고 하나님께 예의를 차린다는 마음 말이다.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다 해도 우리는 부활의 첫 열매되신 주님을 찬양하며 우리에게 부활의 소망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마음을 다해 예배드리는 부활절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로즈힐을 내려왔다. 이메일: lpyun@ap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