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반갑다(?) 친구야

노창수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제가 잘 아는 젊은 목사님이 있습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단 둘이 화장실 하나 있는 집에서 단출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여름, 친한 친구 목사님 가정이 대서양을 건너 그의 가정을 찾아왔습니다. 두 명만 살던 집이 갑자기 친구 부부와 그들의 두 자녀가 같이 지내게 되어 식구가 총 여섯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여섯 명이 화장실 하나인 집에서 한 달 동안 함께 지내려고 하니 여러모로 불편했지만 서로 헤어져서 살면서 있었던 삶과 목회에 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드디어 장기(?) 투숙자들이 떠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이제 헤어지면 언제 어디서 또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는 기약이 없는데도 목사님은 그다지 슬프거나 섭섭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친구 가족을 차에 태우고 공항으로 가면서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웃음이 오래가지를 못했습니다. 약 4개월 후 겨울이 되었을 때, 친구 목사님 가정이 또 다시 그의 가정을 찾아왔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은혜를 베풀어(?) 두 주는 다른 집에 머물고 나머지 두 주만 목사님 댁에 머물었습니다. 이번에도 6명이 화장실 하나 뿐인 조그만 집에서 두 주를 아주 잘 보냈습니다.

그 겨울, 목사님이 살던 지역에 눈이 엄청 많이 내렸습니다. 하늘에 구멍이 났다고 할 정도로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였습니다. 그런데 집 앞과 차 위에 눈을 치워야 하는 부담을 안고 밖에 나가보니 그의 자동차와 집 입구에 쌓인 눈이 불도저로 밀어내듯이 말끔히 치워져있었습니다. 누가 그 많은 눈을 치웠을까? 범인은 바로 그의 집에 자주 나타나 몇 주씩 머물고 있던 친구였습니다. 4개월 만에 다시 찾아온 그가 아주 반갑지만은 않았던 목사님도 그 날만큼은 친구가 집에 머무는 것이 아주 기뻤다고 합니다. 여자의 마음이 갈대라고 했나요? 남자의 마음도 갈대이고 목사의 마음도 갈대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반가웠던 친구가 별로 반갑지 않고, 별로 반갑지 않던 친구가 너무나 고맙게 느껴지는 마음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못 보면 보고 싶은 마음. 오랜만에 만나면 반가운 마음. 그러나 때로는 헤어져도 별로 섭섭하지 않는 마음. 만날 때보다 헤어질 때 더 반가운 마음. 상황에 따라 바뀌는 마음, 이런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은 사람의 마음을 누가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사람은 사랑의 대상이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친구는 사랑이 끊어지지 아니하고 형제는 위급한 때를 위하여 났느니라’(잠언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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