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수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한국 사람들은 큰 키를 선호합니다. 어떤 사람을 묘사할 때 그 사람의 키에 따라 롱 다리(long leg), 혹은 숏 다리(short leg)라는 표현을 씁니다. 롱 다리와 숏 다리를 구분하는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요? 잘 모르지만 만일 ‘키 높이 깔창’을 사용하는 사람을 숏 다리라고 한다면 저는 숏 다리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별로 대단한 롱 다리도 아닌 제가 일상생활에서 키 때문에 종종 불편을 겪습니다. 좁은 자동차 뒷좌석, 식당의 양반 다리 좌석, 비행기 일반 좌석들은 다리를 펴지 못해 불편합니다.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다가 낮은 천정에 머리를 꽝 부딪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담한(?) 키의 제 아내는 아마 이런 제 고충에 공감하지 못할 것입니다. 동남아로 단기선교를 갔을 때의 경험입니다. 현지 선교사님을 따라 버스로 이동하는데 버스 좌석 공간이 현지인들의 키 기준에 맞추었는지 유난히 낮았습니다. 게다가 도로에는 움푹 파인 구멍(pot hole, 포트 홀)이 정말 많았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다리를 펴지 못하여 다리는 부었고, 버스가 팟 홀 위로 지나갈 때마다 머리는 천장에 부딪히고, 어김없이 멀미는 찾아와 속이 안 좋고... 이래저래 힘든 일정이었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지친 몸과 마음으로 선교관에 돌아와 쉬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이런 생각을 주셨습니다. ‘좁은 차 안은 그래도 견딜 수 있지만 좁은 마음은 견디기가 어렵다. 좁은 차 안에서는 다리를 마음껏 펴지 못해도 마음만큼은 어디서나 편하게 펼 수 있어야 한다. 길에 난 구멍이 마음에 구멍이 난 것보다 낫다.’
인디언 속담에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착한 늑대와 나쁜 늑대가 같이 있는데 둘은 늘 싸운다고 합니다. 이 싸움에서 이 둘 중에 누가 이길까요? 내가 먹이를 주는 쪽이 이긴다고 합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람의 마음 안에 착한 마음과 나쁜 마음, 긍정적인 마음과 부정적인 마음,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인간의 문제는 바로 마음의 문제입니다(The heart of the human problem is the problem of the human heart). 구멍 난 마음, 좁은 마음, 다스리지 못하는 마음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내 환경보다 내 마음이 중요하고, 내 외모나 말보다 내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 편안한 장소가 없는 것 때문이 아니라 편안한 마음이 없는 것이 문제이고, 만족할만한 재산이 없는 것 때문이 아니라 자족할만한 마음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매일 어떤 마음으로 말하고,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 달라지고, 내 주변의 사람들과의 관계가 달라질 것입니다.
롱 다리냐 숏 다리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롱 다리도 숏 다리도 모두 사랑하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외모나 조건을 보시지 않습니다. 마음을 보십니다. 중심을 보십니다. 내 마음에는 무엇이 담겨 있나요? 얼마나 예수님의 마음을 닮았나요? 이제부터 키 크기에 연연하지 말고 마음의 크기에 관심을 두고 삽시다. 내 마음은 큰마음인가요, 작은 마음인가요?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언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