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함이 강함이라?

노창수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크리스천들이 좋아하는 찬양 중에 ‘약할 때 강함 되시네’가 있습니다. 참으로 은혜로운 찬양입니다만... 그런데 약함이 어떻게 강함이란 말인가요? 약함은 약함이고 강함은 강함이 아닐까요?

약함을 어떤 특정한 한 가지로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못난 성격, 가난, 허약한 체질, 질병, 낮은 학력, 내세울 것 없는 가족 상황, 그 외에 크고 작은 삶의 문제가 모두 약함이 되겠지요. 자세히 살펴보면 약함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약함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여 드러내기를 꺼립니다. 또한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 보이면 무시, 혹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도 못 보는 마음의 옷장 깊숙이 숨겨둡니다. 그러다가 가끔 꺼내보면서 혹시 성경 말씀대로 내 약함이 강함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가져봅니다. 때로는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란 거창하고 거룩한 목적을 걸고 약함이 강함이 되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떼를 쓰듯 기도하며 매달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약함은 반드시 강함이 되어야 하나요? 약함이 약함으로 있으면 문제가 되나요? 혹시 크리스천들이 이 찬양을 좋아하는 이유가 강해지고 싶은 욕구 때문은 아닐까요? 자신의 약함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약함을 강함으로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하나님과 신앙을 이용해서라도 강해지고 싶은 마음 때문은 아닐까요? 그냥 자신의 약함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나요?

이 찬양의 영어 가사가 약함이 강함이라는 의미를 좀 더 정확하게 말해줍니다(You are my strength when I am weak, 내가 약할 때 당신은 나의 힘입니다). 나의 약함이 나의 강함이 된다는 말이 아니라 나의 약함이 하나님의 강함이라는 뜻입니다. 사도 바울도 바로 이 점을 분명히 말했습니다.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고후12:10). 하나님께서 내게 힘을 주시거나 나를 강한 자로 만드신다는 말씀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이 나의 힘이 되어주신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자신의 ‘약한 그 때’를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부부는 딸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약함’을 통해 ‘하나님의 강함’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부모가 힘을 빼고 연약해져야 딸과의 소통이 원만해집니다. 부모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 사회적인 지위와 물질 등을 내세우면, 아직 미숙한 자녀 앞에서 ‘부모의 강함’만을 드러냅니다. 자녀의 사소한 사생활까지 참견하게 되고 인생의 경험을 토대로 끝없는 잔소리를 퍼붓게 됩니다. 자녀는 그런 부모 앞에서 자신감을 잃거나 반발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멀어집니다. 그러나 부모가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면 하나님 자신이 자녀의 힘이 되어주심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녀도 부모의 힘이 되어 주려고 노력합니다.

목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목회자가 너무 연약해서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보다 목회자가 너무 강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목회자가 목회에 성공하려는 욕망이 지나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약함을 강함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너무 강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강함’보다는 ‘사람의 강함’이 드러납니다. 그런데 부족한 제가 목회를 하면서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목회자는 자신의 강함으로가 아니라 약함으로 목회를 한다는 사실을. 자신의 약함을 가지고 예수님께 나와서 그 분을 의지하면서 목회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신의 약함을 솔직히 인정할 때만이 예수님을 온전히 의지할 수 있고 예수님의 강함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목회를 하면 매일의 삶 속에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찾아올 때에도 나의 나 된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라는 솔직한 고백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올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여러분의 약함은 무엇입니까? 여러분도 약함을 강함으로 바꾸고 싶습니까? 만일 하나님께서 약함을 가지고 살라고 하신다면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약함을 하나님의 강함을 드러내는 통로로 삼으시겠다고 말씀하시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의 약함이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나의 약함이 하나님의 강함을 드러낼 수 있는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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