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 사모 (CMF사모사역원 원장)
2015년에 시작된 사역으로 인도 뉴델리 사모교실이 열렸습니다. 여느 때와는 달리 아니 어쩌면 나의 생애에 처음으로 겪었던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년 1월에 인도 뱅갈루에서 인도 선교 역사상 처음으로 있었던 사모교실이후 이번에는 북인도 지역의 중심부인 뉴델리에서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뉴델리지역은 다른 선교지역과 달리 난이도가 높은 지역으로 만만치 않다는 소식을 듣고 왔기에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에 나셨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악한 영들의 세력과 싸워야 하는 선교사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고서는 버티기 어려운 지역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사들이 밀집되어 있고 용맹있는 선교사들의 흔적을 많이 볼 수가 있는 지역입니다. 중보기도팀들에게 기도를 부탁하고 준비에 나섰습니다. 모든 것이 차질 없이 잘 진행되고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작년 9월 필리핀 사모사역이후 지친 몸이 기대하는 대로 회복이 되지 않자 탈진의 상태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마음은 몽땅 인도를 향해 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마음이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합니다. 여기에서 인도를 포기하면 눈빠지게 기다리는 사모들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워질까를 생각하니 점점 더 힘에 겨워집니다. 이 몸으로 가다가 죽으면 순교일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몸을 일으킬 힘이 없는데 어떻게 비행기를 탈수 있을까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포기의 소식을 전해야만 했습니다. 준비하시던 목사님이하 여러 준비위원사모님들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일을 진행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아픈 몸을 뒤로 한 채 후원금 마련을 위해 인도사모교실 후원편지를 보내기 시작하였습니다. 빠른 기일 안에 후원금이 모아져서 송금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강사를 초청하기에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준비위원장이신 목사님이 친히 뛰어다니시면서 세밀하고 차분하게 준비를 하시며 많은 중보기도를 부탁해오셨습니다. 인도 선교사로 오신지 몇 년 되지 않은 사역자로서 당혹스런 일인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시고 드디어 개강하는 날이 왔습니다.
인도에 가 있어야 할 나는 지금 미국 달라스 침대에서 카톡으로 소식을 들으며 누운 채로 중보기도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박3일의 짦은 시간들이 잘 지나갔습니다. 사진으로만 사모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절절했던지 모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성령님은 친히 일을 하셨습니다. 한번도 사모들 앞에 서서 강의를 해본 경험이 없는 목사님은 감격의 간증을 올려주셨습니다. 사모들을 향한 애절하고도 애틋한 마음을 주신 하나님은 목사님의 섬김을 통해 참석하신 모든 사모들을 치료하시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사모 힐링캠프를 모두 마치고 난 후 간증의 글들이 쏟아져 올라왔습니다. 이번 인도 사모교실을 통해 두 가지의 사실이 다시 정리가 되었습니다. 1. 사모들은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특정인물이기에 모이면 대화에도 특징이 있습니다. 공감대형성의 효과가 매우 큽니다.
2. 사모들은 말을 많이 하고 싶어 합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예외는 아니겠지만 특히 사모들은 말을 많이 해야 합니다. 남성이 하루에 5000단어를 말하는 동안 여성들은 20000단어를 해야 속이 시원하다고 합니다. 여성의 두뇌는 언어발달이 잘 되어 있는 것에 비해 남성들의 뇌는 5000단어 이상은 받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아내들이 말을 하는 것을 듣지 않는 것이 아니라 들을 용량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남성들의 뇌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여성은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섭섭해 하는 것입니다. 선교지에서 사역하는 사모들의 스트레스 중에 가장 특징이 있는 것들을 보면 언어의 장벽입니다. 여성들은 언어 적응력이 남성보다 탁월해서 오히려 더 빨리 언어를 터득하게 되는 데도 대화의 대상이 없어서 외로워합니다.
그 이유는 말을 많이 하지만 그 말들은 한갓 사역에 대한 말일뿐 자신이 정말 원하는 대화는 결핍되는 것이지요. 이때 부부끼리 만이라도 서로 대화가 통하는 부부는 다행이도 해결책이 보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모들은 남편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설상가상이 되는 것입니다. 오지에서 사역하는 사모들 중에는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 가고 있습니다. 사역을 중지하고 모국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늘 웃기는 강의를 하는 강사들에게도 우울증은 찾아옵니다. 언제나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 내지는 자신이 남은 웃기면서 자신은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는 것이 그로 하여금 더 힘들게 하는 것입니다.
목사님들에게는 이런 기회가 그래도 많이 있습니다. 이민 목회하시는 목회자들은 자신들이 대화가 통하는 몇몇의 친구목사들을 모아 시간을 즐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모들에게는 이런 모임이 쉽지 않습니다. 선교지가 더 힘든 이유는 거리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사적인 상황을 알리기에는 한인사회가 너무 좁기 때문입니다. 철저히 숨기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에서 탈진현상이 빨리 오게 됩니다. 요즘 젊은 층들에게도 또래 모임이 활성화 되어가고 있는데 그 어떤 모임보다 또래 모임의 효과가 가장 큰 것은 사모들의 모임이라 생각됩니다. 그들은 여성이기에 말을 많이 하고 싶어 합니다. 자기만의 비밀스런 대화를 그 어느 곳에서도 할 수 없는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는 선교지로 남편과 함께 나올 때는 다른 어떤 목회자들보다 더 강한 사명을 갖고 나옵니다. 은사도 많이 있습니다. 오히려 남편보다 아내가 더 강한 열정을 갖고 선교지에 도착하는 이들이 흔합니다. 열정에 비해 선교 능률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 받는 스트레스는 그들로 하여금 탈진하게 만듭니다. 자신을 알아주는 이 한사람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남편이 미워지기 시작합니다. 남편이 무능해 보입니다. 남편과는 점점 멀어지고 사역의 대상자인 현지인들을 향한 사랑이 점점 식어지면 비전도 흐려지게 됩니다. 사모들의 모임에는 속풀이 시간으로 “스킷드라마”가 있습니다. 이번 인도사모님들의 “스킷드라마” 시간에는 준비하는 시간서부터 눈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누가 일부러 찾아가서 설명하지 않아도 특별한 순서를 갖지 않아도 그들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서로 눈물을 흘리며 서로 그 눈물 닦아주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메일:hwangsunw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