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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감사의 노래

류응렬 목사

(와싱톤중앙장로교회)

독일의 신비주의 신학자 아이스터 에크하르트가 감사에 대해 남긴 말입니다. “평생 동안 기도하는 말이 ‘감사합니다’ 뿐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감사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발견할 때 나오는 자연스런 발견입니다. 앞을 볼 수 없던 사람이 보게 되었을 때 죽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할 때 우리의 말이든 삶이든 감사로 채워지게 될 것입니다. 이런 사람의 감사는 막연하지 않습니다. 심장이 뛸 때마다 경이로움이 있기에 실제적이고 구체적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누리는 감사는 영원한 죽음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옮겨진 삶에 대한 반응입니다. 

하나님께 대한 감사는 상황과 환경을 초월합니다. 신앙적인 감사는 지금까지 하나님이 행하신 일에 대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하나님이 행하실 일에 대한 기대에서 발단되기도 합니다. 더 깊은 감사는 하나님이 이루시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 되심에 대한 신자의 반응입니다. 하나님은 창조주요 구원자가 되시며 그 하나님은 선하시며 인자하시며 사랑이 많으신 분이십니다. 하나님 되심에 대한 감사가 마음에 새겨지면 삶에 대한 해석이 달라집니다. 어떤 상황이 펼쳐진다 해도 여전히 우리 곁에 계신 하나님으로 인하여 기뻐하고 평안할 수 있습니다. 

감사는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비법입니다. 감사를 표현하는 얼굴은 늘 밝습니다. 감사를 떠올리는 순간 우리의 입가에는 미소가 스며듭니다. 감사하는 사람의 마음은 여유롭고 태도는 따스합니다. 감사는 바람 속의 향기처럼 전염됩니다. 감사하는 사람 곁에 있으면 자신도 감사의 제목을 찾게 됩니다. 감사하는 마음에는 사람이 소중하게 보이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감사는 하나님을 믿는 가장 큰 증거입니다. 내 안에 예수님이 주인으로 계신다는 확실한 증표입니다. 감사의 삶은 예수님이 무엇을 하셨는지 보여주는 통로입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11월 넷째 주 목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킵니다. 추수감사절의 시작은 기독교신앙을 지키고자 미국으로 건너온 청교도들로부터입니다. 영국에서 신앙의 박해를 피해 미국에 건너가기로 결단한 청교도들 102명은 1620년 9월에 180톤의 작은 메이플라워호에 몸을 싣고 잉글랜드 남서부 플리머스항을 출항하여 그해 11월에 보스턴 근처 케이프코드 연안에 도착했습니다. 배를 띄워 놓은 채 정착지를 물색한 후 12월 매사추세츠주 연안에 닻을 내리고 그곳을 떠나온 영국 항구의 이름을 따서 뉴플리머스라고 지었습니다. 뉴플리머스 미지의 땅에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굶주림과 추위였고 인디언의 습격에 대한 공포였습니다. 반이나 되는 사람들이 추위와 기아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약속한 땅이라 믿었던 청교도들은 미국 땅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나라를 세우고 마음껏 신앙생활을 할 수 있기를 열망했습니다. 생존자체가 힘겨운 청교도들을 위해 농작법과 사냥을 가르쳐준 인디언들의 도움으로 가을이 되어 풍성한 수확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청교도들은 추수의 기쁨을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의 예배로 드렸고 그 날이 1621년 11월 마지막 목요일이었습니다. 죽음을 무릎 쓰고 신앙의 자유를 위해 신대륙으로 건너와 수많은 생명을 잃은 가운데 지켜주신 하나님을 향한 눈물의 감사가 스며있었던 예배였습니다. 

추수감사절을 기념하는 관습은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국경일로 지정했고 제퍼슨 대통령 때 폐지되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남북전쟁중인 1863년 11월 26일 목요일을 추수감사절 국경일로 다시 선포했고 1941년 루스벨트 대통령이 11월 넷째 주 목요일로 정한 것이 오늘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추수감사절의 진정한 시작은 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지키는 세 가지 절기는 유월절, 오순절, 그리고 수장절입니다. 수장절 또는 초막절은 한 해 동안 풍성하게 추수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날이며 하나님이 직접 정해주신 절기입니다. “수장절을 지키라 이는 네가 수고하여 이룬 것을 연말에 밭에서부터 거두어 저장함이니라”(출23:16). 이런 성경적 배경을 가진 추수감사절을 유럽에서 오래 전부터 지켜오다가 미국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이 계승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추수감사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사의 대상이 누군가라는 질문입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풍성한 추수를 두고 조상에게 감사하지만 하나님의 백성은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추수감사절의 내용은 단지 추수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까지 우리의 삶을 인도하신 하나님과 앞으로 인도하실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여 감사하는 것이 진정한 추수감사절의 정신을 살리는 것입니다. 

preachchrist@kcpc.org

11.2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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