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규서 목사 (월셔크리스천교회)
옛날 어떤 미술가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을 그리기 위하여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고 합니다. 집을 떠나 무엇이든지 아름다운 모습을 화폭에 담고 싶어서였습니다.
그가 처음 만난 사람은 목사님이었습니다. 그는 목사님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신앙심이라고 말씀하면서 예배당을 찾아가서 믿음으로써 죄 사함을 받고 희망에 넘쳐 기쁨으로 예배하는 성도들을 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화가는 주일에 교회를 찾아가서 믿음으로서 죄사함을 받고 희망에 넘쳐 기쁨으로 예배하는 성도들의 얼굴에서 진실함과 신앙의 아름다움을 발견했으나 그는 여기에서 기대하는 만족은 얻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에 그는 훌륭한 집 문 앞에 서 있는 결혼한 신부를 만났습니다. 화가는 전과 같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 신부는 “사랑이지요”라고 대답하였습니다. 화가는 곧 그 여자의 아름다운 얼굴과 그의 얼굴에 빛나는 사랑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 그에게 만족을 주는 그림은 아니었습니다.
또다시 화가는 전쟁터에서 돌아오는 피곤한 군인을 만나 역시 동일한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군인은 “그것은 평화입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래서 화가는 농부들이 평화롭게 노래를 부르며 추수하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화가에게는 그 또한 만족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화가는 실망하여 자기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가 집 마당에 들어서자 그의 자녀들이 두 팔로 목을 껴안으며 반겨주었습니다. 아내가 따뜻한 웃음으로 그를 안아주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온 가족이 한 식탁에 둘러 앉아 저녁식사를 앞에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온 아버지인 화가를 위해 기도하였습니다. 그때에 그는 아내와 자녀들의 얼굴에 빛나는 사랑과 신앙과 평화를 보고 여기에서 그가 애써 찾던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에서 제일 아름아운 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의 이름을 ‘가정’이라 불렀습니다.
근래 TV 드라마 주제로 쓰는 가족이야기 중에 잘못된 가족 사랑의 이야기가 많이 소개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하기 위해 다른 아이와 바꾸어 살게 하는 것이며, 한 인간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아이들을 서로 바꾸어 놓아 비극적인 인생을 살게 하고 그것이 밝혀져 가정이 파괴되는 내용을 보며 가족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순수한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게 합니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 미제의 살인사건을 다룬 드라마(Sign)가 방영되었는데 그 내용 또한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합니다. 맹목적인 자식에 대한 사랑도 문제지만 편견과 미움 또한 자식을 망치는 일입니다. 드라마에서 소개된 살인자는 자신이 써놓은 각본대로 어려서부터 자신에게 상처를 준 여러사람들을 살해하게 되는데 맨 마지막 대상자는 다름이 아닌 부모였던 것입니다. 살인자의 형은 사회적으로 명성을 떨치며 부모의 칭찬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이 살인자는 학벌도 없고 늘 사고만치는 골칫거리로 부모로부터 멸시와 천대, 비교 당함을 인하여 원한을 품게 되고 급기야는 부모를 해치려는 현장에서 비참하게 사살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자주 접하는 문화 속에서 살아서인지 근래 들어 속속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현실입니다. 가난하여 먹을거리가 없었던 우리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봅니다. 겨울이면 형제끼리 한 이불 속에 발을 넣고 이야기하며 즐거웠던 시절 말입니다. 보온밥통이 없었던 때라 밥그릇에 아버지의 밥을 담아 수건으로 쌓아 이불속에 넣고는 그만 그것을 잃어버리고 이불속에서 발장난을 하다가 밥을 엎었던 그때.... 그런 우리의 사정을 아시고 돌이 약간 섞인 밥을 말없이 잡수시던 아버지의 그 따스함이 아름답고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