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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숙고

강태광 목사

 (시인, 칼럼니스트)

           World Share USA 대표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인문학자 C. S. 루이스는 많은 책을 남겼다. 루이스의 작품은 다양한 장르를 자랑한다. 루이스의 책들 가운데 신앙인들에게 잘 알려진 순전한 기독교,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등과 같은 책도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인간폐지, 개인기도 등도 있다. 루이스의 작품 산책에서 루이스의 책들을 요약하고 정리해서 소개하려고 한다. 

루이스의 책 중에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읽을 가치가 있는 책들이 많다. 그중에 하나가 “기독교적 숙고 (Christian Reflections)”다. 이 책은 한글 제목에 등장하는 ‘숙고’라는 단어가 썩 잘 어울리는 책이다. C. S. 루이스가 다양한 현장에서 발표한 글과 강연의 내용을 모은 글인데, 14개의 각기 다른 주제들 즉, 그야말로 묵직한 주제에 대한 소논문들이 담겨 있다. 그야말로 다양한 주제에 관한 C. S. 루이스의 숙고(熟考)들이다. 

 

이 글들을 모아 편집한 사람은 루이스의 마지막 비서였던 월터 후퍼(Walter Hooper)다. 월터 후퍼는 원래 이 글들은 루이스가 출판을 목적으로 쓴 글들이 아니었다고 밝힌다. 그러니까 이 책에 담긴 14개의 주제의 글이 출판을 위해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글들은 C. S.루이스가 특정 주제에 대한 숙고를 주제와 관련된 독자(讀者)들이나 청자(聽者)들과 나눈 후에 그 원고들을 모아 편집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에 담긴 14개의 글은 대략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완전한 기독교인들을 위한 글들이 있다. 예컨대, 교회 음악에 대하여, 시편, 청원기도, 그리고 현대신학과 성경 비평, 보는 눈 등이 이런 글들이다. 둘째는 기독교인들과 일반 시민들에게 기독교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글들이 있다. 예컨대, 기독교와 문학, 기독교와 문화, 역사주의, 그리고 종교의 언어 등이 이런 글들이다. 셋째는 일반 대중을 위한 글들이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글은 종교: 실재인가 대체물인가? 윤리에 대하여, 허무에 대하여, 주관주의의 독, 위대한 신화의 장례식 등등의 글이다.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다. 윤리, 허무주의, 주관주의, 역사주의, 진보주의, 등등의 묵직한 주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다. 쉬운 책은 걸으며 읽기도 하고 약속장소에서 만남을 기다리며 읽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다. 석학 루이스가 숙고를 통해서 내어놓은 책이니 독자도 숙고하며 읽어야 할 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 책을 너무 어렵게 여기고 접근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책은 일반 시민들이나 평신도들에게 교회와 신앙 그리고 신학을 소개하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개되는 논리는 진지하지만, 용어나 사례는 아주 일반적이고 평범하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보편적인 종교 현상 그리고 종교의 본질을 파헤친 글이다. 신앙을 잃었다가 회복한 경험을 가진 루이스의 아픔이 녹아난 글이다. 루이스와 유사한 물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해답을 제공하고 미처 이런 고민과 문제의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생각 거리를 제공하는 책이다. 

루이스는 우리 삶에 스며든 언어의 개념을 명확하게 규명해 준다. 그 한 예가 “역사”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리한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십 년간 사용한 역사라는 용어의 애매함을 C. S. 루이스의 글을 통해서 정리할 수 있었다. 사실 루이스의 글을 읽기 전에는 루이스가 말하는 역사의 다양한 의미를 생각하지 못했다. 루이스는 숙고를 통해 역사의 의미를 명쾌하게 정리한다. 

루이스가 말하는 역사의 의미를 정리해보면 첫째, 역사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시간의 총체를 의미한다. 둘째, 흘러간 과거의 시간의 총체다. 셋째, 현존하는 증거로 발견할 수 있는 과거를 의미한다. 넷째, 역사가들이 발굴하여 구성한 지난날의 모습이다. 다섯째, 과거를 연구한 역사가들이 견해를 의미할 수 있다. 여섯째, 역사는 일반적으로 교육받은 사람의 생각에 아련하게 떠오르는 모호하고 복합적인 과거의 그림을 의미한다.

책 제목처럼 루이스는 논리적 구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의 논리적 숙고는 궁극적으로 기독교적 숙고다. 루이스의 숙고는 기독교 신앙의 합리적 접근을 모색한다. 사실 성숙한 신앙은 숙고가 필요하다. 신앙생활이 성숙해지려면 숙고가 필요다. 생각의 부재 혹은 미흡한 생각은 때로는 위험하다. 

기독교와 문화, 기독교와 문학이나 교회 음악에 대하여 등등의 글은 건강한 신앙생활을 위한 숙고가 담긴 글들이다. ‘시편’이나 현대신학과 성경 비평은 성경관을 다룬다. 신앙생활에 건강한 성경관은 매우 중요하다. 루이스는 자신이 가진 독특한 성경관인 문학적 성경관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으며 루이스의 삶과 사물 그리고 사회에 대한 숙고에 감탄했다. 나아가 그의 세련된 글도 좋았다. 루이스는 숙고한 흔적이 역력한 글들로 해당 주제는 물론 삶의 일반적인 문제에도 숙고한 해답을 제시한다. 루이스는 우리 삶에 침잠(沈潛)한 문제들을 숙고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세대 간의 갈등을 명쾌하게 풀어주는 루이스의 글을 읽고 무릎을 쳤다. 

루이스는 “인류가 행한 실수들 가운데는 너무도 자주 저지르고 회개해서 이제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모든 세대가 자기 앞 세대를 불공평하게 대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본주의자들이 중세철학을 무지하게 경멸한 것이나, 낭만주의자들이 18세기 시를 멸시한 것 등입니다.”라고 말한다. 

<기독교적 숙고>에 나오는 일곱 번째 글인 ‘위대한 신화의 장례식’에 나오는 글로 소위 연대기적 속물근성(Chronicle Snobbery)을 질타 한 것이다. 이 짧은 글을 읽고 감탄했다. 모든 정부가 이전 정부를 비난하는 이유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모든 세대는 전 세대를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루이스의 이 짧은 글이 정부 간의 갈등을 보며 느낀 오랜 답답함을 풀어주었다.

Kangtg1207@gmail.com

02.03.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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