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콘웰 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
창세기 1-2장에서 가장 특이한 표현을 담은 구절을 뽑으라면 2장 22절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에게서 취하신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시고 그를 아담에게로 이끌어 오시니.” 언뜻 보기엔 특이한 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구절을 히브리어로 읽으면 이 구절에 사용된 두 단어의 독특함을 알 수 있다: “갈빗대(ṣēlāʿ)로 여자를 만드시고(wayyiḇen).”
“만드시고(wayyiḇen)”를 우선 살펴보자. 창세기 1-2장에서 딱 한 번 사용된 이 단어는 동사 bnh의 내러티브 시제 형태이다(흔히 와우-연속미완료형이라 불림).
구약에 총 373번 사용된 bnh의 기본 뜻은 build, 즉 ‘건축하다’는 의미로서 가인이 성을 쌓은 것(창4:17), 인류가 바벨에 성읍과 탑을 건설한 것(창11:4-5), 이스라엘 각 지파들이 땅을 차지하여 성읍을 건축한 것(민32:36, 38), 다윗이 가나안 족속으로부터 예루살렘을 빼앗아 다윗 성을 둘러쌓은 것(삼하5:9), 느헤미야의 인솔 하에 유대인들이 예루살렘 성벽을 건축한 것(느3:1-3) 등을 포함해 이 동사의 가장 주된 기능은 성의 건축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어서 bnh는 건물을 짓는 것을 뜻한다. 야곱이 숙곳에 자기 집을 지은 것(창33:34), 솔로몬이 예루살렘에 왕궁을 건축한 것(왕상7:1), 아합이 이스라엘에 상아궁을 건축한 것(왕상22:39), 포도원에 망대를 세우는 것(사5:2), 심지어는 전쟁 시 성을 포위하기 위해 토성을 쌓는 것(렘52:4)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하나님은 아담 하와를 하나님의 성전으로 지어져가도록 창조
‘건축’(bnh)의 근원 하나님께서 가장 처음 지으신 것이 하와
어째서 건축을 뜻하는 동사가 하나님께서 여자를 만드시는 장면을 묘사하는 표현으로 채택된 것일까? bnh가 특별한 동사는 결코 아니다. 성을 건축하고 궁전을 지으며 탑을 쌓아올리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사용하게 되는 단어다. 문제는 창세기 2장의 문맥이 성의 건축이 아닌 여자의 창조라는데 있는 것이다.
이제 bnh가 사용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맥을 살펴보자. 바로 성전과 제단을 지음이다. 솔로몬의 예루살렘 성전건축 전반에 대한 묘사는 bnh동사를 무려 23번이나 사용하고 있다: “솔로몬이 여호와를 위하여 성전 건축하기를 시작하였더라 솔로몬 왕이 여호와를 위하여 건축한 성전은 길이가 육십 규빗이요…”(왕상6:1-2).
성전 다락의 건축(왕상6:5), 안벽을 입힌 것(왕상6:15), 지성소와(왕상6:16) 안뜰을 만든 것(왕상6:36) 모두 bnh로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바벨론 포로기를 마치고 돌아온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에 성전을 다시 지을 때 여호와의 성전의 기초를 놓은 자들을 일컬어서는 bnh의 분사형을 사용해 “건축자”(habbōnîm)라 했다(스3:10).
제단을 쌓는 것과 관련해서는 bnh의 역사가 참으로 길다. 노아에서 시작해(창8:20) 아브라함(창12:7, 8; 13:18; 22:9), 이삭(창26:25), 야곱(35:7)을 거쳐 모세(출17:15; 24:4), 여호수아(수8:30), 기드온(삿6:24), 사무엘(삼상7:17), 다윗(삼하24:25), 엘리야(왕상18:32), 그리고 예수아와 스룹바벨(스3:2)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제단을 쌓은 역사를 성경은 모두 bnh로 적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지어지는 성읍과 궁과 집과 예배의 터가 사실은 하나님이 지으신 것이라는 계시가 우리를 놀라게 한다: “궁전을 하늘에 세우시며”(암9:6), “성소를 산의 높음 같이… 지으셨도다”(시78:69), “예루살렘을 세우시며”(시147:2), “시온을 건설하시고”(시102:16), 다윗에게는 “내가 너를 위하여 집을 세우리라”(삼하7:27) 말씀하셨다. 이런 모든 ‘건축’(bnh)의 근원이신 하나님께서 가장 처음으로 지으신 것이 다름 아닌 하와였다는 것이다(창2:22).
아담과 짐승과 새는 토기장이가 흙으로 토기를 빚듯 만드신(wayyiṣer, 창2:19) 것과는 달리 여자는 하나님께서 성을 건설하시듯, 궁을 세우시듯, 왕가를 일으키시듯, 그리고 성소를 지으시듯 지으셨다(wayyiḇen)는 말씀이다.
이제 “갈빗대”라 번역된 ṣēlāʿ에 대해 살펴보자. 구약에 총 40번 사용된 이 단어는 그 중 36번이 성막 및 성전 건축과 관련해 사용되었고 한 번 솔로몬 궁의 “기둥”으로(왕상7:3), 한 번 산 “비탈”(삼하16:13)로, 그리고 두 번 아담의 “갈빗대”(창2:21-22)로 읽혀지고 있다. 성막 및 성전의 문맥에서 ṣēlāʿ는 다음을 가리키는데 사용된다: 언약궤의 이“쪽”과 저“쪽”(출25:12), 성막의 이“쪽”과 저“쪽”(출26:26-27), 지성소 휘장 바깥 북“쪽”과 남“쪽”(출26:35), 번제단의 양“쪽”(출26:35), 분향단의 양“쪽”(출30:4), 솔로몬 성전 다락의 “골방들”(왕상6:5), 성전 안벽을 입힌 백향목 “널판”과 마루를 놓은 잣나무 “널판”(왕상6:5), 성전 문의 두 “짝”(왕상6:34) 등. 그리고 이런 묘사는 에스겔이 본 성전의 환상에서도 계속되어진다.
정리해보자면, ṣēlāʿ는 성막, 성전, 제단의 면을 가리킬 때 사용되는 용어이며 경우에 따라 그 면을 잇대어 만들어진 성전의 공간, 또 그 성전의 면을 만드는 자재 자체를 일컫기도 하는 말인 것이다. 이처럼 열이면 아홉 성막과 성전건축과 관련하여 사용되는 성전건축 전문용어가 하와의 창조를 묘사하는데 사용된 것이다.
그럼 이제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시고”(창2:22)로 돌아가 보자. 앞서 살핀 내용을 바탕으로 의미를 부여해 풀어 옮긴다면 다음과 같을 수 있겠다: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에게서 성막과 성전의 면을 입히는 자재(ṣēlāʿ)를 취하시어 성소를 지으시듯 여자를 지으셨다’(wayyiḇen). 이때 그 앞 절에서 이르기를 아담에게서 ṣēlāʿ가 취해지기 위해 아담은 “깊이” 잠들어야 했으며 취해진 부분을 대신 살로 채우셨다 했으니(창2:21) 곧 그의 몸이 찢겨졌음을 암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아담의 상함으로 성전과 같은 신부가 탄생했다는 이해가 가능해진다. 어쩌면 이러한 이해가 다음 구절의 배경을 이루는지도 모른다: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그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주심 같이 하라”(엡5:25).
이제 정리해보자.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에게서 취하신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시고 그를 아담에게로 이끌어 오시니 아담이 이르되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창2:22-23). 이 말씀에서 우리는 인류의 첫 가정의 탄생을 본다. 그리고 앞서 살핀 내용을 토대로 할 때 성전의 시작을 또한 본다. 시내산에 성막이 세워지기 전에, 시온산에 성전이 지어지기 훨씬 전에,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를 하나님의 성전으로 지어져 가도록 창조하셨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백성 된 성도는 오늘도 친히 모퉁잇돌 되신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결하여 주 안에서 성전이 되어”가듯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간다(엡2:20-22).
spark4@gordonconwell.edu
02.19.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