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St. John’s UMC)
남편과 교제하기 전에 특별히 배우자 기도를 구체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혼자 생각하길 결혼 후 가정을 이루고 신앙생활을 하면 꼭 함께 하고 싶은 교회봉사는 있었다. 그것은 전공분야로 항상 섬기던 교육부가 아니라 성가대원으로 부부가 함께 찬양으로 예배를 섬기는 것이었다. 신앙생활을 하며 교회에서 본 많은 믿음의 커플들 모습 중에 부부가 성가대 석에 서서 함께 찬양하는 모습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 보이고 기쁨이 넘쳐보였기 때문이다. 사모가 되며 함께 성가대에 서는 소망을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음악에 굉장한 달란트를 가진 남편은 교회와 가족에게 큰 기쁨이 되고 있어 늘 감사하다. 그리고 목회사역을 은퇴한 후에 혹시 우리에게 건강과 기회가 허락된다면 함께 성가대 대원으로 꼭 섬기자고 얘기하며 즐거운 소망을 함께 꿈꾼다.
전문 음악학교를 제외하고 어린 시절부터 정통 4성부의 노래와 음악을 듣고 배우고 사용하는 특별한 곳은 교회 밖에 없으며, 본인도 그렇게 교회에서 처음 음악을 배우기 시작해 성악가가 되었다는 한 교수님의 간증 인터뷰를 보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우리 세 자매도 모두 어릴 때부터 피아노 학원에 다녔었다. 엄마는 우리 자매들을 반주자 성도님들께서 운영하시는 각각 세 곳의 다른 피아노 학원으로 다니게 하셨다. 그렇게 배운 피아노 실력은 교회에서 쓰임 받으며 시간이 지나 꽤 높은 수준이 되었다. 그래서 초, 중 고등학교 학창시절 학교 여러 행사에 연주자나 합창단, 중창단의 반주자 혹은 지휘자로 활동했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그래도 음악을 좀 잘하는 학생이라 인정받은 나였지만 스스로 항상 마음속에는 나만 아는 아쉬움과 괴로움이 있었다. 그것은 피아노 실력에 비해 노래를 너무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심각한 음치나 박치가 아니라, 악보를 읽을 수 있고 음계와 음을 잘 아는 사람인데 음에 맞는 소리를 자신 있게 잘 내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다른 사람들의 노래를 위한 피아노연주는 점점 좋아졌지만 나의 노래 실력은 여전히 그대로였고 반주를 하며 싱어들이 아름답게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에 자신감도 점점 없어져갔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가장 먼저 결심한 것은 그 어떤 클럽활동도 아닌 학교 합창단에 참여하여 꾸준히 연습하고 매주 목요일 학교채플시간에 찬양하는 것이었다. 소프라노 단원이 되어 노래를 부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목소리도 트이고 고음도 잘 올라가고 어느 순간 당당하게 노래도 잘하게 되리라 상상했다. 다행히 친한 친구들 모두 합창단 가입을 희망해서 우리는 같이 오디션 곡을 연습하고 준비했다. 비전공자들로 구성되었지만 뛰어난 실력으로 각종 대회 수상과 매년 정기 연주회로 크게 활동하는 합창단은 오디션 경쟁도 치열했다. 나도 떨어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연습한 소프라노 오디션 곡을 지휘자 교수님 앞에서 정성껏 불렀다.
내 차례가 끝난 후 다른 친구들과 달리 지휘자님께서는 나를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하셨다. 아주 잘 부르지는 못했지만 크게 음을 이탈하거나 박자를 틀리지 않았는데,,,,걱정과 불안한 마음으로 교수님께 가니, 교수님께서는 "송정임 학생은 다음 주에 알토 곡으로 다시 오디션을 보세요" 하셨다. "네?!" 나는 너무 당황하고 속상해서 "교수님! 저는 소프라노 단원이 되고 싶은데요?" 하고 실례를 무릅쓰고 바로 말씀드렸다. 그러자 교수님께서는 "학생의 음색과 성량은 소프라노가 아니고 알토에 더 맞습니다." 하셨다. 나는 창피하여 얼굴이 빨개진 채 작은 소리로 "네" 하고 대답했다. 함께 있던 친구들과 선배들의 웃음소리가 작게 들렸다.
나는 너무 부끄럽고, 속이 상해서 합창단 가입을 취소해 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친구들이 나를 위로했고, 어차피 나도 배우려고 결심했으니 어느 파트에 있던 열심히 하면 노래실력이 향상된다는 생각으로 다시 알토 곡으로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다. 그 후 4년의 대학생활은 합창단 활동을 통해 더욱 다양하고 풍성해졌으며 알토파트 장으로 섬기는 귀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나의 노래 실력이 드라마틱하게 향상 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새로운 곡들을 많이 배우고 아름다운 선율을 연습해 각각의 파트가 모여 한 곡의 찬양을 완성하여 함께 노래할 때의 감격과 은혜는 잊지 못할 감동과 추억으로 남았다.
팬데믹으로 온라인예배가 길어지며 성도님들은 현장예배의 분위기와 은혜, 그리고 무엇보다 예배시간에 다른 교우들과 함께 부르는 찬양이 그립다고 많이 얘기하셨다. 우리교회도 90%이상 성인 성도님들의 백신접종과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현장예배를 드리고 있다. 그리고 9월부터 예배 중 두 곡의 찬송가를 함께 회중찬양으로 다시 부르게 되었다. 예배 중 한 순서로 매주 늘 부르던 찬송가였는데, 특별예배 등으로 예식순서가 길어지면 때로는 순서에서 빼던 회중찬양의 시간들이 이제 마스크를 쓰고 각 2절씩으로 짧게 부르지만 그 어느 예배의 찬양보다 더 뜨겁고, 찬양소리도 크고 아름답다.
나도 다시 교회에서 회중찬양을 성도님들과 함께 부르는데, 마음을 위로하는 가사와 아름다운 곡조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많은 성도님들이 나처럼 눈가를 닦으며 찬송을 부르고 계셨다. 다른 사모님들처럼 찬양에 화음을 자유자재로 넣어 화성을 풍성하게 하거나 청아한 소프라노 음색으로 성도님들께 많은 감동을 주는 사모가 되지는 못했지만 성도님들과 예배시간에 한 목소리로 찬양함에 감사와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사모로 나를 빚어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집에서 피아노를 치며 혼자 찬양을 부를 때 이제 제법 음악을 잘하는 두 아이들이 "엄마! 거기 또 틀리셨네요. 어떻게 피아노를 치고 계신데 음이 계속 틀리시나요?" 하며 나를 또 시험에 들게 하지만 듣는 이를 조금 불안하게 해도 내 찬양의 불시착은 하나님과 함께 언제나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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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