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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을 보겠느냐?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며칠 전 연말 당회가 있었다. 지난 일 년을 결산하고 다가올 새해 계획을 나누는 시간이다. 이 연말 당회에서는 새해의 교회 표어를 발표한다. 올해는 “언약을 붙잡고 미래로 가는 교회”였고 새해에는 “믿음으로 큰일을 하는 교회”로 정하였다. 이 표어를 정하기에는 정말 믿음이 필요했다. 올해 성도들이 큰일이 많이 해왔기 때문이다. 교단총회가 본 교회에서 있었고 교회 설립 50주년 기념 감사 예배와 여러 행사를 진행하느라 몇 달 동안 모임과 연습이 계속되기도 했다. 선교지의 학교와 이곳에서의 다민족 예배당도 완공을 향해 바쁘게 움직이기도 하였다. 지쳐 있을 성도들을 향해 “올해는 안식하는 교회”라는 표어를 건네주면 좋겠건만 또다시 큰일을 하자고 말하자니 말하는 필자도 딱했다. 사실 연말 당회를 앞두고 내년도 교회 표어를 몇몇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요한복음 14장 12절을 묵상하는 가운데 “아하(A-Ha)” 하게 되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나를 믿는 자는 내가 하는 일을 그도 할 것이요 또한 그보다 큰일도 하리니 이는 내가 아버지께로 감이라” (요 14:12) 말씀 가운데 “나를 믿는 자”라는 구절과 “큰일도 하리니”라는 구절이 크게 떠오르면서 필자의 마음을 뜨겁게 했다. 그렇다. 믿음으로 큰일을 하자. 

내년도에 해야 할 큰일이 무엇일까? 요한복음 14장 12절을 연말 당회 개회 예배의 본문으로 삼았는데 설교 중에 사도행전 2장 11절을 찾아 읽어 보자고 했다. 다음과 같았다. “그레데인과 아라비아인들이라 우리가 다 우리의 각 언어로 하나님의 큰일을 말함을 듣는도다 하고” (행 2:11) 성령 받은 초대교회는 하나님의 큰일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 큰일을 말했다. 헤르만 바빙크는 그의 저서 “하나님의 큰일 (MAGNALIA DEI)” 서문에서 하나님의 큰일이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성취하셨던 구원의 전 사역”이라고 말하였다. 하나님의 큰일을 말한다는 것은 예수님을 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복음을 듣지 못한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진리가 허물어진 곳에 진리를 세우며, 소망이 없는 곳에 소망을 지펴주는 것이다. 교회가 이러한 하나님의 큰일을 제쳐놓고 사람의 작은 일에 몰두하면 안 되리라. 이 일은 믿음만으로 해야 하고 믿음으로만 할 수 있다. 

예수님의 탄식이 있으셨다. “인자가 올 때에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 그리스도인을 일컬어 ‘믿는 자’라고 부르고 그리스도인의 삶을 ‘믿음생활’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믿음은 순간의 일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의 일생의 과업(課業)이 아니겠는가. 그러함에도 주님의 재림 때에 믿음의 사람을 잘 찾을 수 없으리라는 말씀은 충격적이다. 그런데 사실이다. 교인들이 는다고 믿는 자가 느는 것은 아니다. 뜻밖에 믿음 없는 교인이 많은 것이다. 믿음 없는 교인은 실질적 무신론자들이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대신 사람이나 물질을 신뢰한다. 믿는 자라 불리지만 정작 믿음이 없으니 소망의 이유를 물으면 엉뚱한 대답들을 쏟아 낸다. 

겨울이다. 왜 이리 밤이 길고 추운가. 왜 아무도 연락이 없어 외롭게 하는가. 다시 다가올 봄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차라리 겨울에 어서 쓰러져 죽는 것이 나으리라. 계절의 마지막 겨울은 인생의 끝자락을 보여준다. 재림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힘든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수 있을까? 주님의 날을 기다리며 믿음으로 큰일도 하고 어려움도 이기기도 하여야 하건만,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는 예수님의 아파하시는 음성이 들려오니 어쩌면 좋겠는가. 

12.09.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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