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와 선교 (4)

아프리카와 선교 (4)

김철수 선교사 Ph.D., Africa International University/Nairobi Evangelical Graduate School of Theology 선교학 교수, Fuller Theological Seminary 객원교수)

앞에서 필자는 아프리카의 선교지를 아프리카인들의 마음에서 찾아보고자 하였다. 그리고 특별히 오늘날 아프리카 교회의 건강한 성장을 위협하는 아프리카의 현실적인 도전들을 언급하면서, 이를 틈타고 들어오는 홍수 같은 이슬람의 물결과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마음을 사로잡는 이슬람의 초자연 세계의 위험성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선교적 제언으로서 아프리카 인들의 세계관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두려움”의 현실을 지적하였고 또 이로부터 해방시켜 줄 수 있는 복음적 접근을 언급하였다. 이제 이 마지막 호에서도 우리가 아프리카 선교 현장에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이슈들을 계속하여 다루고자 한다.

우리는 얼마나 그들을 아는가?

아프리카에서의 선교는—그 어디서도 마찬가지이지만—사역지의 문화적 뿌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먼저 하나님의 선교의 주요한 핵심 하나를 언급하고자 한다.

이미 우리가 잘 알다시피 하나님의 선교는 그 아드님의 성육신에서 그 절정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본성 깊이 뿌리박힌 죄성과 그 결과를 해결하기 위해서 하나님께서는 성육신이라는 방법을 선택하셨다. 성육하신 하나님은 인간의 문화 가운데 사시면서 인간들의 문화 깊은 곳에 뿌리 내린 죄악의 정체들을 드러내주셨다.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모든 총체를 가리켜 문화라고 부른다면, 예수께서는 그 문화 안에 들어가셔서 그 문화의 옷을 입고 사시면서 인간 문화의 중추인 그들의 비신앙적 패러다임과 씨름하셨다. 다시 말해서 인간문화 속에서 하나님의 진리를 왜곡하거나 대적하는 흐름에 거꾸로 사시면서 하나님의 뜻과 영원한 가치들을 삶으로 증거해주셨다. 예수님이 인간이 되셨다는 역사적 사실과 그분의 지상에서의 삶은 하나님의 인간 사랑과 은혜의 완벽한 증거였다. 여기서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전능자시라 하더라도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죄가 관영하는 인간의 문화 안에 인간이 되셔서 찾아오셔야만 했던 하나님의 시각과 가슴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약과 신약을 통 털어 성경이 보여주는 하나님의 인간 이해, 그리고 그 인간들을 사랑하신 그 시각이야말로 우리의 모든 선교의 출발점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어디서 어떠한 방식의 선교를 수행하든 “사람을 아는 것”에서 선교는 그 출발점을 삼게 된다. 아프리카에서의 선교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아프리카인들을 아는 데에서 진정한 아프리카선교는 시작되는 것이다. 필자가 아프리카와 미국에서 선교문화인류학을 강의하면서 강의 서두에 늘 묻는 질문이 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의 앎(지식)이 얼마나 정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즉, 지식의 정확성에 대한 질문이다. 많은 경우에 우리 한인들은 일견에 지식을 확증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종종 본다. 옛날 어느 희극에서 코미디언이 나와서, “척 보면 압니다”라는 말을 유행시켰던 기억이 난다. 우리 한민족이 직관과 일견에서 얻어지는 통찰력이 다른 민족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필자 자신도 인정하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때로 이러한 직관적인 통찰력이 우리의 진지한 선교적 접근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알 필요가 있다.

선교를 수행함에 있어서 종말론적 긴박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균형을 잃고 우리가 너무 성급하게 정확하지 않은 지식에 근거하여, 때때로 신학 없이 그리고 깊은 인간이해 없이, 타문화권에서 선교를 펼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복음 확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에서의 선교를 수행하는 모든 이들은—현장 선교사뿐만 아니라 선교단체 및 함께 동역하는 본국의 교회들 역시—아프리카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의 깊은 부분까지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화시키고 정확한 이해를 증진시키고자 노력해야 한다. 아프리카의 그 다양한 문화 깊은 곳에 이미 깊이 뿌리내려져 있는 죄와 이와 관련된 삶의 이슈들은 보통 복잡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세기 이상 서구의 선교사들은 아프리카의 문화와 씨름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그들의 사역들을 돌아보면 아프리카인들의 심성에 대해서, 또 아프리카 문화가 갖고 있는 힘들에 대해서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는 평가들을 하게 된다. 서구선교사들 자신뿐만 아니라 현지 교회지도자들도 서구선교사들의 노력과 수고에 대해서는 감사하면서도 그 선교수행과정이 매우 적절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을 지적한다. 서구선교사들은 지난 100여 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수많은 종류의 사역을 펼쳐왔지만, 문화의 표면구조에만 큰 영향을 끼쳤을 뿐 문화의 깊은 부분인, 문화적 신념 혹은 “패러다임”과 감성과 가치의 영역에서는 큰 변혁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프리카의 가난과 질병과 미신과 우상숭배 등과 같은 중요한 이슈들과 씨름을 하긴 했지만, 사실 이러한 사회적 현상과 전통들이 “증세”에 불과하다는 것을 깊이 보지 못한 것이다. 물론 병원과 학교를 세우고 현지인들과 교회를 함께 설립하는 등, 이러한 많은 수고들은 고귀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와 함께 했어야 할 더 중요한 일들을 간과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서구선교사들은 문화의 표면구조의 변화를 “회심”으로 보았던 것이다. 아프리카인들이 교회에 출석해 서구선교사들처럼 행동하고 말하며, 서구선교사들이 원하는 것들을 해줌으로써 선교사들은 그들의 표면적 개종을 온전한 회심으로 오해했던 것이다. 물론 그 가운데는 복음 자체의 능력으로 진정한 회심을 경험하고 순전하게 그리스도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필자가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서구선교사들이 가졌던 일반적인 시각과 그들이 오해한 부분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많은 교훈을 얻게 된다.

아프리카 선교는 회심을 중심한 총체적 접근이어야

필자는 아프리카에서의 선교는—어디서다 다 마찬가지이지만—사람을 향한 통합적 혹은 총체적인 접근이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복음을 통해서 진정한 회심이 일어났다면 그 회심은 사회적인 영향력으로 나타나야 한다. 소위 종교적 “개종”을 통해서 아프리카인들이 자신들의 열악한 삶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벗어나고자 하였다면 그것은 진정한 회심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난 것이 이렇게 열악한 아프리카 상황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선교사와 아프리카교회는 함께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뇌해야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아프리카에서의 복음적 선교신학이 정립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가난한 아프리카인들은 8거지악 중 하나인 자신들의 숙명론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지닌 채 선교사의 도움만을 의지하고자 할 것이다. 비록 진정한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세계관의 깊은 자리에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소위 “문화적 기독교” 혹은 명목상의 기독교로 타락할 가능성이 언제나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진정한 회심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 문화와 사회의 건강한 변혁의 주체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아프리카의 사회는 선교와 교회의 역사가 장구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선교사나 서구교회에 의존적인 것을 본다. 그리고 자신들보다 부유한 선교사들의 모습 속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투사하는 것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선교사들은 때때로 8거지악 중 하나인 거짓 소망을 자신도 모르게 전해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선교사들이나 선교를 수행하는 단체 및 교회들은 사역을 수행함에 있어서 항상 매우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

진정한 회심, 즉 세계관의 깊은 곳에서 일어난 변혁이야말로 선교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우리가 수행하는 많은 일들이 다 중요하지만 이 모든 것들의 마지막 표대는 진정한 회심이며, 그 회심의 열매들이어야 한다. 그리고 서구사람들이 자신들의 문화나 재력의 힘으로 했던 그런 방법이 아니라 주님처럼 인간의 깊은 마음속을 찾아가는 그러한 성육신적인 삶과 자세와 방법으로 회심을 도모해야 한다.

결론적 제언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을 이해할 수 있는 심오한 선교적 시각과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방법론적 도구들이 더욱 필요하다. 선교사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선한 청지기로서 현지에 필요한 도움들을 계속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섬김을 받는 아프리카인들의 정신세계를 더욱더 알고자 애써야 한다. 그들의 마음을 근본적으로 지배하는 전통적 사고방식과 그들의 가슴에 심겨진 문화적 가치들을 심도 있게 파악해, 어디에 어느 때에 어떻게 복음을 잘 전해야 효과적으로 회심과 그 열매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탐구하며 실천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선교적 섬김을 받는 이들의 영혼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무지하거나 혹은 알지만 우리의 일 중심적 사고 때문에 이들을 간과하는, 이러한 불행한 일들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야고보서 3장1절에서, “내 형제들아 너희는 선생된 우리가 더 큰 심판 받을 줄을 알고 많이 선생이 되지 말라”하신 말씀을 새로이 새겨보면서, 지금까지 짧지만 우리의 아프리카에서의 선교를 돌아보며 자기반성적 평가를 내려 보는 것 또한 새로운 도약의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프리카는 그 전통이 강한 땅이다. 이슬람조차도 아프리카 땅에서는 아프리카 화하는 것을 본다. 이 짧은 지면에 이 엄청난 “아프리카”를 아프리카인도 아닌 필자가 어찌 다 설명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최소한 성경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복음과 선교의 원리를 적용해서 말한다면 우리는 아프리카인들의 마음 깊은 곳에 성육하신 주님의 가슴으로 끊임없이 찾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케냐에 처음 도착했던 1989년, 필자는 선교사 초년생으로 매우 야심만만했었던 젊은이였다. 50이 넘은 현재, 필자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한다. 벌써 20년 지기의 아프리카 친구들이 생겼다. 필자 또한 아프리카의 문화에 많이 익숙해져 있다. 아프리카에서 사는 것이 더 편한 지금, 필자는 내부인의 입장에 서보면서 정말 변혁이 일어나야 하는 많은 부분들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어떻게 해서든 아프리카교회에 성령의 부흥이 복음의 말씀에 근거해서 일어나야만 한다. 필자는 이를 위해서 마치 1903년부터 조선 땅의 부흥을 위해서 기도했던 한국의 초대선교사들처럼, 같은 심정을 갖고 아프리카교회의 부흥을 위해서 잔잔히 기도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