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도 멀고 시간에 쫓기는 몇몇 분과는 가끔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곤 하는데 얼마 전 다음과 같은 통화를 나눴습니다. 집 전체 해충 소독을 한 후 잦은 비로 창문을 충분히 열지 못하니 환기가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정리를 하던 중 심한 어지럼증과 함께 혈압 수치가 치솟아 병원에 가야했고 이틀밤을 보냈음에도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일단 퇴원했다고 합니다. 타주에서 살고있는 자녀에게 연락하니, 일 못할 때 혜택받을 수 있는 (disability) 보험의 유무에 대해 묻자 극심한 어지럼증이 더해졌고 형제들 역시도 건성으로, 그것도 잠시 들린다는, 섭섭함으로 가득찬 내용이었는데, 바로 고령화시대를 살아가는 싱글에게 닥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았습니다.
모임에서 도울 수 있는게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병원오갈 때, 택시대신에 운전이 자유로운 남자 멤버가 해주면 어떨까하고 잠시 떠올렸지만 답은 아닌 것 같았고 장수시대에 대비한 싱글들의 마음 자세에 대해 촛점을 맞춰야 될 것 같았습니다. 위의 내용의 경우, 자녀에 대한 섭섭함 대신에, 다른 문화권에서 자랐기에 실질적으로 생활비에 관련된 보험에 대해 물었던 거고 또 어린 자녀를 돌보며 맞벌이 하는 만큼 비행기를 타고 쫓아 오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 분의 형제분들 또한 60, 70대에 들면서 가족수는 늘어가고 90대 후반의 노모에 대해 늘 신경을 써야 되는 상황에서 연소한 동생의 어려움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 또한 기대할 수 없는 거지요. 결국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홀로 서는 훈련을 강화하는 것일텐데요, 이때 행여라도 자녀에게, ‘내가 너를 어떻게 길렀는데…’ 라며 쏟아내고 그들 역시도 ‘아빠 혹은 엄마없이 크는게 얼마나 힘들었는데…’ 한다면 서로의 아픔에 불붙이는 계기가 되어 부모자식간의 관계에 금이 갈 수 있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평균수명이 현재 80세에서 100세가 된다고 하는 만큼 60세가 되어도 40세의 건강이라면 더할 나위 없건만 60대에 들면서 여기저기 고장나기 시작할 때, 자식이나 친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고 오직 배우자라고들 말합니다. ‘평생웬수’ (어느 코메디 프로에서 ‘남편’을 지칭했던 말) 일지라도 병원갈 때 운전은 해줄 텐데 하며 서러워하다가 혹시나 ‘어디가서 짝을 찾나…’ 하는 싱글 여성이 있다면 잠시 멈춰야 합니다. 새 배우자의 도움을 받기는커녕 끝없는 수발을 해야될 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것이겠지요. 한번은 한가로운 거리를 운전하던 중 주위의 차들이 경적을 요란하게 누르기에 눈여겨 보니 신호등 바로 앞의 차가 움직이지 않았고 운전자는 창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곧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떠오른 생각은 해로하는 부부라 할지라도 정작 위태로운 순간을 홀로 맞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늘 돌보아주실 (찬송가 310장)’ 하나님께 기도하며 그분 손에 생사화복을 맡기는 것만이 현명한 처사가 될 것입니다.
성경에,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빌 4:6,7)’ 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한부모 모임 인도자께서는 불확실한 노후에 대해 염려하는 싱글분들께 하나님만이 열쇠를 쥐고 계신 것을 상기시키며 그분께 더욱더 가까이 가는 삶을 강조해야 할 것입니다.
hyojungyoo2@yahoo.com
04.27.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