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마을 백두대간은 항상 인도 소 등가죽처럼 말라붙었습니다. 나무는 소 등짝에 붙은 똥파리처럼 셀 듯이 듬성듬성합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그 놈의 고난의 행군이 뭔지, 코로나 팬데믹으로 올해 또 고난의 행군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누운 소처럼 생기(生氣)를 잃은 그 백두대간과 윗마을 분들이 어떻게 이 어려운 시기를 견뎌낼지 걱정입니다.
말라붙은 소 등가죽 같은 산과 윗마을 사람들! 아이러니 하게도 화방에 가면 윗마을 고향 그림들은 항상 크고 생기 넘치고 과도하게 풍성했습니다. 그림으로라도 풍요롭고 싶은 서민 화가들의 심정이라고 여겨져서 그 또한 구슬펐습니다.
한 번은 낯선 시골 산골에 갔다가 떠도는 자매를 만났습니다. 조선족 분들이 저 보고 도망치는 자매라고 도와주라고 하는데, 너무 경황이 없어서 모른 척 했습니다. 집으로 오는 차에서 그 자매를 다시 만났습니다. 절 보더니 우는데 다시 외면할 수 없어서 집에 데리고 왔습니다.
아내는 당혹스러운 눈치였지만 자상하게 대처했습니다. 그렇게 그 자매와 어색한 저녁을 먹고, 그 후 3일 동안 집에서 지옥살이를 했습니다. 이 시국에 스파이를 데리고 온거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돈과 컴퓨터를 보이는 데 놓고 나갔다가 돌아오곤 했습니다.
3일 째, 도저히 숨도 쉴 수 없어서 성경을 무조건 잡고 읽었습니다. 숨이 쉬어졌습니다. 그러나 성경을 덮자마자 다시 숨이 막혔습니다. 다시 기도를 했습니다. 숨이 쉬어졌습니다. 그러나 기도를 멈추자마자 다시 숨이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 나 하나 죽으면 되는 데, 자칫하면 아내와 세 자녀 다 죽게 생겼다!’
몰려오는 호흡질환에 잠자는 그 자매를 깨워서 “네가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남쪽 그리스도인이다” “끄나풀인지 탈북민인지 말해 달라!”고 다짜고짜 말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누군지 어떻게 믿고 제 얘기를 합니까?”하고 되묻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다. 네가 나를 속이거나, 내가 너를 속이는 것이라면 우리는 모두 죽는다. 나는 우리 가족의 생명까지 걸고 너를 숨겨주었다. 내가 너를 속이겠는가?” 하고 직설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런 생명을 건 만남이 진짜일 때에,
그들은 예수님의 사랑을 온전히 묵상할 수 있었고,
주체사상보다 더 강하고 빛나는 예수님의 능력을 체험하며 영접하였습니다...
그 자매는 저를 한참 보더니, 자기는 진짜 탈북자로서, 며칠 전 악덕 노동주로부터 도망하였고 지금 윗마을 특무요원들이 쫙 깔린 상황에서 어디 갈 데도 숨을 데도 없다며 눈물 젖은 이야기를 쏟아놓았습니다.
모든 만난 사람들이 자신을 이용하고 속인 이야기, 두고 온 가족이야기 등등을 듣고 나서야 그녀가 스파이가 아님을 알고 안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숨이 쉬어지고 호흡이 되었습니다. ‘아, 하나님이 또 인도해주셨구나!’
그날 아침에 그 자매와 함께 먹은 밥상은 제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였습니다. 그녀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태평양 고급호텔에서 먹는 그 어떤 레스토랑에서 먹는 음식보다 맛있고 잊을 수 없는 천국의 밥상이었습니다. 생명으로 연합하여 먹는 그런 아침의 식사를 결코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날로 시작해서 저는 자매에게 성경을 읽히고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을 영접하고, 화장실에서 침례까지 받았습니다. 그러기까지 2주가 안 넘었습니다.
윗마을 사정을 잘 아는 혹자는 어떻게 처음 성경을 접한 윗마을 사람이 3주 만에 변화될 수 있느냐 의아해합니다. 보통 윗마을 사람에게서 주체사상을 빼내는 데만도 최소 3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그 이유를 알려주셨습니다. 제가 그 자매보다 더 큰 생명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의심하는 만큼 그들도 의심하고 내가 생명 건만큼 그들도 생명을 거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그들보다 더 큰 생명을 걸면 그들은 내 말을 사랑으로 알고 순종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 생명을 건 만남이 진짜일 때에, 그들은 예수님의 사랑을 온전히 묵상할 수 있었고, 주체사상보다 더 강하고 빛나는 예수님의 능력을 체험하며 영접하였습니다.
저는 그때에 알았습니다. 윗마을 선교는 돈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사랑을 줄 때에 비로소 그분들이 하나님을 보고 믿게 된다는 것을! 혹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망명한 윗마을 분들을 만나거든 내 것을 건 사랑으로 섬겨보시기를 권해봅니다. 분명히 이전과 다른 사람을 보게 될 것입니다.
09.18.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