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속되는 코로나
코로나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나가면서 일상생활이 점점 더 불편해지고 있습니다. 작년 3월만 해도 코로나로 인하여 지역마다 봉쇄를 심하게 하여 필리핀 정부에서 시민들에게 코로나 지원금과 식료품을 나눠주었습니다. 반면 요즘은 경제가 어려워지고 정부 곳간에 돈이 부족하다 보니 코로나 방역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많이 무디어져가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코로나 확진 자가 하루 평균 10,000여명이 넘습니다.
무더운 나라 필리핀에서 바깥 외출을 할 때 마스크만 사용해도 덥고, 숨이 차는데 얼굴을 다 덮는 투명 플라스틱으로 얼굴을 가려야 합니다. 상대방과 대화도 쉽지 않고 금방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가 될 때가 많습니다. 심지어 차 안에 운전자 1명이 운전하더라도 마스크를 해야 합니다. 갈수록 늘어가는 교통경찰들의 딱지(범칙금)로 서민들만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안 해도, 얼굴에 플라스틱 커버를 안 해도, 차가 좋으면 그냥 통과하고, 오토바이나 낡은 차는 범칙금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
저도 2번이나 범칙금을 냈습니다. 범칙금 내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면 시내의 관공서에 가서 하루 종일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입니다. 세계 경제가 어렵고 힘든 가운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럴 때 일수록 힘내시고 건강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외진 잠보앙가에서 사역할 때 늘 신실한 기도와 협력으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 학교 정문 공사
필리핀은 도로가 새로 만들어질 때 공통적으로 도로높이가 땅보다 높아지는 경향이 많습니다. 도로의 높이를 맞추다 보니 대체적으로 도로가 높아집니다. 2010년 새희망 학교가 처음 시작될 때는 학교 앞이 그냥 흙길로 비포장 도로였고, 2015년에 2차선 시멘트 도로가 만들어졌고, 2019년에는 4차선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학교 앞에 도로가 다시 확장되면서 그 도로가 1미터 넘게 올라가서 비만 내리면 학교 입구가 수영장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땅을 채워야 하는데 생각보다 공사가 커서 고민이었습니다. 다행히 근처에서 산비탈 공사 당시 많은 흙이 나와서 35대 덤프트럭의 흙을 기증받을 수 있어 감사하였습니다. 학교 정문에서 안쪽까지 가로 10미터, 새로 90미터의 넓은 땅입니다. 지나 3개월 동안 학교의 땅을 메우느라 많이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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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나 미국 같으면 땅을 채우기 위해 큰 덤프트럭이 동원되고, 다음에는 포클레인이 일을 하고 그 다음에는 로더로 땅을 다지면 1주일 안에도 일을 마칠 수 있습니다. 주변에 포클레인 빌리는 비용을 알아보니 제가 외국인이고 선교사라 돈이 많다고 생각되어 터무니없이 돈을 많이 요구해, 시간이 좀 걸려도 그냥 삽으로 작업을 하였습니다. 포클레인과 로더가 할 일을 사람이 삽으로 대신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많이 걸렸습니다.
어느 날은 흙을 매울 때 큰 덤프트럭이 흙에 빠졌는데, 빠져 나오지 못해 다른 덤프트럭, 포클레인, 로더가 동원되어 시간이 많이 걸린 후에야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날 하마터면 집에 못 가는 줄 알았습니다. 학교에서 잠을 자기에는 좀 위험하여 늦더라도 집에는 가야합니다. 여기서 일을 할 때는 일꾼들 옆에서 하루 종일 지켜봐야 합니다. 안보면 일을 하지 않습니다. 학교 건물을 지을 때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일하는 것을 잘 지켜보지 않으면 일의 진전이 없지만 일당은 꼬박꼬박 받아갑니다. 일을 시키면서 저도 함께 일을 합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일꾼들이 일을 열심히 하게 됩니다.
3. 왈다 여학생 죽음
2주 전에 저희 학교 1학년 여학생 왈다가 뚜부란 동네에서 떨어지는 코코넛(야자나무) 열매를 맞고 병원으로 실려 갔는데 빨리 수술하지 못해 결국은 죽었습니다. 저희 부부와 선생들 6명이 왈다 집을 방문하러 가다가 길이 너무 안 좋아 중간에서 공 선교사와 선생 한 명은 되돌아갔고, 저와 선생 5명이 계속 걸어가서 무덤까지 방문하였습니다.
가난한 무슬림들은 생활의 여력이 안 되어 대부분 가족사진이 없습니다. 저희 학교에서 행사한 사진을 찾아서 왈다 어머니에게 사진 여러 장을 건네주고, 조의금도 전달해주었습니다. 왈다 여학생이 9살이고 곧 있으면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갈 것이며 집에 장녀인데 슬픈 일을 당하였습니다. 사진을 받아든 왈다 어머니는 통곡을 하며 울었는데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못하였고, 왈다가 죽은 지 일주일 동안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무슬림 장례의식은 사람이 죽으면 바로 무덤에 가서 땅에 묻고 시신 주변으로 시멘트 무덤을 만들고 머리 부분에 굵은 나무를 파묻습니다. 왈다 가정이 너무 가난한 어부집인데 여력이 안 되어 알다 시신주변으로 나뭇가지를 둥그렇게 감싸주기만 하였습니다. 요즘은 태풍이 자주 오고 비가 내려 왈다 집으로 가는 길이 막혀 쉽지 않고 곧 있어 태풍이 멈추고 비가 멈추면 그때 선생들과 다시 가서 도와주려 합니다. 몇 분이 왈다에게 조의금을 보내주셨는데 다시 전달해 주려합니다.
오정윤/공윤자 선교사
ohgongtak@hanmail.net
04.24.2021